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를 겪으며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했다. 유통업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있는 산업인 만큼 보다 빠른 대응과 혁신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유통업계 라이벌로 손꼽히는 신세계와 롯데도 쇼핑 플랫폼을 개편하고 임원 인사를 강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를 모색 중인 신세계 성장동력 ‘SSG닷컴’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실험에 적극적이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며 직원들에게 혁신의 키워드를 전달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의지에 힘입어 신세계는 유통업계에서 다양한 이슈를 만들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유통과 스포츠가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통업계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신세계의 신성장 사업은 ‘SSG닷컴’이다. 신세계는 SSG닷컴 매출을 2023년까지 10조 원 규모로 끌어올려 국내 1위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4년 초 선보인 SSG닷컴은 신세계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 계열사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으로 관심을 받았다. 특히 2014년부터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던 SSG닷컴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새벽 배송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며 큰 수혜를 봤다.
SSG닷컴의 2020년 3분기 누적 거래액은 2조 8290억 원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적까지 합치면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9556억 원으로 2019년 한 해 매출액인 8442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성장세는 눈여겨볼 만하지만 적자 문제는 해결 못 한 숙제로 남아있다. SSG닷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1억 원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식품이나 생필품 등 낮은 마진율의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시장의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 등이 높아 대부분 기업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보면 적자폭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SSG닷컴의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통해 적자 부분은 앞으로 계속 줄여나갈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잡고 SSG닷컴의 변화를 모색 중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1월 28일 정 부회장은 네이버 사옥을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났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함께했다. 신세계 측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직 없다는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온라인과 유통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있을지 논의하는 포괄적 자리였던 걸로 안다. 이후 논의가 발전된 부분은 없었다. 타 기업과의 추가적인 만남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후발 주자로 존재감 미미한 ‘롯데온’, 시장 뒤집기는 가능할까
유통 강자로 손꼽히던 롯데는 예전의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5대 기업 꼴찌’라는 꼬리표마저 따라 다니고 있다. 업계에서는 ‘혁신’보다 ‘안정’을 좇는 롯데의 DNA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이다.
롯데가 선두주자로서 시장을 리드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사가 신규 사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면 뒤에서 반응을 살피다가 후발 주자로 들어가 물량공세로 뒤집는 게 롯데만의 전략으로 꼽혔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해가면서 롯데의 이런 전략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소비자에게는 ‘시대에 뒤처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하반기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롯데마트는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총정보량과 호감도에서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롯데가 트렌드를 리드하던 때도 있었다. 1996년 선보인 롯데인터넷백화점(현 롯데닷컴)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로 경쟁사인 신세계 사이버쇼핑몰(현 신세계몰)보다 1년이나 앞섰다. 당시 온라인 쇼핑몰은 일본에서 처음 상용화됐고,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가장 먼저 선을 보였다. 롯데인터넷백화점은 ‘유통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고, 각종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할 정도였다.
선두주자로 출발했지만 정작 온라인 사업이 본격화된 지금은 롯데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커머스 시장이 100조 원 규모를 넘어선 2018년 들어서야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했고, 롯데의 7개 계열사 쇼핑몰을 통합한 플랫폼 ‘롯데온’은 2020년 4월에서야 출범했다. 그마저도 출시 직후 시스템 마비 등의 불안정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혹평을 받았다. 롯데는 시스템 오류 해결에만 4~5개월을 허비했고,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초기 고객 잡기에 실패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월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롯데온의 부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다른 이커머스와 비교해 특별한 차별점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채널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물량공세 전략으로만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조 원가량의 물량을 투입해 ‘롯데온세상’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11월에도 ‘어게인 72시간 롯데온세상’ 행사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인 ‘퍼스트먼데이’를 매주 월요일 진행 중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롯데라는 브랜드 때문에 외부에서 갖는 기대치가 컸다. 그에 부응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비 최근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롯데가 보유한 4000만 개 이상의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롯데마트나 백화점 부문의 그로서리(신선식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다. 이 부분을 강화해 나가면서 차별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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