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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슈퍼스타가 모델로 나선 스타트업들의 비밀

사익 대신 공익 추구했더니 반전 결과…문재인 대통령까지 '노개런티' 참여

2018.01.26(Fri) 19:27:38

[비즈한국] 창업에 대한 관심은 늘 꾸준하다.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창업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5%가 창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5명 꼴이다. 게다가 요즘은 노트북 놓을 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되는 세상이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드니 아이디어만 좋으면 누구든 창업을 도전해봄 직하다.

 

문제는 창업 이후다. 신생 기업의 가장 애로사항은 홍보. 초기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쓰기란 언감생심. 우수한 상품이 있어도 사람들에게 알릴 길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창업진흥원이 조사한 ‘2016년 창업지원기업 이력·성과 조사’에 따르면 주요 폐업 원인으로 영업·마케팅 실패(41.6%)가 자금조달 실패(43%)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대통령을 광고 모델로 삼을 수 있다면 어떨까.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국내 유명 연예인이 나서서 홍보해준다면 광고 효과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꿈같은 일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 뿐 아니라 대통령은 돈을 아무리 줘도 섭외가 어렵다.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돈 대신 자발적인 참여로 이끌어 낸 창업자들이 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푸욜을 등장시켜 축구공으로 양궁 과녁을 맞히는 영상을 만든 슛포러브, 문재인 대통령이 신는 구두로 유명해진 아지오 구두, 수지가 애용하면서 젊은 층에게 이름을 알린 마리몬드.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을 끌어들인 스타트업의 비결을 들어봤다.

 

# 기부 문화 확산을 꿈꾸는 슛포러브

 

김동준 대표와 잉글랜드 축구 스타 존 테리. 사진=김동준 제공

 

슛포러브는 카를레스 푸욜, 존 테리, 카카, 다비드 비야, 프랑크 램파드, 해리 케인, 손흥민, 박지성, 안정환, 이천수 등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알 만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섭외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영상에서 선수들은 축구공을 차서 특수 제작한 양궁 과녁에 맞힌다. 득점한 만큼의 돈이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인다. 돈 주고도 못 보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공중파 방송도 아닌 인터넷 ‘B급 영상’에 나오는 장면은 국내 축구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영상을 제작하다보니 어느새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 43만 명, 유튜브 구독자 29만 명이나 됐다. 안정환과 찍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660만을 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슛포러브로​ 알고 계시지만, 원래는 비카인드라는 기부 문화 확산이 목적인 사회적 스타트업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연찮게 후원으로 알게 된 소아암 환아 한 명이 소원으로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축구로 콘텐츠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동준 비카인드 대표는 시작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푸욜을 만날 땐 그가 다닌다는 영어학원을 소셜 미디어로 수소문했다. 무작정 스페인으로 가서 그를 2주간 기다려 만났다.

 

“가진 것은 진심밖에 없었습니다. 무작정 읍소하는 콘셉트로 다가갔는데 선수들이 흔쾌히 참가해줘서 오히려 저희가 더 놀랐습니다. 특히 안정환 해설위원이 가장 처음 우리와 함께 해줬는데요,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존 테리 선수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니 눈가가 촉촉해지더군요.”

 

요즘 김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좋지 않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광고가 필요한 기업과 계약하면서 기부금과 제작비를 동시에 지원받습니다. 기업이 낸 기부금은 재단으로 곧바로 기부되고요, 기부금을 제외하고 기업에게 지원받은 제작비는 거의 100% 제작에 쓰입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더 많은 기업의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진 빠듯합니다. 월급날이 두려울 때도 있어요.”

 

기업 운영에 기부까지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기부를 포기할 순 없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환아가 있어요. 병을 얻고는 한 번도 축구하고 싶다는 말을 안 했는데, 푸욜의 싸인이 된 유니폼과 응원 동영상을 받고 그날 밤 엄마에게 축구를 하고 싶다고 처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기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성공은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성공 사례로 남아야 사람들이 따라 할 테니까요.”

 

# 청각장애인의 일터 아지오 구두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 있는 수제구두 아지오 대표. 사진=박정훈 기자

 

유석영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는 지난 2009년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청각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청각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구두 만드는 기술을 전수한 다음 ‘아지오’​라는 구두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렇게 제작한 구두를 가지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소개로 국회를 찾았다. 이날 유 대표의 설명을 듣고 설립 취지에 공감한 국회의원들이 아지오 구두를 구매했다. 그중에는 당시 문재인 의원도 있었다.

 

아지오 구두가 ‘대통령이 신는 구두’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5월 18일이었다. 아지오 구두는 경영난이 심해져 2013년 9월 폐업했지만, 폐업 사실을 몰랐던 문재인 대통령이 구두를 재구매하기 위해 유 대표에게 연락했다. 문 대통령은 아지오 구두를 살 수 없었고, 결국 밑창이 닳아 해진 구두를 신고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가했다. 

 

이러한 사연이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고 여기저기서 아지오 구두를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 유석영 대표는 오는 2월부터 아지오 구두를 재생산 할 예정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나도 아무 일 없이 생활도 해봤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 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진심이랄 것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 뜻을 알아주고 후원해주니 고맙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광고 출연을 않기로 유명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수 유희열 씨가 구두 한 켤레에 아지오 구두 광고 모델을 해주기로 하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이제 꽃길만 걸을 것 같은 유 대표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겉으론 웃고 다니지만 아지오 구두 재시작을 앞두고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못 잡니다. 살아 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요. 저는 한 번 실패했던 사람입니다. 또 실패한다면 다시금 청각장애인 분들께 상처를 안겨주는 꼴만 될까봐 무섭습니다. 돈은 많이 벌어야겠지만 그게 목적은 아닙니다. 더 많은 청각장애인 분들께 일자리를 주고 싶습니다.”

 

# 위안부 할머니 상처 어루만지는 마리몬드

 

윤홍준 대표가 위안부 피해자 사과를 요구하는 수요집회에 참가해 수익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마리몬드 제공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 수지와 ‘워너원’​의 강다니엘, 배우 박보검을 간접홍보(PPL) 모델로 쓰는데 지불해야 하는 돈은 과연 얼마일까.

 

이름도 생소한 디자인 소품 기업 마리몬드는 단 한푼도 들지 않고 이 어려운 것을 해냈다. 지난 2015년 1월 수지는 공항에 나온 알록달록 꽃그림이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나타났다. 마리몬드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사건이다. 이날 이후 평소보다 주문량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인기 남자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과 배우 박보검이 마리몬드에서 제작한 티셔츠를 입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리몬드는 창업 초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디자인 한 꽃 그림을 사용해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어 팔았다. 영업이익의 최소 절반 이상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단체에 기부한다. 마리몬드의 취지에 공감하는 젊은 층이 점차 늘어나면서 마리몬드를 쓰는 연예인은 ‘개념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감사하게도, 유명 연예인 그리고 팬들이 마리몬드의 가치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주고 있습니다. 마리몬드가 직접 제안하거나 PPL을 진행하는 게 아닌 그들의 자발적 참여이기에 그 효과가 더 크고 유기적이라 봅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도 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현재까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기부 때문에 영업이익이 적어진다는 우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꾸준히 진정성 있게 추구하는 기업이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믿기에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을 투명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윤 대표는 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동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가치를 전달하려는 수단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탁월할 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 창출이 반비례 관계라는 고정관념만 깨뜨린다면, 오히려 선순환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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