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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는 미화원 개인이 알아서? 불법주차로 내몰린 청소차들

관련 법률 부재해 청소차고지 없어도 해결 안돼…골목에 불법주차 해야 하는 현실

2022.05.20(Fri) 15:58:49

[비즈한국]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과 폐기물관리법은 개정 ‘단골’ 소재다.​ 매년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나오는 까닭이다. 

 

계속되는 안전사고에 정부는 작업시간을 새벽에서 낮으로 바꾸고, 안전기준을 지속해서 강화했다. 비록 완전 도입에는 실패했지만, 불법 후미 발판을 없앤 ‘한국형 청소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은 지난 2월, 폐기물관리법은 지난해 개정했다. ​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연합노련 대전광역시환경노조


그러나 현장의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작업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처우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전광역시에서 일어난 ‘청소차고지’ 논란은 환경미화원 노동환경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전광역시가 홍역 앓는 이유…법적 근거 미비·지자체 무관심으로 환경미화원은 곤욕

 

새벽 4시부터 정오 12시까지는 대전광역시의 쓰레기 수거 시간이다. 대전 환경미화원 470여 명은 청소차를 이용해 매일 수거 작업을 진행한다. 인구 145만 명이 넘는 대전광역시에는 총 300여 대의 청소차가 움직인다. 쓰레기 수거 후 수백 대의 쓰레기차는 어디로 이동할까.

 

그동안 환경미화 사업은 대전광역시가 대전도시공사에 위탁해 진행해왔다. 그러나 2019년 대법원판결로 민간업체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대전광역시는 환경미화 사업을 새롭게 논의하게 된다. 민간위탁 여부가 논의됐지만, 고용 안전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전광역시는 소속 5개 자치구와 함께 조합을 설립해 올해부터 환경미화 사업을 맡았다.

 

차고지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기존에는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일부 부지를 차고지로 이용했는데, 도시공사가 더 이상 위탁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이 부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미화원은 거리로 내몰렸다. 수백 대의 청소차는 골목에 불법주차 되거나 인근 호수공원에 방치됐다. 대전광역시는 “청소차고지를 설립하는 데 주민들의 반대가 있으면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호수공원 인근에 주차돼 있는 청소차 모습. 청소차고지가 없어 대전광역시의 환경미화원들은 호수공원이나 골목길에 청소차를 주차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연합노련 대전광역시환경노조

 

불법주차로 민원이 발생하거나, 청소차가 훼손되면 모두 환경미화원 개인에 책임이 돌아갔다. 강석화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연합노련) 대전광역시환경노조 위원장은 “도시공사에서는 사용 용도에 맞게 부지를 사용할 테니 나가라 하고, 행정기관인 시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차고지 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 호수공원에 임시로 주차하는데, 이조차도 6월부터는 사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악취를 동반하는 ​청소차고지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에 청소차고지 설립은 주민들의 반대를 낳곤 한다. 이 때문에 대전광역시는 차고지 설립을 위해선 주민 설득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전 청소차고지 설립은 테마파크를 이용할 때부터 논의됐지만, 차고지 설립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매립장이나 하수처리장 등이 들어설 때 주민 반발이 심했던 만큼, 차고지 역시 들어서기 어려울 거란 예측도 있다. 

 

법적 조항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법률에 청소차나 청소차고지 등에 대한 관리 방안이 명시돼 있지 않고, 청소차고지 설치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에 대한 조항은 명시돼 있지만, 차고지에 대한 부분은 부재하다.

 

이희민 한국노총 연합노련 법률지원차장은 “청소차에 대한 법적지위가 모호하다. 현행법안은 청소차고지가 가지는 특수성을 모두 규정하지 못해 청소차고지 설치 의무나 규정이 실질적으로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청소차고지 설치와 인식개선 노력은 지자체의 ‘자율’ 사업이 됐다. 최근 노원구는 도시경관을 위해 청소차고지 가림막을 설치하고, 성북구는 청소차고지에 복합문화체육시설을 설치해 혐오시설 인식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이는 모두 지자체의 자발적 사업이다.

 

지자체가 청소차고지 설치를 추진하더라도 주민 반대가 거세면 이를 강제로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법적 근거가 부재해 청소차고지 설치를 강제할 수 없고 행정적 부담도 지자체에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노총 연합노련은​ “​청소차고지에 대한 지자체의 자발적 협조를 넘어 정부에서 나서서 청소차고지 설치 의무과 관리·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는 등 범지역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청소차 대수는 3779대지만, 청소차고지는 개수는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환경부는 “현재 환경부에서 청소차고지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법적 조치 예고한 한국노총…해결책 나올까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이 대전광​역시에 발송한 공문. 사진=한국노총 연합노련


청소차고지 설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한국노총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노총 연합노련은 20일 대전광역시에 ‘대전광역시 환경공무직 작업장 내 청소차고지 설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청소차고지 설치를 요청한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없을 시 모든 조직적·법적 투쟁을 하겠다’고 명시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광역시 관계자는 “현재 (청소차고지) 장소를 몇 군데 알아보고 있기는 하다. 님비현상 등으로 접근이 조심스럽다. 현재 단계에서 결정된 게 없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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