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불러온 우리 방위사업의 위기와 기회

[비즈한국] 2022년 2월 24일 새벽 4시, 할 듯 안 할 듯 연막작전과 교란을 펼치던 러시아군이 세 방향에서 전면적인 침공을 강행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러시아군은 무단 점령하고 있던 남쪽의 크림반도, 동쪽의 돈바스 지역, 북쪽의 벨라루스 국경 등 진격 가능한 모든 국경지방에서 대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 첫날 100여 발의 크루즈 미사일 및 탄도 미사일 공격과 함께 진군하는 장면이 각종 SNS를 통해서 공유됐다.

다만 과거의 전쟁과 달리 군대의 이동이 속속들이 SNS에 공유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러시아 측과 우크라이나 측은 둘 다 여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매일 상세한 전투 결과를 발표하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한 점은 러시아군이 세 방향으로 전면 침공을 해 오고,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동원했으며, 수도 키예프가 국경과 가까운 탓에 우크라이나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번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미국 주도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국제 경제, 특히 세계 방위산업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것이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는 점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이번 전쟁으로 구소련 이후 가장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이는 큰 위협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므로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성명과 트윗 때문이다. 외교 전문가로 국회에서 오래 활동한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정확하고 자세하게 러시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또 그것을 타격할 치밀한 경제 제재수단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경제에 어떤 타격을 줄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다. 핵심 금융과 기술을 표적으로 하는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제조업, 특히 러시아의 항공산업과 조선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G7 국가와 미국이 연합하여 러시아의 경제를 세계 경제로부터 고립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러시아의 군 현대화 계획은 물론 그리고 러시아의 군비증강 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말 바이든이 이토록 강력하게 말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군의 현대화와 군비증강을 막을 수 있을까? 한계는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한계점은 러시아 무기의 국산화율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만 해도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수입 혹은 기술이전을 받아 무기를 제조하는데, 구소련제 무기를 계승한 러시아제 무기는 전차, 전투기, 미사일,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부품 대부분이 러시아산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가 떨어지거나 무역수지 적자가 심해져도 러시아는 큰 어려움 없이 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로서는 두 가지 큰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생긴다. 첫 번째 문제는 최신 무기와 신형무기의 개발과 양산이 매우 어려워지는 점이다. 구소련시절 만든 무기가 아닌 새롭게 만든 러시아의 신형무기들에는 대만, 유럽, 심지어는 미국제 부품들이 쓰이고 있다. 이런 부품들을 국산화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주로 레이더, 전자장비, 조종석 장비 (에비오닉스), 항법장치, 유도 장비와 같은 전자장비와 반도체와 같이 전투기나 미사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 러시아 무기의 개량과 신형무기의 생산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대한민국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강력한 경쟁자인 Su-75 체크메이트(Checkmate)의 개발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두 번째 문제는 무기수출 및 방위산업 매출이 받는 타격이다. 탈냉전 이후 러시아는 정치적 상황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무기를 수출하여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이 되었지만, 미국은 터키의 S-400 지대공미사일 구매와 같은 몇몇 특수 사례를 제외하고는 우방국들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는 미국과 친한 그리스, UAE, 인도 등에 공기부양정, 보병전투차, 전투기 등을 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경제 제재의 가장 큰 목표가 러시아의 군수산업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니만큼, 미국은 러시아 무기의 수출을 강력하게 막을 것이 분명하고, 결국 정치적 고려가 중요한 방위산업에서 러시아 무기는 그 매력을 크게 잃게 된다.

따라서 러시아 무기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중국과 같이 러시아의 주변국 혹은 미국의 적대국이 아닌 한 무기수출이 사실상 봉쇄된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러시아제 무기를 선택하는데,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한 러시아 문제의 두 가지 위기, 즉 신형무기 개발 위기와 수출 위기는 대한민국의 국방과 방위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일명 ‘불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러시아제 무기들의 유지 보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은 퇴역이 진행 중이고, 러시아제 T-103 초급훈련기도 추락사고와 정비에 문제가 있어 이미 퇴역했다. 현재도 현역인 T-80U 전차와 BMP-3 보병전투차, 무레나 공기부양정 및 카모프(Kamov) KA-32 헬리콥터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곧 수리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질 예정이니 빨리 대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카모프 KA-32 헬리콥터이다. 대한민국은 공군, 산림청,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에서 이 카모프 헬기를 60대 이상 운용 중이다. 이는 러시아가 한국에 수출한 물건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대로 가다간 부품수입 및 기술자 방문 등이 전면 금지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KA-32 헬리콥터를 대체할 국산 헬기 혹은 수입 사업을 급하게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이는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KA-32 헬기 대체를 하는 것보다는 공동 구매 형식이 더 바람직하다. 공동 구매를 통해 같은 기종으로 KA-32 대체 헬기를 구매한다면 규모의 경제로 경제성도 살릴 수 있고, 국가 항공산업과 방위산업에도 도움이 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무기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을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큰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군과 합동 작전이 가능한 무기를 생산하면서도, 유럽 및 아시아의 민주 국가를 통틀어 러시아제 무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사용한 경험이 있는 국가이므로 러시아제 무기의 장단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미국과 G7이 강하게 러시아 무기의 수출을 막는 동안, 대한민국이 러시아 무기 시장을 빼앗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Su-75 체크메이트 전투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UAE 및 중동국가를 겨냥해‘KF-21D 사막 보라매’(Desert Boramae)와 같은 중동 맞춤형 수출형 버전을 제안해 볼 만 하다. 중동국가들은 Su-75 전투기의 개발 초기부터 여러 가지 특수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령 전투기의 핵심 부품에서 이스라엘제 부품을 완전히 교체하여 정치적 우려를 줄이거나, Su-75가 지원했던 내부 무장 창 운용능력을 부여하고, 러시아 무기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공대공 미사일 및 정밀 유도무기를 패키지로 만들어 볼 법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실제로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을 한 군사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치, 방위산업의 변화 방향은 명확하다. 러시아 무기수출의 전면 봉쇄에 지금부터 능동적으로 우리 방위산업이 대처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냉전 시대에 우리 방위산업은 자주국방과 함께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무기고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권위주의 독재 정부의 무기수출을 우리가 막을 수 있다면,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이 아닌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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