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의 손가락이 박물관에 전시된 까닭

[비즈한국] 사람의 손가락은 다양한 일을 한다. 간지러운 곳을 긁고 화가 났을 때 삿대질을 하고 코를 파기도 한다. 그런데 손가락만 뽑혀서 박물관에 전시된 주인공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관광객들은 전시된 그의 손가락에 마치 천지창조의 한 장면처럼 손가락을 맞대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현재 갈릴레이의 시신은 그의 첫째 딸 마리아 첼레스테의 시신과 함께 산타크로체 성단 뒤쪽, 미켈란젤로의 무덤 맞은편에 묻혀 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시신에서 따로 떼어진 채 전시물의 신세가 되었다. 대체 그의 손가락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갈릴레이의 손가락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1564년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서 있는 피사에서 갈릴레이가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고리타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에 불만을 가졌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미 다양한 논리적 추론과 사고 실험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빈약한 고대 철학에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피사대학을 다니다 중퇴해 학위도 받지 못한 채 수학 과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갈릴레이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강연장에서 평생의 은인이 될 인물은 만나게 된다. 1588년 당시 24살이던 갈릴레이는 단테가 펴낸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에 대한 묘사를 바탕으로 지옥의 크기를 계산했다. ‘신곡’에서 “루시퍼는 로마 성 베드로 광장의 거인 조각상보다 43배 더 크고 그 조각상은 단테보다 43배 더 크다”라는 구절을 인용해서 루시퍼의 키가 대략 1800m이고 그가 살고 있는 지옥의 부피는 지구 전체의 12분의 1 정도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크기에 뒤집어진 원뿔 모양을 하고 있는 지옥은 안정적이지 못해서 곧바로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지옥을 묘사한 그림. 이미지=wikimedia commons

갈릴레이의 이런 흥미로운 발표는 그 자리에 있던 한 인물을 매료시켰다.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 일대를 주름 잡고 있던 메디치 가문이었다. 그리고 메디치는 학위도 없던 그에게 곧장 교수 자리를 제안했다. 이렇게 갈릴레이는 평생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1609년 5월 갈릴레이는 흥미로운 소문을 듣게 되었다. 바로 네덜란드 지역에서 누군가 렌즈 두 개를 갖고 아주 멀리 떨어진 대상을 크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신기한 물건을 만들었다는 소문이었다. 바로 망원경이다. 갈릴레이는 직접 그 소문의 망원경을 제작했다. 그는 여러 번의 개량을 거쳐서 8배율에 이르는 (당시로선 최고 수준의)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망원경만 있으면 “15km 거리에 떨어진 적을 1km 거리에 있는 것처럼 크게 볼 수 있고 또 적을 두 시간은 일찍 발견할 수 있다”면서 군사적 이점, 바다 항햇길에서의 유용함을 내세워 여러 귀족들에게 망원경을 팔고자 했다.

갈릴레이가 하늘을 관측할 때 사용한 망원경. 이미지=wikimedia commons

하지만 곧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성능의 망원경이 쏟아져 갈릴레이는 큰돈을 벌지 못했다. 그해 11월, 갈릴레이는 실망 속에서 훨씬 더 앞선 20배율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당시 망원경은 유럽 전역에서 적지를 살피거나 바다에서 육지를 찾는 등의 지극히 실용적인 용도로 쓰였다. 그런데 갈릴레이는 그런 실용적 도구에 불과했던 망원경을 들어 처음으로 하늘을 본 것이다. 많은 위인전이나 책에서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망원경이란 물건을 ‘발명’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엄연히 틀린 설명이다. 갈릴레이의 진짜 업적은 최초로 망원경을 들어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는 용도로 썼다는 점이다.

그는 가장 먼저 달을 바라봤다. 그리고 태양을 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저 유리처럼 매끈할 줄 알았던 달의 표면이 너무나 울퉁불퉁했다. 달 전역은 거친 산과 분화구로 가득했다. 그 모습은 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태양 표면도 이상했다. 역시 아무런 티 없이 깨끗할 줄 알았던 태양 표면에서 거뭇한 반점들이 발견되었다. 태양의 흑점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상계와 천상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위계 질서가 있었다. 불완전한 땅, 지상계는 거친 산과 계곡으로 울퉁불퉁하지만, 조물주의 완벽한 피조물인 하늘, 천상계는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조화와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는 세계로 여겼다. 그런데 갈릴레이는 이런 당시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지구 못지 않게 ‘못생기고 불완전한’ 모습의 달과 태양을 보게 되었다. 하늘도 땅 못지 않게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세상이었던 것이다. 이는 당시를 지배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견이었다.

1610년 1월 목성이 지구 가까이 접근해 밤하늘에서 아주 밝게 보였다. 갈릴레이는 이번엔 목성을 망원경으로 봤다. 멀리 있는 다른 별들과 달리 또렷하게 작은 원반 모양으로 목성이 나타났다. 목성 곁에는 알지 못하는 희미한 별이 세 개 더 보였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목성을 보자 전날 봤던 희미한 별 세 개의 자리가 살짝 달라져 있었다. 그 다음날에는 별이 두 개만 보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갈릴레이는 목성 주변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이상한 별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후 그것이 목성에 붙잡혀 곁에서 맴돌고 있는 목성의 위성임을 깨달았다. 갈릴레이는 목성의 가장 큰 위성 네 개(가니메데, 칼리스토, 이오, 유로파)를 발견했다. 이 위성 네 개가 서로 다른 주기로 목성 주변을 맴돌면서 일부가 목성 뒤로 숨고 일부만 보일 때가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밤하늘의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당시의 우주관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견이었다. 그가 발견한 새로운 ‘별’들은 분명 지구가 아닌 목성을 중심으로 돌았다. 갈릴레이는 바로 이것이 오래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우주 모델’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갈릴레이는 자신이 발견한 목성 주변의 희미한 별 네 개를 자신을 후원해준 메디치 가문에게 바쳤다. 메디치 가문의 네 아들에게 하나씩 짝지어주고 ‘메디치의 별’이라 불렀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나 신들만 누렸던,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하늘에 이름을 남기는 엄청난 영광을 후원자에게 안겨준 것이다. 이를테면 삼성의 후원을 받은 천문학자가 새로 발견한 별 세 개에 병철성, 건희성, 재용성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셈이다. 논문 말미에 달랑 어느 재단의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무미 건조한 한마디 사사만 남기는 21세기 천문학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후원자에 대한 엄청난 충성심이라 할 수 있겠다.

갈릴레이는 달의 거친 표면과 태양 표면의 반점, 목성 주변의 위성 등 망원경을 통해 만난 새로운 밤하늘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별의 메신저)’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곧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로마 교황청의 신경을 거슬렀다.

로마 교황청은 1616년 갈릴레이를 불러들였다. 처음 로마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직접 하늘을 보여준다면 추기경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교황청에선 이미 갈릴레이에 대한 처분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들은 완강했다. 갈릴레이의 망원경에 이상한 속임수가 있다면서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는 것조차 거부했다.

결국 교황청은 갈릴레이의 발견에 대해 “철학적으로 우매하고 신학적으로 이단적이다”라는 공식 평가를 남겼다. 그리고 그에게 서약을 강요했다. “태양이 하늘의 중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지구가 하늘의 중심에 있지 않고 이중으로 움직인다”는 두 가지 주장을 앞으로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강제 서약이었다. 갈릴레이는 이 서약을 한 끝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와 친분이 있는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 우르바노 8세로 즉위한 것이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지난 과오를 씻고자 우르바노 8세에게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모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모델 두 가지를 균형감 있게 비교하는 책을 새로 써보겠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교황도 흔쾌히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갈릴레이는 밀물과 썰물 현상에 주목했다. 뉴턴이 중력을 발견하기 전이라 지구의 바닷물이 달의 중력에 붙잡혀서 밀물 썰물이 생긴다는 이해는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갈릴레이는 지구가 마치 바닷물을 담고 있는 양동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돌리면 (이니셜 D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그 안에 담긴 물이 출렁거린다. 갈릴레이는 밀물과 썰물이 바로 이렇게 바닷물을 담고 있는 거대한 양동이, 지구가 돌고 있기 때문에 바닷물이 출렁거리면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당시 갈릴레이는 이러한 논리로 밀물과 썰물이 가장 강력한 지구 공전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갈릴레이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밀물과 썰물이 지구 공전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사진=wikimedia commons

그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새로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가상의 인물 세 명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반으로 한 심플리치오, 코페르니쿠스를 기반으로 한 살비아티, 그리고 둘 사이에서 사회를 보는 현명한 시민을 상징하는 사그레도,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한다.

갈릴레이는 원래 책의 이름을 ‘밀물과 썰물, 조수 현상에 대한 대화’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황청이 허락하지 않았다. 제목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갈릴레이는 ‘두 가지 세계의 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물론 내용은 밀물과 썰물을 지구 공전의 증거로 제안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다뤘다.

그런데 당초 교황과 한 약속과 달리, 갈릴레이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지구 중심 우주 모델을 바보처럼 묘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상징하는 캐릭터의 이름 자체도 ‘바보 멍청이’를 의미하는 심플리치오다. 말 그대로 단순 무식한 미스터 심플로 만들어버렸다. 책은 대화가 진행되면서 현명한 시민 사그레도가 코페르니쿠스를 상징하는 살비아티 쪽으로 완전히 마음이 기우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갈릴레이가 처음부터 교황을 속이려 했는지, 아니면 균형감 있게 쓴다고 썼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흘러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책을 본 교황은 분노했다.

결국 1633년 갈릴레이는 교황청에 끌려가 세 차례에 걸쳐 재판을 받는다. 교황청은 성경에 등장하는 주요 구절들을 근거로 갈릴레이가 이단이라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여호수아 10장 13절’의 “(움직이던) 해는 중천에 멈춰 하루 꼬박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라는 구절이나 ‘전도서 1장 5절’의 “떴다 지는 해는 다시 떴던 곳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와 같은 구절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앞서 1616년 갈릴레이가 강요 끝에 한 서약이 발목을 잡았다. 교황청은 그 서약을 처벌의 법적 근거로 삼았다. 결국 갈릴레이는 1616년 교황청에 맹세한 서약을 스스로 어기고 또 다시 태양 중심 우주 모델과 지구의 공전을 책으로 펴냈다는 죄로 유죄가 선고됐다.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을 받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 이미지=wikimedia commons

슬프게도 갈릴레이는 자신의 위대한 발견과 코페르니쿠스의 재발견을 모두 철회하고 자신이 한 주장이 모두 이단적이라고 참회해야 했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거짓 의견을 완전히 버릴 것이며, 앞으로 이단의 의혹을 받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말이나 글로 주장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맹세 덕분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황청은 갈릴레이에게 남은 평생 집에 갇혀 지내는 종신 가택 연금을 내렸다. 3년 동안 매주 7대 고해성시를 음송하라는 벌도 내렸다. 갈릴레이가 죽은 이후 장례식과 묘비도 금지했다.

오랜 시간 망원경으로 태양과 밤하늘을 바라본 갈릴레이는 말년에 거의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위대한 발견과 용기 있는 책 출간으로 인해 평생 교황청에 시달렸던 갈릴레이는 1642년 1월 8일 아르체트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교황청의 장례식과 묘비 금지령으로 인해 그의 시신은 산타크로체 성당의 작은 예배당 구석에 묻혔다.

다행히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난 지 95년이 지난 1737년, 피렌체 출신의 새로운 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즉위하면서 갈릴레이의 시신이 제대로 이장됐다. 그런데 당시 이 과정에서 갈릴레이의 치아와 척추뼈 하나, 그리고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이 사라졌다. 갈릴레이를 추종한 제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서 벌인 일이었다. 당시 이들이 갈릴레이의 오른손가락을 가져간 것은 바로 망원경을 잡고 하늘을 가리켰던 손가락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거의 300년 동안 종적을 감췄던 갈릴레이의 손가락은 2009년 골동품 수집가가 발견했다. 이후 철저한 DNA 분석 결과 그동안 사라졌던 갈릴레이의 손가락이 맞는 것이 확인됐다. 살아 생전 망원경의 렌즈를 깍고, 하늘을 가리키고, 추기경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재판장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며 싹싹 빌었을 갈릴레이의 손가락은 그의 시신과 함께 묻히지 않은 채 별도로 보관되어 세상에 공개가 됐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더 거대한 우주가 있음을 알려주며 장막 너머 더 넓은 우주를 가리키고 인도하고자 했던 손가락이다.

현재 전시되어 있는 갈릴레이의 손가락. 사진=Istituto e Museo di Storia della Scienza di Firenze

갈릴레이가 재판장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몰래 속삭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정말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당시 재판장의 속기록이나 이후 갈릴레이가 지인과 주고 받은 그 어떤 편지에서도 이 문장이 명확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역사가들은 1837년 벨기에 출신 화가 유진 반 멜데겜(Eugene van Maldeghem)이 갈릴레이를 기리며 그린 그의 초상화 그림 속에서 이 도시 전설의 기원을 찾곤 한다. 그림 속 지친 듯한 표정의 갈릴레이 바로 앞 벽에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Eppur si muove)”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이 문장이 등장하는 최초의 문헌이 바로 이 그림이다. 많은 역사가들은 반 멜데겜이 갈릴레이를 기리면서 나름의 유머로 어쩌면 갈릴레이가 당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그려넣은 문장일 것으로 유추한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소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그림. 그림의 왼쪽 벽면에 이 문장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추석 연휴에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갈릴레이를 떠올렸다. 그도 약 400년 전 똑같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낯선 우주를 마주했을 것이다. 갈릴레이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눈앞의 실재하는 증거를 받아들인 진실한 과학자였다.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400여 년 전 태양 중심 우주 모델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누명을 쓴 갈릴레이에게 정식으로 사면을 발표했다. 바로오 2세는 교황청도 당시의 이해 안에서는 타당한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 옹호하면서도 현 시대의 관점에서 봤을 땐 명백한 과오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갈릴레이의 억울함이 비로소 풀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 손가락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 세상의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향해 꿋꿋하게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용기를 우린 가질 수 있을까? 2009년 우연히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갈릴레이의 손가락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용감한 손가락이 아닐까?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