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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택배 급증, 배달노동자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배민 '이륜차 보험' 타다 '유사 4대 보험' 등 기업 차원 대응…"정부 차원 대책" 촉구

2020.02.27(Thu) 18:33:30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으로 누구보다 바빠진 이들은 배달업 종사자다. 정부가 외부 출입 자제를 권고하자 식료품 및 생활용품, 배달음식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정작 배달업 종사자의 안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 미흡한 방안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줘 문제로 지적된다.

 

문앞에 놓인 택배·배달음식을 가져간 시민은 안전할지라도 배달원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26일 송파지역에서 이륜차 배송을 하던 배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배달원은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배스킨라빈스에서 확진자와 대화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주문량이 급증한 데 따라 지난 20일부터 재고 확보와 배송인력 확충 등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21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모든 주문 물량에 ‘전면 비대면 배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문앞 배송​, ​직접 전달​ 옵션을 선택해도 22일 배송 건부터는 문 앞에 택배를 둔 뒤 초인종을 눌러 직접 대면을 피하는 방식으로 배달이 진행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27일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이동이 많은 택배·배달 노동자에 대한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자 온라인 주문은 증가했는데 물품을 전달하는 이들도, 받는 이들도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구체적인 안전 지침 마련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7일 배달원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배달노동자의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라이더유니온 제공

 

코로나19와 같은 특수사태에 따라 업무 강도가 강해진 플랫폼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지침 및 안전장치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마련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는 이달 18일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사정 기본인식과 정책 과제에 대한 기본적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제야 기본 방향을 잡고 노사정 공동 조사연구 체제를 마련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보험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이륜차 배달 종사자들의 보험료가 이슈가 됐지만 정부 기관에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종사자들은 플랫폼 업체가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보험에 안전을 맡기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접촉) 소비가 늘어나 플랫폼업계 종사자의 수도 늘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자체 보험 서비스를 구축한 기업은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승차공유서비스 ‘타다’ 운영사 VCNC​ 정도다. 우아한형제들은 플랫폼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자체 보험을 마련한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KB손해보험, 인슈어테크 업체 스몰티켓과 손 잡고 ‘시간제 이륜자동차 보험’ 상품을 냈다. 우아한형제들은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배달시간을 측정하고, KB손해보험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이더의 보험료를 책정한다.

 

보험료는 시간당 1770원이다. 기존 보험상품이 보험료를 낸 계약기간 동안 적용되는 데 비해, 시간제 이륜차보험은 온·오프 기능처럼 내가 원할 때만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로 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했으며 산재보험 전원 필수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는 한걸음 더 나갔다. 타다가 올해 4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타다 파트너케어’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가입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4대 보험을 표방한다. 보장유형은 상해·실업·​건강·​노후로 나뉘며, 상해만이 모든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한다.

 

상해케어는 자동차보험의 자동차상해 특약의 형태로 가입되며, 상해등급에 관계없이 보험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실업케어는 하루 8시간 이상 월 25일 운행 시 6개월 이상 근무했을 경우 드라이버와 회사가 함께 적립한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이외에도 건강케어·노령케어는 정해진 시간 이상 타다 차량을 운행했을 경우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노령케어는 임의가입자·임의계속가입자​ 포함)인 드라이버의 월 보험료 절반을 한도 내에서 회사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타다 파트너케어’​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가입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4대 보험을 표방한다. 사진=타다 제공


타다의 결정은 이재웅 쏘카 대표의 법정 출두로 곤욕을 치르는 과정에서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다 관계자는 “타다 드라이버의 안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고민해 준비했다. 기업분할이 예정된 4월에는 보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업 타다 드라이버 대상으로도 차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나서 정부한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여론은 좋지 않고, 정부의 반응은 늦으니 업계에서 우선 자체적으로 안전망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이 마련한 보험은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가 있다. 한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에서 일을 받아 하는 경우가 사각지대에 속한다. 본질적으론 법·제도가 바뀌는 일자리 형태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언제까지 기업이 책임질 수 없으니 이제는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해진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는 “가사노동자, 쿠팡 플렉스 같은 택배 배달원 등 플랫폼 업계의 문제는 정부가 나서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 단계는 사회적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논의 중인 정도”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특수고용노동 논의는 15년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이를 되풀이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여연대 복지동향에 기고한 ‘플랫폼노동 증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한 정부정책 검토’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과세를 통해 플랫폼노동자의 소득과 실업급여, 유급휴가, 교육훈련 등의 비용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와 미국 캘리포니아(법률), 덴마크와 이탈리아(단체협약), 독일과 이탈리아(사회협약)에서는 플랫폼노동자들에게도 임금노동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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