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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막힌 신약 임상시험, '가상임상' 실현 가능성은?

전 세계 1670개 임상 중단…100% 비대면 가상임상 해외는 이미 시작, 국내선 신뢰성 등 한계

2020.12.08(Tue) 15:34:07

[비즈한국]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제약·바이오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신약의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대형 제약사는 상황이 낫지만, 연구개발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중소 제약사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안으로 환자가 임상시험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원격으로 임상에 참여하는 ‘가상임상’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제약·바이오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신약의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 품절되고 해외 임상시험 수탁기관과는 연락 어려워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타격을 비켜나가지 못할 거라는 예상은 올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병·의원마다 외부 제약사 직원의 방문을 금지하고 환자들도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면서 임상에 차질을 빚으리라는 얘기가 나왔고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9월 유경상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학의학회지(JKM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제약사의 52%가 코로나19로 인해 임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올가을 확산세가 주춤하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연일 6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3차 대유행’으로 접어들자 제약·바이오업계의 고민도 다시 시작됐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임상 참여 환자들이 의료기관 내원과 입원을 원활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기존 신약 임상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원료의약품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용 시료를 제약사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일부 의약품 원료의 경우 원개발사 사정으로 세계적으로 동난 경우가 여럿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의약품을 만들 재료가 없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15년 이후 20%대에 머물고 있다.

 

올가을 확산세가 주춤하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연일 6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3차 대유행’으로 접어들자 제약·바이오업계의 고민도 다시 시작됐다.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신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에 착수한 기업들의 고충도 크다. 이들 기업은 외국 CRO(임상시험 수탁기관)에 임상 조율 업무를 맡기게 되는데, 현재 글로벌 CRO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 이 관계자는 “CRO나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성격의 업체가 셧다운 혹은 재택근무 체계로 전환해 소통 속도가 느려졌다”며 “또 (임상을 진행하려면)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중앙기관과 임상 허가를 위한 미팅 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 임상 착수가 더욱 늦어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임상 국내외 기업 관심 커지지만…

 

임상시험 지연 문제는 국내 제약사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4024개의 임상이 중단됐고 이 중 1670개는 코로나19를 임상 중단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해외에서는 ‘가상임상’이 이제 막 주목받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임상 시장은 2027년까지 137억 8000만 달러(1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임상(원격 임상)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등으로 임상 대상자가 원격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가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처럼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기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임상기관에서는 원격 의료를 사용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한다. 2019년 11월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은 개인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해 대면 방문 없는 100% 가상임상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방세동 실시간 감지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국내에서 완벽한 가상임상은 아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임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법상 진료·처방이 아닌 단순한 확인 업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유선 등을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에서 실시하는 가상임상은 환자가 임상 실시 기관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임상에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선 임상 참여자가 한 번도 내원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임상시험용 의약품 배송 문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전화상담·처방, 대리처방 및 시험 참여자에게 의약품 배송공급 등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계획서에 따라 임상시험 의약품 공급 및 관리를 돕고 의약품을 임상 참여자에게 직접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존속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언택트’와 ‘AI’를 토대로 한 가상임상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임상연구 솔루션 제공 기업인 메디데이터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분석 모바일 앱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커졌다. 또 지역 간 이동 제한으로 시험기관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임상시험 모니터 요원이 근거 문서 검토를 돕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시험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하고 지원하는 서비스에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9월 식약처가 임상 참여에 대한 전자동의를 허가하면서, 11월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이를 도입하는 등 실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임상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인식도 있다. 앞서의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약물의 임상시험이 진행될 경우에는 임상 참여자가 내원해 약동·약력학적 효과, 독성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함으로써 해당 약물의 효능이나 부작용 등을 담당 전문가(의사)가 판단한다. 원격으로 자신의 증상을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한계가 존재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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