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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 개입 논란' LCC 에어프레미아 100억 유상증자, 왜?

에어프레미아 감사가 직접 청와대 탄원…에어프레미아 "건전한 투자자, 책임경영 강화"

2019.06.28(Fri) 11:25:28

[비즈한국] ‘투기꾼 개입 의혹’에 휩싸인 신생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0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수혈한다. 이를 두고 에어프레미아 내부에선 투기세력의 자기지분율 지키기라는 주장과 책임경영 강화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항공 면허를 발급 받은 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투기꾼 개입 의혹’에 휩싸였다. 에어프레미아 임원이 투기세력이 있다며 내부 감사를 요청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지난 5월 청와대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지난 5월 에어프레미아의 임원인 김영규 감사가 자사의 투기세력을 조사해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며 논란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김영규 감사는 탄원서에서 “의약품 불법유통 등의 의혹이 큰 투자자가 공익적 성격의 국가 기간산업을 좌우할 수 없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청원한다”며 “잘 진행되어오던 추가 투자협상은 중단되었고 이젠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다른 투자처에서 당초보다 오히려 낮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여 목적대로 자기지분율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탄원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만약 탄원서의 내용대로라면, 현행 신규면허 발급 절차가 투기세력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크고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 역시 반려되는 것이 맞다. 국토부는 이번 변경면허 심사를 본보기로 투기세력이 항공 산업에 발 들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만약 탄원서의 내용대로라면, 현행 신규면허 발급 절차가 투기세력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크고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 역시 반려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사진=이용호 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지금 에어프레미아의 투자자들은 면허 발급 전에 과감한 투자를 한 건전한 투자자들이다. 이런 투자자들을 보고 ‘먹튀’라거나 투기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현재 투자자들이 먼저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월 항공 면허를 발급 받은 이후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에어프레미아 창립자인 김종철 전 대표는 이사진과 항공기 엔진 도입 등을 두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김종철 전 대표와 20년 지기로 알려진 사내이사 3명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변호사 출신의 ‘비항공인’ 심주엽 대표를 선임하고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각자대표 체제에선 각 대표가 상대 대표의 동의 없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김종철 전 대표는 이름만 대표일 뿐 사실상 경영권 다툼에서 밀린 셈이다. ‘경영 정상화’를 외치던 김종철 전 대표는 지난 5월 2일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에어프레미아는 제주항공을 흑자 전환한 ‘항공전문가’ 김종철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자 지난 5월 28일 아시아나항공 출신 김세영 각자대표를 지난 17일 새로 선임했다. 조건부로 항공 면허를 발급 받은 신생 항공사는 대표자를 변경하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변경면허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항공 비전문가인 심주엽 대표만으론 변경면허 발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김세영 대표를 추가 선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0일 국토부에 변경면허를 신청했다. 국토부는 오는 7월 24일까지 면허 취소·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김종철 전 에어프레미아 대표. 이사진과 갈등을 빚던 김 전 대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자 지난 5월 자진 사임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국토부가 투기세력 의혹과 내부 갈등으로 시끄러운 에어프레미아에 변경면허를 발급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들은 지난 4월 심주엽 대표를 비롯한 에어프레미아 임원들과의 면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면허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대표자를 변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영권 분쟁이 있는 걸 알았다면 면허를 내주지 않았다. 신뢰가 깨져 AOC(운항증명)를 더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결국 대주주들의 지분율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어프레미아 주주는 “면허가 발급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이유는 없다. 그만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개인 투자자는 다 실권하고 결국 돈 있는 대주주들 지분율이 늘어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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