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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돌려받으려면?

만기 전 '내용증명' 보내 해지 의사 밝히고 임차권등기명령 등 법적 대응

2018.11.07(Wed) 14:47:50

[비즈한국] 하늘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떨어지는 집값을 바라보며 속이 타는 것은 집주인만이 아니다. 매매와 함께 전세가가 하락하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전세가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 전세금 하락하니 갭투자 집주인 “전세금 돌려줄 방법 없다”

 

한국감정원이 10월 5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전세 가격이 지난주 대비 0.03% 하락했다. 서울은 0.04%에서 -0.01%로, 수도권은 0.02%에서 -0.01%로 하락 전환됐다. 한창 이사철인 10월 말 서울 전셋값이 내린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전셋값 하락은 특히 ‘갭투자’ 집주인에게 치명타다. 갭투자는 전세 세입자가 있는 아파트를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차액만큼만 내고 구입하는 투자 기법이다. 매매가 2억 원인 아파트에 전세 1억 8000만 원의 세입자가 살고 있을 경우 실제 돈은 2000만 원만 투자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70% 이상이던 2016년과 2017년 성행했는데, 지금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갭투자가 만연하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주말이면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하루에도 2~3채씩 아파트를 갭투자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10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이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갭투자자는 전셋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내릴 수가 없다.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금액을 낮추면 차액만큼을 자신이 유동해야 하는데 보유 현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세보다 높은 금액(이전 세입자 보증금)으로 전세를 내놓게 되고 세입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니 만기가 되어도 이전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갭투자의 피해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엄정숙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 대표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소송 관련 전화 상담이 지난해 11월 초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었다”라며 “만기일이 다가와도 임대인이 하락한 만큼의 전세금을 융통하지 못하다 보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규제가 심해져 조만간 상당수의 갭투자 물건이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 중인 이 아무개 씨(32)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2월 초 전세 만기를 앞둔 이 씨는 지난 9월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집주인으로부터 따로 연락이 없어 만기 시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사 갈 집 계약서를 쓰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임대인은 이 씨에게 “만기일이 되더라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나는 이미 빚이 6억이라 더 이상 대출받을 수도 없으니 방법이 없다. 여윳돈이 있다면 자신에게 빌려달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 씨는 “부동산에 확인해보니 집주인이 2년 전 입주하던 때와 동일한 금액으로 전세를 내놓았다. 현재 시세보다 2000만 원 비싸게 내놓으니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았던 것”이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으니 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을 찾지 않는다. 전전긍긍하는 것은 세입자뿐”이라며 답답해했다.  

 

# 3개월 내 세입자 구하기 힘들다 판단되면 법적 대응 필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적어도 3개월 내 세입자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낫다”라며 “임차인이 해당 주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집을 보러 오는 횟수, 주택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대응으로는 ‘지급명령신청’ 또는 ‘전세금반환소송’ 등이 있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을 하면 5~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그 전에 ‘​지급명령신청’​을 먼저 고려하라고 권했다.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2주 내 임대인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경매, 압류 등의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전세금반환소송을 할 경우에도 경매가 진행된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경매로 아파트가 낙찰되면 시가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낙찰 전 기존 가격보다 조금 낮춰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전단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법적 대응을 한다면 먼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 의사를 만기 1개월 전까지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지 않고 주택을 임대인에게 인도하게 되면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상받기 어려워진다. 

 

엄 변호사는 “간혹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쉽도록 임차권등기명령을 하지 않고 공증만 받아 임대인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 경우 임차인의 권리를 잃어버려 보상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효력이 생기기까지 2~3주가 소요된다. 이후 주택을 임대인에게 인도하고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비용과 지연이자 15% 청구가 가능하다. 엄 변호사는 “만약 여유 금액이 없어 이사를 갈 수 없다면 해당 주택에 거주하며 소송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소송비용과 지연이자를 100% 받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다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전세 계약 만기일 한 달 후부터 HUG에 전세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HUG는 세입자에 전세금을 변제해준다. 보증 상품 수수료는 전세금의 0.128%로 보증금 1억 원 기준 연간 12만 8000원이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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