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신증권이 2019년 5월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신증권은 이 과정에서 라임 펀드의 리스크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신증권은 신규 설정을 중단한다. 하지만 여기서 대신증권의 행보가 갈린다. 특혜성 펀드이자 김부겸 사위 펀드로 알려진 테티스 11호 펀드에 대한 환매 조치에 들어갔다. 환매 조치에 들어간 시기는 신규 설정을 중단한 지 2주도 안 된 시점이었다.
반면 기존 일반 고객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추가납입을 희망하는 피해자에게 신규 설정 중단 이후에도 추가로 자금을 투자받았다.
그동안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2019년 5월 감사’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다. 피해자들이 이 이야기를 접한 시점은 올해 초다. 대신증권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지난해 5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 이후 신규 펀드가 중단됐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대신증권은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즈한국의 취재 결과 당시 피해자들이 ‘감사’라고 주장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신증권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초중순 무렵 길기모 대신증권 리스크관리 부문장(CRO)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설명 자료와 판매 현황에 대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피해자들 “대신증권 내부 감사했다” 확인 결과 실제 라임 펀드 조사 진행
같은 달인 5월 20일에는 실무자가 라임자산운용이 작성한 펀드 제안서 등 자료를 전달했고, 1~2일 후 리스크 분석팀, 리스크 관리 부장, 길기모 부문장이 참석해 내부 협의를 통해 자산운용 펀드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는 신규 설정 중단이었다. 자료에서 밝힌 신규 설정 중단 이유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산 중 상당수가 코스닥 기업 CB, 대체투자자산 중 후순위, 매출채권 유동화 등 경기 민감도가 높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코스닥 기업의 상장폐지가 증가하고 부동산 경기 하락 위험이 확대되는 등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 리테일 판매금액(약 2546억 원)이 증가하고 있어 펀드의 신규 설정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함.”
조사 결과 대신증권은 신규 설정을 유치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당시 이미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화로 대규모 피해자가 양산될 만큼 피해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신증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라임 펀드에 대해 조사했다면 사실상 감사에 준하는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감사실보다 리스크관리 본부가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서 라임펀드에 가입한 한 피해자는 “해당 자료는 윤창현 의원의 요구에 의해 대신증권이 불가피하게 작성한 자료인 만큼 축소된 정보만 담겨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대신증권이 말하는 ‘환경의 부정적인 변화’는 라임 펀드의 부실화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변화”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도 당시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화가 꽤 진행됐던 시기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11월 라임자산운용은 해외사무수탁사로부터 ‘IIG펀드(무역펀드)’의 부실, 청산 관련 이메일을 수신한 뒤 정상펀드로 부실을 전가한 뒤 펀드의 부실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비슷한 맥락으로 피해자들은 라임 펀드 조사 후 2주가 채 안 된 시점에서 특혜성 펀드이자 김부겸 전 의원의 사위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테티스 11호 펀드(관련기사 메리츠증권으로 넘어간 '라임 펀드' 대신증권이 관리하는 까닭)가 대규모 환매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대신증권은 2019년 6월 3일부터 테티스 11호 펀드에 대한 환매를 진행했다. 환매 금액은 총 275억 원 규모다. 2019년 4월 18일 367억 원 규모로 설정된 테티스 11호 펀드는 신규 설정 이후 두 달도 안 돼 환매를 한 셈이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인 피해자들에게는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추가로 투자금을 받기도 했다. 이는 조사 다음달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한국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한 피해자는 2019년 6월 10일 추가로 투자금을 납입했다. 펀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신규 설정을 중단한 상황에서 오히려 기존 개인 투자자에게는 신규로 투자금을 유치한 셈이다.
피해자 A 씨는 “대신증권이 라임 펀드가 추가 가입을 받지 못할 정도의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일반 가입자에게는 추가 납입을 받는 기만적 행태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증권 “라임과 다른 펀드 함께 조사…테티스 11호 가입자 누군지도 몰라”
대신증권 관계자는 “2019년 5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해 조사하던 시점에 사장뿐 아니라 대신증권에서 라임 펀드의 부실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장이 신규 펀드 중단에 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대신증권의 사장은 나재철 사장과 양홍석 사장 두 명”이라면서 “장영준 센터장이 지칭하는 사장이 누군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주 법인의 200억 원대 펀드 신규 설정 중단과 관련해 상품기획부에서 상품이 기획되고 리스크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신규 설정이 결정되는 구조라 사장이 신규 펀드 중단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당시 회사 차원에서 확인한 결과 2019년 신규 설정을 중단하기로 한 이후 신규 설정에 대해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의조차 안 된 펀드에 대해 사장이 신규 설정을 막을 이유는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지난해 5월 조사는 의례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뿐 아니라 다른 펀드에 대해서도 함께 진행된 것”이라면서 “특정 자산운용사의 단일 상품에 대한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된 투자금) 확대에 따라 신규 설정을 중단한 것이지, 라임 펀드의 부실화를 인지하고 신규 설정을 중단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테티스 11호 환매 의혹에 대해서는 “테티스 11호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를 유치하고 설계한 펀드로 대신증권에서는 계좌만 열어준 것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가입자가 누군지 전혀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좌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환매를 해줬다는 지적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향후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A 씨는 “라임 펀드 관련 재판에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장영준 센터장에게 라임 펀드를 가입한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진술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대신증권이 이종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고객의 가입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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