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레드오션이 된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 업체들과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최근 중고나라·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후발 주자가 생겨나는 가운데 재화를 한정하거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업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의 2020년 7월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중고거래 이용자 수는 2018년부터 매년 45%, 66%, 117% 성장했다. 닐슨코리아클릭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해 ‘시간이 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탐색하고 소통하는 채널’ 혹은 ‘원하는 물건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현재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중고’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뜬다. 얼핏 봐도 애플리케이션(앱)이 200여 개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를 제외하면 생경한 앱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전략으로 생존해 나가는 중이다. 가장 보편적으로는 상품 계열을 한정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많았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의류, 오토바이, PC·노트북, 서적, 자전거, 명품, 화물차, 스포츠용품 등 특정 범주의 중고 제품들만 사고파는 플랫폼이 즐비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자가 많아져 경쟁이 불가피할 경우 전문성을 추구하는 특화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앱들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의류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아직 언론에 노출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전문성을 키우는 업체도 눈에 띈다. ‘클로젯셰어(Closet Share)’는 회원들의 의류, 가방을 공유해 거래를 유도하는 패션 공유 플랫폼이다. 명품 의류나 가방을 중고로 판매할 뿐만 아니라 타 이용자가 등록한 옷을 빌릴 수 있고, 입지 않는 내 옷을 남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잘 입지 않는 의류나 가방을 플랫폼을 통해 빌려주고 달마다 수익금의 일부를 배당받을 수 있다. 대여 시에는 단기 렌털도 가능하지만, 월간 구독 서비스를 통해 달마다 새로운 옷과 가방을 정해진 수만큼 받아볼 수 있다.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비싸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클로젯셰어를 통해 구매를 망설였던 의류나 가방을 대여하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제품을 사용하다가 마음에 들면 구매를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고, 또 중고로 사는 것이기에 가격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를 주력 서비스로 제공하는 중고거래 플랫폼도 등장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이용자 대부분이 불편하더라도 직거래를 선호한다. 비대면 거래는 사기 위험이 큰 까닭이다.
몇몇 업체들은 이러한 한계를 기술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은 2020년 10월부터 직거래 서비스를 폐지하고 비대면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헬로마켓은 자체 개발한 안전결제 솔루션 ‘헬로페이’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관리한다. 헬로페이는 구매자가 지급한 거래대금을 헬로마켓이 보관하다가 거래가 종료되면 판매자에게 거래대금을 지급하는 안전결제 솔루션이다. 물건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물건이 배송되면 거래대금은 구매자에게 환불된다.
이후국 헬로마켓 대표는 “우리나라 중고거래 플랫폼은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개인 간 직거래를 통해 이뤄지면서 전문성과 신뢰도 결여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10년 동안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니 플랫폼이 사건이나 사고를 관리하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가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첫 달은 일시적으로 이용자가 감소했지만, 이내 다시 회복됐고 이제는 증가세다. 앞으로도 중고거래가 안전하게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파라바라’는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무인 자판기를 통해 실현한 스타트업이다. 판매자는 무인 중고거래 자판기 파라박스에 전화번호와 상품 설명, 가격을 입력한 뒤 판매할 중고 상품을 넣어두면 된다. 누구든 값을 지불한 후 사물함을 열어 상품을 가져갈 수 있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날 일은 없다.
2020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파라바라는 현재 수도권에 파라박스 30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달마다 거래량이 50%씩 늘어날 정도로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는 “직거래나 택배 등의 중고거래 방법은 저마다 단점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던 사람으로서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무인 자판기를 고안했다. 파라바라를 통해 기존 중고거래의 단점을 해결하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소매상 진화 발전이론 중 아코디언 이론에 따르면 초기 소매점은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춘 ‘종합 점포 형태’로 시작한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이 그 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매점은 한정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문성을 갖춰나간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이 이 지점에 있다. 재화를 한정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문성을 지니는 앱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올해는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옥석이 가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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