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일부터 고위험군 우선 검사 대상자를 제외한 일반 검사자는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는 새로운 검사체계가 도입됐다. 이를 위해 신속항원검사 키트(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제2의 마스크 대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 겪은 시민들, 불안감에 “일단 사고 보자”
자가검사키트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약국마다 구매 희망자의 판매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자가검사키트의 구매 가능 판매처가 공유되지만 10~30분 이내에 품절되기 일쑤다.
14일 약국을 찾았지만 재고가 없어 사지 못했다는 김 아무개 씨는 “아이가 학원에 다니다 보니 수시로 확진자가 나왔다며 검사 결과를 보내라고 연락이 온다. 선별진료소는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고 대기자도 많아 검사가 힘들다”며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두려고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재고가 부족해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례 없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하며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가격은 10배 가까이 뛰었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일이 반복됐다.
몇 군데 약국을 돌다가 며칠 전 겨우 자가검사키트를 샀다는 한 구매자는 “인터넷에서 7000원에 판매할 때 샀었는데 지금은 3만 원이 됐더라. 마스크 대란 때가 생각난다”며 “가격이 계속 오를 것 같아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사두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홈쇼핑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방송에도 구매자가 대거 몰렸다. 지난 10일 GS홈쇼핑은 자가검사키트 36만 회분의 물량을 판매했는데, 3분 만에 전량 소진됐다. 12일 이어진 홈앤쇼핑 방송에서도 24만 회분의 물량이 품절됐다. 특히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2차 판매였던 홈앤쇼핑 판매방송에는 구매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박 아무개 씨는 “홈쇼핑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사기 위해 300통 이상 전화를 했는데도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이렇게 구매가 어려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구매자가 자가검사키트 판매에 관심을 보였다. 이전에 마스크 대란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모습”이라며 “마스크 대란 때는 유통 채널이 많았는데, 자가검사키트는 판매처도 많지 않아 그때보다 더욱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처·가격 제한, 물량 공급…‘제2의 마스크 대란’ 막을 수 있을까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대란 때 마스크를 구하던 것보다 최근 자가검사키트를 구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마스크의 경우 온라인이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구매가 가능했지만 자가검사키트는 오프라인 판매처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키트 유통개선조치를 발표하고 16일 이후의 자가검사키트 온라인 판매를 금지했다. 오프라인 판매처는 약국과 편의점으로 한정하고, 1인당 구매 물량은 1회 5개로 제한됐다. 마스크 대란 당시 온라인에서의 가격 폭등 상황이 심각했고, 뒤늦게 정부가 단속에 들어갔지만 가격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해 가격 급등을 막겠다는 의도다.
식약처는 “그간 민간 공급 물량의 40% 이상을 온라인으로 공급했으나, 배송 시간이 길어 구매 접근성이 떨어지고, 오프라인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는 불공정 행위도 다수 발생했다”며 “온라인 판매를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약국·편의점으로 물량을 집중해 자가검사키트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경우 코로나 자가검사키트를 의료기기로 분류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당근마켓 측은 “당근마켓은 의료기기를 거래금지 품목으로 정한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경우에도 신속히 의료기기로 분류해 제재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시글을 올리면 판매금지 품목이라는 경고 알람이 뜬다. 본인이 삭제하지 않을 경우라도 곧 미노출된다”고 말했다.
판매처를 오프라인으로 집중했지만 상황은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물량 부족 사태는 여전하고, 오프라인에서도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르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는 “당근마켓에서도 구할 수가 없고 약국마다 종일 전화를 돌려도 구하기가 힘들다”며 “지난번 마스크 대란 때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를 사려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번에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약국·편의점에서 대용량으로 출고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낱개로 나눠 판매할 경우 3월 5일까지는 1개당 가격을 6000원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15일부터는 편의점에도 차례로 3000만 명분의 물량이 공급된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편의점 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를 낱개로 판매할 때 적정 보관온도(2~30℃) 준수, 일회용 위생 장갑 착용, 구성품의 상태(이물질 혼입 등) 확인 후 식약처가 제작·배포한 봉투에 담는 등의 매뉴얼을 제시했는데, 편의점에서 이를 제대로 지킬 수 있냐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는 적절한 유통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정확도, 민감도에 등이 영향을 받아 공중보건에 위해를 일으킬 수 있어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된 제품”이라며 “아르바이트 인력이 대부분 근무하는 환경에서 3등급 의료기기를 포장을 뜯고 손을 데서 혼합 판매하도록 한다는 조치는 있어서는 안 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가검사키트의 가격 제한도 대용량 포장단위를 낱개로 판매하는 제품에만 적용돼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업체에서 소량 포장(1개·2개·5개)으로 공급한 제품의 판매 가격은 이전과 동일하게 판매처 자체적으로 지정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13일부터 제조업체도 대포장 생산만 가능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소량 포장 제품의 가격 지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자가검사키트의 면봉, 검체추출액 용기 등은 멸균 밀봉돼 있고 점적용 필터마개(캡슐)는 외부 노출되더라도 정확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보다 안전한 관리를 위해 소분 과정에 대한 매뉴얼을 판매처에 배포했다. 편의점에 낱개 판매 매뉴얼을 준수하도록 당부했으며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 시 추가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등본 한 장 떼려고 며칠 허비…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정은 없다?
·
삼표, 요진건설 이어 여천NCC까지…총수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 초미 관심사
·
현대백·신세계 패션부문 나란히 최대 실적…올해는 럭셔리 뷰티 격돌
·
콘센트 쓰려면 발코니 확장해라? 자동차 뺨치는 아파트 '옵션질'
·
인기 브랜드 아파트마저 '줍줍'…집값 하락 신호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