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특별시에서 주거난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이 과도한 임대료와 렌털 비용 등으로 청년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청년주택은 근저당이 1000억 원가량 잡혀 있어 청년주택 운영 수익으로 빚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빚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추후 세입자의 보증금도 떼일 우려가 있지만 서울시에서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비즈한국이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975억 원 근저당 잡힌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서울특별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에 따라 올해 2월 말 서대문구 충정로에 첫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이 완공됐고,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비즈한국에서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하나은행에 900억 원, 시공사인 대보건설주식회사에 약 75억 원을 비롯해 총 975억여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담보목록은 △101동 △102동 △201동의 462세대와 301동 건물과 토지였다.
충정로 어바니엘의 민간임대사업자는 주식회사 원석디앤씨로 주거용 건물 건설업체다. 포털사이트에 인용된 NICE기업정보에 따르면 원석디앤씨의 2019년 12월 기준 매출액은 2억 3800만 원, 2018년 12월 기준 직원 수는 4명이다. 롯데자산개발이 임대운영을 맡고 있다.
원석디앤씨가 소유한 충정로 어바니엘의 민간임대 450세대 중 계약이 완료된 세대는 119가구로 300세대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다. 서울시가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 49세대는 계약이 모두 완료된 상태다.
만일 원석디앤씨가 1000억 원 가까이 되는 채무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과 토지가 경매로 넘어간다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입자가 지금 전세권을 설정해도 1순위인 하나은행과 2순위인 대보건설보다 후순위인 3순위로가 된다.
어바니엘의 등기부등본에 건물과 토지의 가격은 명시되지 않았다. 포털에 명시된 원석디앤씨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어바니엘 임대운영 관계자는 “원석디앤씨 번호를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했으나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서울시 “민간사업자 책임”
서울시에서 청년들을 위해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정작 청년 세입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민간임대사업자가 빚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나더라도 서울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운영 주체가 민간임대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 추진과 민간임대사업자 선정은 모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진행했다. 세입자로서는 서울시와 SH의 이름을 믿고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숭의동 역세권 청년주택 민간임대에 당첨됐다 근저당 문제로 계약을 포기한 A 씨는 “청년주택 운영수익으로 민간임대사업자가 빚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서울시와 SH에 역세권 청년주택의 높은 근저당과 관련해 문의했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만약 민간임대사업자가 작정하고 잠적하거나 부도 나면 전세금 잃을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비즈한국과 통화한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임대와 관련해서 민간사업자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에 빚의 유무는 서울시에서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14일 SH 관계자는 여러 차례의 연락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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