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의 투약 환자 안전관리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흘렀다. 인보사 사태는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인보사의 주요 세포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이 지난해 뒤늦게 밝혀져 지난해 5월 허가가 취소된 사건이다. 특히 바뀐 세포인 ‘신장유래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지난해 5월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와의 협의 하에 인보사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15년간 장기추적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8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만일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도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추적관찰 자료를 제출받아 환자 안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과연 인보사 장기추적조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장기추적조사 진행 계획 살펴보니
비즈한국이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장기추적조사 진행 상황은 이렇다. 인보사 장기추적조사를 위한 환자등록 시스템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된 인보사 투약 환자는 지난해 혹은 올해 코오롱생명과학의 환자지원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할 병원을 선택하라는 전화였다. 대상 병원은 서울대병원·일산병원·아주대병원·순천향대병원·인하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경북대병원·부산백병원·동아대병원·창원 경상대병원 등 전국 약 20곳의 상급 종합병원이다.
지정된 병원에서 내원하라는 연락이 오면 투약 환자는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진행한다. 따라서 환자별로 검사 진행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환자들은 인보사 최초 투약일을 기준으로 1~10년째에는 지정 병원에 매년 한 번씩 방문해 검사를 받고, 11~15년째에는 매년 1회 전화문진만 이뤄진다. 환자들은 조사 기간 동안 예정된 날짜에 병원에 정기 방문할 때에만 교통비로 5만 원을 받는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A 병원의 ‘인보사케이주 조사대상자 설명서’에 따르면 첫 방문~5년째에는 활력징후, 신체검진, 혈액검사, TGF-b1 ELISA(효소면역정량법), TGF-b1 PCR(중합효소연쇄반응), RCR 검사, 무릎 엑스레이 등이 이뤄진다. 6~10년째에는 검사가 대폭 줄어 신체검진과 RCR 검사, 무릎 엑스레이만 실시된다. 제2액 세포의 체내 잔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STR 검사)는 첫 방문 시 가능한 한 1회 진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사 기간 동안 악성 종양이 발생하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한다.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지금까지 검사가 진행된 환자 수에 대해 밝히지 않은 탓에 정확한 진행 상황은 파악할 수 없었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관계자는 1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보도자료 형태의 정리된 문서로 나갈 수는 있지만, 과정 중간마다 공개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현재까지 검사가 진행된 환자 수와 거점 병원이 어딘지에 대해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 내용을 밝힐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고,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수치는 환자 개인정보라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 식약처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아직 검사 못 받은 환자도 많다
다만 비즈한국은 인보사 투약 환자 10명과의 전화 및 대면 인터뷰를 통해 장기추적조사 진행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부실한 부분도 발견됐다. 우선 장기추적조사를 위해 검사를 받은 환자가 두 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보다는 상황이 나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있고, 검사 결과도 문자 한 통으로 통보하는 데 그쳐 의아했다는 이도 있었다.
특히 환자들은 검사 일정이 별다른 공지 없이 지연돼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터뷰한 10명의 투약 환자 중 6명은 검사를 받았으나 4명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고, 이 중 1명은 병원 내원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보사 투약 환자 B 씨는 “작년 말에 병원을 지정한 이후 지금까지 연락 한 번 없었다.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간에 지정한 병원이 변경돼 검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환자도 있었다. 지난 27일 만난 C 씨는 “지난해 병원을 지정했는데 5월 말 해당 병원이 최종적으로 검사를 거부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7월 중순에서야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검사를 받은 투약 환자들도 고충이 없지 않았다. ‘이상이 없다’는 문자 한 통으로 결과를 통보하는 병원도 있었고, 두 달가량이 지나도록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검사받았다는 D 씨는 검사 당일 결과가 바로 나와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앞서 인보사케이주 조사대상자 설명서에 따르면 TGF-b1 ELISA, TGF-b1 PCR, RCR 검사는 병원에서 채혈 후 서울의과학연구소에서 해당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검사 항목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도 있었다. 지난해 말과 지난 17일 검사를 두 번 받았다는 E 씨는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공포감이 상당하다. 여동생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서 더욱 불안하다. 그런데 암에 대한 검사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며 “무릎 엑스레이를 찍기는 하는데 암이 무릎에만 나타나는 거냐”고 궁금증을 표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안전관리 대책 일환으로 밝힌 의료 코디네이터 제도의 진행 상황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7월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환자들의 불안과 궁금증 해소 등 집중 관리를 위해 환자와 의료진을 잇는 케어코디네이터가 콜센터(인보사 환자지원센터)에서 일대일 전문 상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보사 환자지원센터 관계자는 3일 비즈한국에 “어떤 면담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우선 우리 쪽에서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거점병원을 지정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추적조사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것이 환자를 위한 진정한 치료 대책일지에 의문이 든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우선 이해당사자가 검사를 진행하는 점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PMS(시판 후 조사) 수준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며 “문제를 일으킨 제약사가 직접 검사를 진행하는 점도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허가 정부 부처인 식약처, 보건복지부 혹은 최소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립중앙의료원이 함께 대책을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대책을 제대로 안 지켰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 코오롱생명과학에 기금을 조성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며 “암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인보사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환자가 굉장히 특이하고 희귀한 확률로 암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가 백혈병 판정을 받고 지난 3월 사망했지만 이에 대해 유족이 소송을 꺼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관련기사 [단독]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투약 49세 남성,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유족은 평소 지병이 없었고 성분이 변경된 인보사의 암 유발 가능성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백혈병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지만 앞서의 전문가들은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며 “병원과 관련된 사항은 잘 모르겠다. 병원 자료는 직접적으로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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