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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리포트] HK이노엔 IPO 성공,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에 달렸다

P-CAB 선점효과 누렸지만 경쟁사 늘며 긴장…"PPI 시장 대체는 어려울 것" 전망도

2020.12.01(Tue) 17:24:36

[비즈한국] 류 문명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지만 여전히 각종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적지 않다. 질병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과연 어떤 신약을 준비하고 있을까. 또 반대로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쉽게 신약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뭘까. 비즈한국은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신약을 소개하고 개발 현주소와 전망을 알아본다.

 

내년에도 ‘K-바이오’ 바람을 타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업공개 시장을 달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의 자회사이자 한국콜마홀딩스의 손자회사다.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뒤 지난 4월 사명을 CJ헬스케어에서 HK이노엔으로 변경했다. IPO를 앞둔 HK이노엔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수액제 사업 확장을 위해 신공장을 준공하고, 25일에는 한국MSD와 백신 제품 국내 유통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는 HK이노엔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정도로 관측한다. 이처럼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면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지만, 고민거리도 적잖다. 증가한 매출만큼 수익성이 따라주지 못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K이노엔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 오른 4150억 원,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2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최적의 공모 타이밍을 잡거나 공모 흥행, 혹은 상장 이후 시장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이​ HK이노엔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HK이노엔의 사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에도 ‘K-바이오’ 바람을 타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업공개 시장을 달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업체 중 하나는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HK이노엔 본사. 사진=HK이노엔 제공


HK이노엔은 크게 전문의약품과 H&B(헬스 앤 뷰티)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85%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신약인 ‘케이캡정’의 3분기 누적 매출은 416억 원(매출 비중 10%)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제일약품, 일본 다케다제약의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 HK이노엔은 과연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

 

#HK이노엔 선두 주자지만 대웅제약·제일약품·다케다제약 추격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나 위산이 소량씩 식도로 역류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위 내용물이 양적으로 많아지거나, 비만·임신 등으로 위 내부 압력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에 발생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점막 손상이 확인되는 역류성식도염과 그렇지 않은 비미란성 역류질환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환자 수는 2015년 386만 명에서 2019년 458만 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50대와 60대 환자가 많지만, 불규칙한 식습관과 잦은 음주 등으로 20대 환자도 꽤 늘었다. 20대 환자는 2015년 31만 명가량에서 2019년 38만 명가량으로 증가했다.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1년 내 80~90%가 재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HK이노엔은 지난 2018년 7월 국내 신약 제30호 케이캡정을 시판허가 받으며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캡정은 약효가 빨리 발현돼 한 시간 내에 최대 효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는데, 출시 첫해 264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은 올 1~10월 케이캡정이 거둔 원외 처방실적은 577억 원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은 중국·베트남·​몽골·​싱가포르 등 25개국과 계약을 맺으며 수출길을 열었다. 또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유발 위십이지장 궤양 예방요법 등 추가 적응증 임상 절차를 밟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나 위산이 소량씩 식도로 역류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50대와 60대 환자가 많지만, 불규칙한 식습관과 잦은 음주 등으로 20대 환자도 늘고 있다.

 

HK이노엔이 뛰어든 시장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그 중에서도 P-CAB 제제 시장이다.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은 기존에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제제 약물이 차지했는데, HK이노엔 케이캡정과 같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제제가 출시되며 차세대 약물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PPI는 장기간 투여 시 여러 부작용이 보고되고 야간 위산 분비를 잘 억제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P-CAB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케이캡정은 국내 P-CAB 제제의 선두 주자이고 그에 따라 선점 효과도 누리고 있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 역시 P-CAB 제제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펙수프라잔’ 경구제에 대해 현재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9월에는 펙수프라잔 주사제 국내 임상1상을 허가받았다. 제일약품도 2019년 임상2상을 승인받고 P-CAB 기전 약물을 개발 중이다.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신티’도 2019년 3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된 P-CAB 제제는 케이캡정뿐이지만 다른 약이 출시를 예고한 만큼 HK이노엔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은 점점 커질 거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리라 본다. 대웅제약은 제산제(위장약)를 개발해본 경험이 있으니 한마디로 주특기를 살려 P-CAB 시장에 진출하는 거다. 다케다제약은 다국적 제약사의 영업력을 살려 병원 마케팅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정은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정도가 되어 시장 선점 효과를 충분히 누린 것 같다. 다른 경쟁 제품이 많아지면 그만큼 시장이 커질 수 있다. 적응증 확대를 통해 차별화를 꾀해 격차를 벌릴 예정”이라고 했다.

 

#40년 역사 PPI 약물 시장 삼킬 수 있을까


케이캡정은 국내 P-CAB 제제를 내놓은 선두 주자이고 그에 따라 선점 효과도 누리고 있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9년 1월 강석희 대표가 케이캡정 출시 심포지엄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HK이노엔 홈페이지

 

P-CAB 기전 약물이 PPI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관전할 만한 지점이다. 국내 PPI 시장은 포화 상태다. 심평원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 한미약품 ‘에소메졸’, 일양약품 ‘놀텍’ 등 수백 개에 달하는 PPI 제제 약물이 급여 등재돼 있다. 특히 2019년 위장약 라니티딘에서 불순물이 검출되며 시장에서 퇴출당하자 PPI 제제 처방이 늘어나며 반사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P-CAB 약물은 유한양행이 2007년 1월 ‘레바넥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지만 실적이 저조했다. 2018년부터 유한양행은 레바넥스정100mg(밀리그램) 생산을 중단했고, 지난 4월 유효기간이 만료돼 이 약은 허가가 취하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레바넥스 매출은 현재 미미하다”고 전했다.

 

일부 약사들에 따르면 최근 케이캡정 등 P-CAB 약물 처방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HK이노엔 관계자는 “PPI는 40년 정도 된 계열 약물이다. P-CAB은 시장이 만들어지는 단계인데, 지금도 P-CAB 약물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점차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CAB 약물 시장으로 변화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P-CAB이 PPI의 대체재냐 보완재냐는 식으로 볼 수는 없다. 가령 PPI 계열 중에도 기존 부작용 등을 보완한 3세대 약물이 나오고 있다. 결국 환자의 상황에 따른 의사의 판단이 좌우할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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