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1호 공공기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5일 출범했다.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위기에 빠진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지난해 8월 해양진흥공사 설립방안을 공식 발표한 지 11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6월 29일 해양수산부는 해양진흥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황호선 전 부경대학교 교수를 선임했다. 해양수산부는 황 사장이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글로벌 무역거래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했다는 점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1952년생인 황 사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빠른 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중·고 동기다. 황 사장은 미국 캔자스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로 글로벌 무역거래를 강의했다.
황 사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부산지역 진보 지식인들이 설립한 시민사회연구소 초대 원장을 맡은 대표적인 진보 학자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 자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민간위원, 동북아시대위원회 고문, 해수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부산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부산 사상구 구청장 후보로도 출마했다. 비록 낙선했으나 당시 문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김무성 vs 문재인’ 부산 빅매치로 회자되기도 했다. 이어 올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역임했다.
황 사장이 문 대통령과 경남중·고 동문이라는 것은 세간에 알려진 사실이다. 아울러 황 사장의 활발한 정치 이력은 경남고 학생회장과 서울대 교양학부 학생회장을 지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문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공사 설립 초기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소통 능력을 토대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해양진흥공사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국적 벌크선대 500만 DWT(재화중량톤수)와 국적 컨테이너선대 50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확보를 위해 각 선사에 자금과 신용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항만 확보, 각종 해운 정보 등을 발 빠르게 확보해 선사들의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방침이다.
하지만 해운재건이란 과제를 떠안은 황 사장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먼저 황 사장의 자질 문제가 나온다. 황 사장이 꾸준히 학자의 길을 걸었지만 해운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양진흥공사는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에 막대한 규모의 혈세를 투입해 해운업을 재건하고 조선업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이를 위한 기틀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사장 공모 때부터 제기됐다.
또 꾸준히 제기되는 부실 출범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해양진흥공사의 초기 납입자본금은 법정 자본금이 5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3조 1000억 원이다. 정부 출자금 1조 5500억 원과 공사에 통합되는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의 기본 자본금 1조 5500억 원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현금 출자는 2000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현물출자와 기존 선박에 투자된 금액이다.
업계에선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이 10조 원은 돼야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의 자본금으로는 중고선박매입 후 재용선, 선박 및 터미널 투자 등 해운업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선주협회도 ‘해운산업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 2배 확대를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황 사장 측도 정부 예산 투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자본금 확충계획을 자체 수립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설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사장은 김 부총리와 미시간대학 시절 박사과정을 함께 밟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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