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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거 해?" 클럽하우스 열풍이 남긴 것

이용자 모았던 폐쇄성·즉시성이 쇠퇴 이유로 작용…오디오 플랫폼으로 부활 가능성

2022.01.19(Wed) 11:30:54

[비즈한국] “퇴근 시간이 되면서 클럽하우스는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KBS의 첫 장애인 앵커이자 ‘인식의 새로 고침’ 클럽을 운영하는 이창훈 아나운서의 미디어가 장애를 다루는 방식이라는 방에 저는 스피커로 참여해 청각장애인 배우 마리 매트린을 소개했습니다. 잠들 시간이 다가올수록 대화의 밀도는 진해집니다. 휘파람 공연을 하는 방, 연애 고민을 상담하는 방, 책을 낭독해주는 방 등 수백 개의 방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책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내용 중 일부다. 오디오 챗 소셜미디어(SNS)인 클럽하우스는 국내에 지난해 1월 진출한 이후 두세 달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뒤 급격히 화제성이 떨어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국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같은 대기업 인사들과 배두나, 사이먼 도미닉 등 연예인이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짧은 시간에 흥망을 경험하고 지금까지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클럽하우스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예측해봤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음성 기반 SNS플랫폼이다. 초기엔 IOS 지원이 되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기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으며 전성기엔 앱스토어 기준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흥행 이유=몰락 이유

 

클럽하우스가 돌풍을 일으킨 비결은 폐쇄성과 즉시성이다. 초기의 서비스에선 누군가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었고, 나를 초대해준 사람이 누군지도 투명하게 공개됐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초대장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대장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어느 정도 긴밀한 관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안전하다고 느끼며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 심리적 안정감을 나눌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즉시성은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의 SNS가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쇼룸으로 변화했고, 여기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클럽하우스를 찾아 ‘실시간 소통’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클럽하우스의 방에선 글이 아닌 대화를 나눈다. 이곳에서 나눈 대화들은 녹음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순간 거기에 있는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갑자기 등장해 노래를 불러준다거나 토론 과정에 전문가가 등판해 논리의 오류를 짚어주는 등의 강렬한 경험이 이용자들을 클럽하우스에 묶어 둔 셈이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클럽하우스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이는 흥행 이유와 같다. 짧은 기간에 클럽하우스는 TV프로그램에 연예인이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 점 때문에 방에서 나눈 이야기가 기사화되거나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고, 서비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클럽하우스의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진 것도 이용자 유출의 이유가 됐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5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7월에는 초대전용 옵션을 풀어 모든 이용자에게 채팅방을 개방했다. 11월에는 공개 대화방의 내용을 녹음해 저장하는 ‘다시 듣기’ 기능도 생기면서 여타 음성 기반 SNS와의 차별성도 사라졌다. ‘지인의 지인 위주로 운영되는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자 유명인들이 떠났고 안전함을 느끼던 코어 이용자층의 접속량도 줄었다. 

 

지난해 초 클럽하우스를 자주 이용했던 김지영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대표는 “작년 4월 이후에는 거의 접속하지 않았다”며 “라이브 방송의 피로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참여자 입장에서도 이야기에 계속 집중해야 맥락에 맞게 참여할 수 있어 라디오 등 다른 소통창구와 비교해 지속해서 이용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부활할 수 있을까

 

클럽하우스 짧고 강한 열풍이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길이가 짧은 웹드라마와 예능이 인기를 끈다거나 틱톡 같은 숏폼 동영상 SNS가 급부상하는 등 전반적인 콘텐츠 소비의 호흡이 짧아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바뀐다. 클럽하우스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호스트나 스피커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상징성이 있는 인물을 골라 아이콘으로 소개한다. 올해의 첫 아이콘이 된 Abraxas Higgins는 윌스트리트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클럽하우스 활동을 통해 오디오 인플루언서가 됐다. 사진=클럽하우스 홈페이지

 

클럽하우스는 여타 소셜 그룹에서 일어나는 사이클을 압축해 보여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10여 년에 걸쳐 겪은 일을 클럽하우스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겪었다. ​일단 그룹이 형성되면서 멤버들이 매우 빠르게 친밀감을 느꼈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감과 동시에 플랫폼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과정이 불과 1~2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유명인들이 클럽하우스를 시작하면서 트렌디한 이미지와 함께 ‘준거집단이 되고 싶다’는 조급함을 불러왔지만 그만큼 몰락도 빨랐던 것. 1년이 지나면서 클럽하우스는 ‘아직도 그거 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그만큼 이용자의 이탈에도 가속이 붙었다. ​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를 설립해 운영 중인 신영선 쿠팡 프로덕트 오너(PO)는 “1년 정도 이용하면서 그 안에서 인생을 한 번 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서비스 초기와 지금, 이용자들의 목적도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 가입한 이들은 대학 신입생 OT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모든 이용자와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룹이 만들어져 그 안에서 대부분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 뒤에는 오프라인 혹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이 SNS의 가치는 그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데, 아직 초기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균형을 찾지 못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신영선 PO는 “클럽하우스에서 강렬한 경험을 한 다수의 기억과 오디오 플랫폼의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전고점(화제성이 최대로 올라갔던 시기)이 다시 올 수 있다고 본다. 데이팅 앱처럼 간헐적으로 이용하는 앱으로 자리매김도 가능하다. 필요할 때 접속해서 친구를 만나거나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한 뒤 한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가는 식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등의 대형 플랫폼이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오디오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수요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이용자의 기억이 서비스를 부상시키는 힘이 될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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