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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1 리포트]② 인텔과 AMD,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의 PC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 모바일 PC 시장 약진…저마다 강점 내세운 기 싸움 '치열'

2021.01.13(Wed) 15:46:53

[비즈한국] 반도체는 CES의 아주 중요한 주역입니다. 반도체, 특히 프로세서의 영역은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의 영역이었고, 이는 좁은 범주의 가전이라는 시각으로 보자면 컴퓨터가 CES에 등장하는 것은 조금은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가전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고, 게임은 더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마트 가전, 인공지능, 로봇 등 가전의 역할이 넓어지면서 반도체의 역할과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새로운 TV와 함께 이미지 프로세서를 소개했습니다. TV의 화질을 결정하는 데에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반도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화면이 커지고,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한 프레임이 오차 없이 동시에 보여야 하고, 프레임 사이의 보간도 매끄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4k, 8k 콘텐츠가 부족한 현재로써는 해상도를 올려주는 업스케일링도 프로세서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가전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 역시 반도체가 핵심이고요.

 

이 반도체에서 인텔과 AMD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 회사는 이번에도 새로운 프로세서들을 내세웠습니다. 다만 여러 영역의 확장을 언급하던 이전과 달리 담백하게 PC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CES2021서 AMD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리사 수 CEO. 사진=AMD 제공

 

AMD 리사 수 CEO는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PC가 약 3억 대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년간 PC 판매량은 꾸준히 떨어져서 2억 6000만 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게이밍 PC 시장이 성장하면서 하락세가 완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업무와 비대면 수업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결국 PC’라는 수요가 생겨난 셈입니다. 3억 대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도 PC 시장에 고무적일 뿐 아니라 최근의 AMD는 이전과 달리 PC 시장에서 인텔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 꽤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CES에서 두 회사가 꺼내 놓은 프로세서들은 지향점이 비슷합니다. 모바일용 프로세서와 고성능 데스크톱 프로세서입니다. 시장이 원하는 컴퓨터는 여전히 고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게이밍 PC로 대표되지만, 게임 이상으로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이 역시 강력한 CPU와 그래픽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모바일 프로세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장이 됐다. 사진=인텔 제공

 

인텔은 11세대 코어H 프로세서를 공개했습니다. 두께 16mm 이하의 얇은 모바일 컴퓨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입니다. 하지만 8코어, 16 스레드에 최대 5GHz로 작동합니다. 또한 4세대 PCI 익스프레스를 써서 최대 20레인으로 그래픽카드와 통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데스크톱에서만 16레인을 쓸 수 있었고, 모바일은 4레인이 대부분이었는데, 모바일에서도 20레인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병목 현상 없이 작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AMD 역시 고성능 모바일용 프로세서 라이젠 5000시리즈를 공개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지난해 말 공개했던 젠3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고, 최대 4.8GHz, 8코어 16 스레드로 작동하는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입니다. 이전 세대보다 개별 코어 성능이 23% 높아진 것이 눈에 띕니다.

 

기업용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날을 세웠습니다. 인텔은 모바일 플랫폼인 이보(EVO)에 기업용 v프로를 접목한 이보V를 공개했습니다. v프로는 오랫동안 인텔의 비즈니스 노트북에 쓰여 왔던 기술입니다. 하드웨어 칩으로 보안을 높였고, 원격 지원이나 시스템 관리가 수월합니다. 분실이나 도난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있기도 합니다.

 

인텔를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이보를 기업용 시작에 접목한 이보V를 발표했다. 사진=인텔 제공

 

AMD도 비슷한 라이젠 프로 5000시리즈 칩을 발표했고 1분기 중에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 비즈니스용 노트북에 대해 무게 있는 언급을 한 게 꽤 오랜만의 일인데, 아무래도 원격 업무 수요가 늘었고 더 나은 성능과 탄탄한 보안이 요구되는 ‘진짜 상황’이 일어난 것 때문일 겁니다. 직접적인 수요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또 한가지, 인텔은 새로운 프로세서를 꺼내놨는데, 바로 하이브리드 형태의 x86 프로세서입니다.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가 한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ARM 계열 프로세서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빅리틀’ 구조를 옮겨놓은 것이죠. 이를 통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코어를 이용해 멀티 코어 성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코드명 ‘앨더 레이크(Alder lake)’로 불리는 이 프로세서는 하반기에 출시됩니다.

 

리사 수 AMD CEO가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 라이젠 프로 5000시리즈를 선보이는 모습. 사진=AMD 제공

 

AMD는 키노트를 통해 파트너들과 원격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특히 콘솔 게임기 시장에 대한 설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파노스 파네이 마이크로소프트 디바이스 총괄은 직접 엑스박스 시리즈 X의 성과에 대해 언급했고, AMD가 새로 스폰서를 맡은 F1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과 플레이스테이션5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두 회사의 발표는 컴퓨터와 컴퓨팅 그 자체에 집중됐고, 어떻게 보면 칩 이야기들이 식상하고 재미없을 수 있지만 지난 1년 코로나 19를 겪으며 경험한 시장의 변화와 바라보는 지향점에 대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텔로서는 최근 AMD의 약진에 속이 상하겠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오랜만에 PC 시장은 성장했고, 다시금 뜨거운 경쟁 구도도 생겼습니다. 게임과 영상 편집 등 그 수요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겁니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 여전히 뜨거운 미래가 앞에 놓여 있지만 당장 PC 시장 붐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인텔과 AMD의 발표는 오랜 팬들에게 정보 이상의 무엇인가를 던져준 듯합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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