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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큰형님 월마트가 '아마존드' 되지 않는 비결

본질 유지하며 과감한 투자로 강점 극대화…테크 역량 확보 위해 틱톡 '정조준'

2020.09.23(Wed) 16:28:06

[비즈한국] ‘아마존드(Amazonned)’라는 말이 있다. 혁신을 무기로 내세운 아마존의 전산업에 걸친 침공에 경쟁력을 잃고 속수무책 시장을 뺏겨 버린다는 뜻으로, 한국식으로는 ‘아마존 당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입지에 안주하며 변화에 굼떴던 전통 강자들이 무수히 ‘아마존드’ 되어왔다.

 

1962년에 창립해 60살이 되어가는 미국 대표 소매점 월마트는 아마존의 직접적인 습격을 받은 분야의 대표 주자임에도 ‘아마존 당하’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몸집 무거운 전통의 대기업임에도 빠르고 과감한 디지털 전환 투자들을 단행하면서 ‘국민 마트’라는 본질은 훼손하지 않는 지혜를 보여줬다. 이는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모범이 되었고, 코로나19가 덮친 어려운 시기에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다.

 

하지만 아마존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마존이 이제부터 보여줄 저력은 더 무서워진다. 월마트가 ‘아마존드’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도 계속 한숨도 돌릴 새가 없다는 얘기다. 월마트가 틱톡에게 손을 뻗는 이유, 정확히는 오라클 같은 테크 거인과의 연대를 통한 틱톡 수혈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은 드론 배송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고정익 드론 배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월마트 제공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모범생’ 월마트

 

월마트는 스타벅스, 도미노피자와 함께 모범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업으로 칭송받는다. 세 기업의 공통점을 보면 기술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자사 비즈니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며, 자사 역량을 확장하고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부문 강화와 배송 역량 강화를 위해 제트닷컴, 플립카트 등을 인수하는 등 아마존을 정면 겨냥한 투자를 아낌없이 단행했다. 월마트는 온라인 주문-오프라인 픽업 체계를 도입해 아직 오프라인 장보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픽업하는 서비스는 코로나19 국면에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장점들로 월마트는 지난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 전자상거래는 97% 급증했다. 

 

최근 월마트는 ‘아마존 프라임’의 대항마 구독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 연 119달러의 아마존 프라임보다 더 저렴한 연 98달러에 무료 총알 배송을 제공한다. 아마존 프라임은 영화, TV 시리즈 등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프라임 비디오’ 제공이 강점이다. 월마트 플러스는 그런 건 없지만 결제 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스캔앤고’ 서비스와 주유소 할인 서비스 등 월마트만의 특장점을 제공한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지점에 ‘월마트 헬스’를 운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월마트 제공

 

#극장, 병원…명백한 우위 ‘오프라인’으로 지역사회 품어

 

사실 월마트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부두(Vudu)’를 보유했었지만,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리지날 콘텐츠에 돈을 쏟아 붓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프라임 비디오와 무모한 경쟁을 해야 했을 텐데, 월마트는 그럴 역량을 ‘옴니채널 리테일(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로 소매 사업)’ 강화에 집중, 즉 자사 역량 극대화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월마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다고 오프라인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월마트는 전역 5352개의 매장을 뒀다. 미국인 90%가 10마일 거리 내에 월마트를 두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월마트는 주민들이 모임을 할 수 있고, 의료, 미용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차장을 드라이브인 극장으로 활용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마트 헬스’다. 월마트는 현재 미국에 총 6개의 ‘월마트 헬스’ 지점을 운영하며 1차 진료와 치과 진료, 심리상담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올해 말까지 지점을 7개 더 늘리고, 내년에 또 추가로 7개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재방문 예약이 50%에 달하며, 점차 환자들이 1차 진료 위주에서 전문 진료, 만성 질환 장기 진료로 전환하고 있다는 게 월마트의 설명이다. 

 

#드론 배송, 서드파티 판매자 금융지원 등 아마존 정면 겨냥

 

월마트가 아마존 침공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해 보면, 전자상거래 활성화, 배송 혁신 등 아마존이 이끄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자사의 본질을 버리지 않고 경쟁자에게 없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함께 구사하면서, 가망 없는 경쟁은 과감히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의 미덕까지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월마트는 아마존에게 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부지런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월마트는 집라인과 손잡고 내년부터 고정익 드론 배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월마트의 마켓플레이스 내 서드파티(Third party) 판매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골드만삭스와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모두 아마존이 먼저 시작한 일들이다. 월마트는 최소한 자사의 왕국인 유통 부문에서만큼은 아마존에게 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월마트는 아마존과 겹치는 부문에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유통 시장 내 굳건한 지배력을 지켰고 지역사회를 더욱 품었다. 

 

월마트는 마켓플레이스 서드파티 판매자들 금융 지원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진=월마트 제공

  

#이제부터 진짜 전쟁, 틱톡-오라클은 ‘천군만마’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부터 펼쳐질 미래다. 월마트가 아마존에 비해 부족한 것, 클라우드 컴퓨팅, AI, 빅데이터 등 테크 역량이다. 

 

아마존에게 아직 월마트만큼의 매장 수는 없지만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인프라, AI 기술력으로 무장한 고도의 고객 분석과 마케팅을 무기로 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실제로 아마존은 올해 결제할 필요가 없는 무인 매장 ‘아마존고’를 선보였다. 홀푸드 인수로 신선식품 부문도 보강한 만큼 오프라인 유통 부문에서 아마존이 향후 보여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틱톡 미국 사업 법인이 될 틱톡 글로벌 지분 인수 협상에 참여중인 월마트가 혼자가 아닌 테크 거인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이유다.

 

월마트가 60여년동안 쌓아온 이 모든 공든 탑들이 막강한 기술로 무장한 아마존의 거대한 생태계에 어떻게 공격당하고 무너질지 모른다. 월마트는 당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기로 한 바 있으나 현재는 오라클이 그 자리에 들어왔다. 두 테크 거인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 AI 기술력 등을 보유해 월마트의 아마존 전쟁에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다. 

 

월마트는 최근 오라클과 손잡고 틱톡 미국 사업 지분 인수에 나섰다.

 

틱톡 그 자체도 월마트에게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소셜커머스, 라이브 커머스라는 강력한 판매 채널과 16~24세 중심의 강력한 잠재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틱톡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로 제품을 소개하고, 팬들은 이를 보며 바로 할인 혜택과 함께 구매하는 식으로, 엔터테인먼트+쇼핑이라는 새롭고 젊은 방식의 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틱톡은 미국 유저만 1억 명, 전세계 월간 활성 유저가 7억 명에 가깝다. 이와 함께 틱톡의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들의 성향과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큰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이를 위한 빅데이터 기술 강화 측면에서도 테크 거인과의 파트너십은 현명한 처사다. 

 

다만 이번 월마트-오라클의 틱톡 글로벌 지분 인수 협상은 미국과 중국 양측간의 첨예한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설령 이번 건이 무산되더라도, 필사적으로 ‘아마존드’에 저항하며 경쟁력을 크게 키운 월마트인 만큼, 향후 AI 시대에서는 어떻게 생존하고 거듭나며 존경받는 큰 형님으로 귀감이 될지 기대된다.​ 

강현주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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