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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도 고' 4대 금융지주, 주총서 인사 강행 논란

안팎으로 반대 목소리 나오지만 '요지부동'…차기 정부서 금융 개혁 이뤄져야

2022.04.01(Fri) 12:55:13

[비즈한국] 3월 말은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리는 시기다. 올해 ‘슈퍼 주총 데이(정기 주주총회가 몰리는 날)’는 3월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마지막 주(3월 28~31일) 사이 정기 주총을 여는 기업은 총 1546개로, 이 중에서 무려 576개사(코스피 151개·코스닥 381개·코넥스 44개)가 29일에 주총을 열었다.

 

올해 금융지주 슈퍼 주총 데이는 3월 24~25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 슈퍼 주총, 최대 이슈는 ‘인사’

 

금융권에서의 슈퍼 주총 데이는 며칠 앞선 3월 24~25일이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금융지주는 양일간 정기 주주 총회를 열고 각종 주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금융지주의 주총에서 눈길이 쏠렸던 건 인사와 관련한 이슈다. 3월 24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주총에서 신한금융은 신규 사외이사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선임하고,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기존 사외이사 7명(박안순·변양호·성재호·윤재원·이윤재·진현덕·허용학)을 재선임했다. 

 

문제는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을 두고 안팎에서 반발이 나왔음에도 승인됐다는 점이다. 신한금융 주식 8.7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3월 17일 열린 제5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허용학)와 감사위원(성재호)의 선임을 반대했다.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총 당일에는 시민단체 등이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 모여 반대에 나섰다.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전국 사모펀드 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신한 사모펀드 피해자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금융 이사회는 사모펀드·채용비리 사태 등을 일으킨 조용병 회장과 경영진 등을 향한 견제기능을 상실했다”며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재선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3월 25일에는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의 정기 주총이 같은 시간에 진행됐다. 시장의 관심은 하나금융의 주총에서 나온 함영주 당시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이슈에 쏠렸다. 회장 내정자였던 함 부회장은 이날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결의에 따라 함 부회장은 대표이사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금융지주의 수장이 10년 만에 바뀌었다는 사실보단 함 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함 회장은 지난 2020년 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연임과 취업 등을 제한하는 중징계인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함 회장은 그해 6월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효력이 임시 중단됐다.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함 회장은 3월 14일 다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보다 앞서 채용비리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지만 1심서 무죄를 받았다. 

 

법적 리스크로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함 회장을 반대하면서 선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을 엎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19%) 등이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취임에 성공했다.

 

같은 날 KB금융의 정기 주총에서는 노조추천이사의 선임이 불발됐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사외이사를 추천해왔지만, 이번에도 추천 인사를 자리에 앉히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서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는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본부장 출신인 김영수 한국팬트라 고문이었다.  

 

#“이사회 견제 기능 잃어, 구조개선 필요” 목소리

 

금융회사 지분 대부분을 외국인과 기관이 소유하면서 적절한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열린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 기자회견. 사진=최준필 기자

 

이처럼 금융지주가 주총을 통해서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외국인과 기관 등이 가지고 있고, 이들이 회사와 손을 잡으면서 견제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류제강 위원장은 “이사회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다양한 경로로 구성돼야 한다. 금융회사가 외관상으로는 불특정 다수 주주로 구성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주식 대부분을 기관이 보유하다 보니 회사와 기관이 서로 관리를 하는 식이다”라며 “(이런 고리를) 누군가는 깨야 한다. 회사가 노조 추천 인사를 반대하는 명분도 없는 만큼, 당위성을 보완해 앞으로도 계속 이사 추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어갈 차기 정부에서 금융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 31일 열린 ‘차기 정부에 바라는 노동·금융정책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정책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도 이뤄졌다. 금융기관의 공공성은 일반 공공기관보다 모자라지 않다”며 “금융회사 노조추천이사제는 민주당이 과거 약속까지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노동자가 추천하는 이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고 기소 시 제재하는 등 금융지주 경영에 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연금이 하나금융 함 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하면서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범죄까지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금융지배구조 개선법이 필요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금지해야 한다. 현재 1회 연임, 임기는 6년까지만 가능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또한 임직원만 기소 시에 직무에서 배제하는데, CEO도 채용비리 등으로 기소되면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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