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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로나와 기후위기 속 '제로웨이스트'가 뜨는 이유

'집콕' 늘면서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빈 용기 가져가 직접 담는 방식, 수익 창출은 아직

2020.09.22(Tue) 17:48:24

[비즈한국] ‘모두가 버리지만 모두가 치우지는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가 잠깐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보는 부모와 자식과 자식의 자식과 노동자와 옷가게 주인과 잠수사와 소설가와 시인과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있다.’ 

 

이날 방문한 제로 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가득했다. 사진=김보현 기자

 

​이슬아 작가는 칼럼 ‘쓰레기의 시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서울 망원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의 한구석에도 이 글귀가 붙어 있다. 9월 20일 일요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망원시장 근처 ‘알맹상점’의 10평 남짓한 공간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상호처럼 ‘알맹이’만 판매하는 상점인 걸 미리 알고 왔는지 대부분 손에 빈 용기를 들고 있었다. 

 

#‘알맹이’만 파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 직접 가보니

 

들고 간 작은 유리병을 꺼내 가게 한편에 마련된 부엌에 줄을 섰다. 용기를 씻어서 구매할 물건을 담을 생각이었다. 섬유유연제, 샴푸, 가루세제 같은 생활용품부터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차 등 식재료도 있었다. 방문한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내용물을 담으면 직원이 저울로 무게를 달아 값을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사용법과 유통기한, 가격 등이 적힌 종이가 물건을 담은 통 주변에 붙어 있어 이용이 어렵진 않았다. 가격은 베이킹소다 1g에 4원으로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는 방문한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사진=김보현 기자

 

이외에도 일반 가게와 다른 점이 여럿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알맹상점 공유센터’가 있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놓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자원순환 거점센터를 지향하는 만큼 투명 페트병, 우유팩, 커피가루, 병뚜껑, 렌즈통 등을 고객들로부터 받아 재활용품이 필요한 업체로 보내는 역할도 한다. 

 

20여 분을 구경했지만 결국 가져간 유리병에는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세제, 식초 등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이미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대신 작은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반성했다. 

 

이날 가게를 방문한 신 아무개 씨(29)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집에 배달음식 쓰레기가 쌓이면서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와 한몸으로 몇 달을 살면서 세상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실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쉬운 건 이곳 같은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내 생활권 안에 없다는 점이다. 더 많은 사람의 일상 속으로 다가갈 수 있게 이런 가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동작구 ‘지구샵’, 성동구 ‘​더피커’​, 서대문구 ‘​디어얼스’​, 대구 중구의 ‘​더커먼, 부산 북구의 ‘​천연제작소’​ 등이 있다. 하지만 알맹상점처럼 직접 대용량 제품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방식의 가게는 아직 많지 않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알맹상점은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주말이면 150~20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 ‘핫플’이 됐다. 

 

양래교 공동대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다. 전국적으로 관련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고 있지만 직접 소분해 파는 가게는 많지 않다. 손이 많이 가고, 마진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조금씩 수익이 나긴 하지만 아직까진 3명의 공동대표들이 최저임금을 가지고 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위기감 느낀 개인 참여 늘어 

 

더디게 진행되던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공포감이 환경을 위한 사회적 약속을 무너뜨리면서 반대급부로 위기감이 늘었기 때문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환경을 위해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을 강조하는 사회운동이다. 9월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1.1%, 15.16%씩 증가했다. 외출과 대면접촉을 삼가면서 포장,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네이버카페 ​‘원주파랑맘’​ 회원이 마트에 다회용기를 가져가 물건을 구매한 뒤 올린 인증샷. 사진=네이버카페 ‘원주파랑맘’​

 

환경 고민을 함께 나누는 개인들의 모임도 늘었다. ‘원주파랑맘’ 네이버 맘카페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2017년 원주시의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취소와 미세먼지 등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으로 모여 최근 ‘포장제로라이프’ 캠페인을 시작했다. 포장제로라이프를 실천한 인증샷을 카페에 올려 공유하고 국가와 기업의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도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9월 18일 원주파랑맘 카페 운영진이 ‘포장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22일 오후 2시 기준 1135명이 참여했다. 카페 운영자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과 택배 쓰레기가 늘어 위기감을 느꼈다. 맘카페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있지만 맘카페라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있다고 봤다. 원주 엄마들이 직접 나서서 저지한 SRF 열병합발전소도 이젠 거의 무산 단계까지 왔다. 환경운동 또한 작은 실천을 공유하다 보면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분리수거 쉽게, 쓰레기 적게, 흐름에 기업도 발맞춰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친환경 제품으로 옮겨가자, 기업들도 이에 발맞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포장지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재활용품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생수업계에서 분리수거가 쉬운 라벨을 페트병에 적용하거나, 아예 라벨이 없는 제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실험에 나서고 있다. 유명 커피 브랜드 및 음료업계가 선도적으로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친환경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다.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다. 고객이 신체에 무해한 제품을 고집하거나, 가치소비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면서 대기업들이 먼저 나섰다. 소비층의 전환과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친환경에 투자하는 게 돈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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