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017년 10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보고에서 미래 한국 육군의 청사진으로 일명 ‘5대 게임 체인저’를 제시했다. 5대 게임 체인저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군의 목표를 위해, 미래에 한국 육군이 갖춰나가야 할 5가지 신개념 전투다.
이 다섯 가지 전투개념 하나하나 속에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도입하며 기존의 전투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초강력·초정밀 미사일부대 △적 중심을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전략기동군단 △지휘부 참수임무를 맡는 특임여단 △병사 1명을 아이언맨같이 변신시킬 수 있는 초경량·초소형 최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워리어 플랫폼’ △드론과 로봇을 운용하는 무인무기 전용 운용부대인 일명 ‘드론봇 전투단’이 그것이다.
이 중 초강력·초정밀 미사일부대의 경우 이미 800km급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2C 이후 일명 ‘현무-4’가 개발 중이며, 적 지휘부 참수작전을 위한 특임여단 역시 지난 12월 편성이 공개되어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밀덕텔링’에서 다룬 바 있다.
전략기동군단의 경우 현재 대한민국 최정예 기계화부대인 7군단의 전력을 강화시켜, 화력과 기동력 수준을 세계 최고인 미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휴대용 컴퓨터, 영상정보 시현 헬멧, 외골격 강화복 등 병사를 전투 로봇처럼 만드는 기술들은 아직은 미국에서도 시험적으로 연구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드론봇 전투단’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신개념 전투부대이자, 대한민국 육군이 지금까지 가지지 못한 혁신적인 능력을 갖추어 과연 이런 성격의 부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드론봇 전투단의 경우 워리어 플랫폼과 달리 이미 완성된 기술과 제품이 존재하고, 실전에서 증명된 무기들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육군은 당장 내년부터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하고, 병무청은 내년부터 드론 운용 특기병을 선발하기로 지난 12월 28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드론봇 전투단은 어떤 임무를 하게 될까. 여러 연구 보고서와 언론보도를 조합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11월 드론-무인항공기 선진국인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제 드론이 수십km 밖의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육군참모총장의 이스라엘 방문 후 육군은 내년부터 육군 교육사령부에 드론봇군사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정보학교에는 드론봇교육센터를 설치하며, 이와 동시에 드론봇 전투요원을 선발한 뒤에 정확한 운용 방안을 결정할 것이지만, 대략적인 방향성은 나오고 있다.
정보학교의 드론봇 관련 담당자의 개인 연구 논문에 따르면, 1개 여단에 1개의 드론전투대대를 창설하고, 이 대대에는 1개의 로봇 전투 중대, 1개의 무인항공기 중대, 2개의 드론전투 중대, 1개의 전투지원중대로 구성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드론봇 전투단은 전쟁이 나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육군은 지금의 지상작전부대보다 한 차원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미래 전투부대를 일명 ‘미래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작전 교리를 만들고 있는데, 드론봇 전투단이 미래사단의 전투부대가 된다면 공격작전과 방어작전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방어작전에서 드론봇 전투단은 미래사단의 작전목표인 적 핵심공격수단 파괴와 기동방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사단은 방어임무 시 공격하는 적의 핵심 전투력인 공격헬기, 전차부대, 지휘부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방어구역에 오기 전까지 이 핵심부대의 전투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고 방어지역에 진입하는 시간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론을 이런 방어작전에 투입한다면 정찰 드론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적의 주된 공격자산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포병과 미사일, 공격헬기 부대에게 적 위치정보를 입력하여 공격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선 도감청 장비를 이용해서 적 지휘관이 탄 지휘차량만 선별 타격해 적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드론과 무인 수송차량에 지뢰를 탑재해서 넓은 지역에 스마트 지뢰를 살포할 수도 있고, 소형 드론 자체가 일종의 움직이는 지뢰가 되어 적의 지뢰제거 장갑차를 피해 도망 다니는 장애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수풀 속에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초광대역(UWB) 레이더를 장착하여, 후방에서 교란작전을 시작하는 적 특작부대를 수색하는 데에도 드론봇 전투단이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공격작전에서도 드론봇 전투단은 그 진가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사단은 공격임무 시 방어하는 적의 핵심 표적을 파악한 다음, 적 주력이 완벽하게 무력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시와 타격을 반복하면서, 공격을 시작할 때에는 적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동과 공격으로 적의 방어력을 마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론을 이런 공격작전에 사용한다면, 현재의 미국 육군과 한국 육군의 7군단 등이 채택하고 있는 공지전투(Air-Land Battle)의 공격 템포와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가령 기존의 공지전투는 정찰기가 포착한 적에 대해서 다연장로켓과 포병으로 제압한 다음, 공격헬기 부대가 투입되어 정밀 공격을 수행, 적 전력 대부분을 무력화시킨 후 기계화 보병이 남은 적과 교전한다. 정찰기가 적을 포착한 다음 포병부대에 좌표를 입력하고 포를 쏘고, 헬기가 기름과 무장을 보급 받고 명령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드론의 경우에는 이와 달리 적이 어디 있는지 모를 경우 드론을 띄우고, 드론이 적을 탐지한다면 곧 바로 자폭돌격을 시작하거나, 상공에서 배회하던 드론들에게 공격좌표를 알려 기존의 원거리 공격무기보다 훨씬 빠른 공격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또한 전투기의 경우 수십 분에서 5분, 공격헬기의 경우 1시간 이상 상공에 체공하면서 적을 공격하는 것과 달리, 드론의 경우 적이 완전히 격멸할 때까지 상공을 대기하거나, 아무 데서나 착륙한 다음 다시 이륙하여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격작전의 선봉에서도 드론은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공중드론이 아닌 지상 무인 로봇 드론의 경우, 헬기나 트럭보다 은밀한 침투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빠른 기동 덕에 탄약과 유류가 부족해진 아군에게 재보급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군 전차와 장갑차 부대보다 먼저 적진에 무인전투 지상로봇을 투입하여 적 대전차 공격조를 상대하거나, 전차와 장갑차 부대끼리 기갑 전투 시 지상로봇들이 적 후방으로 기동하여 적을 혼란시키는 역할로 아군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드론봇 전투단은 과연 현존 기술로 수행할 수 있을까? 현재 일명 DJI 등의 민간 드론의 경우 가격적으로 매우 저렴하고 유지 정비가 간편하지만, 정찰임무 이외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군용 드론의 경우 소형 공격형들은 대부분 스위치 블레이드(SwithBlade), 로템(ROTEM)과 같은 1회성의 자폭드론으로, 그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고 그 쓰임이 공격임무에만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에 개발되는 무인 지상 로봇과 소형 드론들 중에서는 폭탄이나 총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장비(Payload)를 탑재하는 모듈형 지상·공중 드론들이 있다.
폴란드의 WB 그룹이 만든 워메이트(Warmate)는 대대급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으로, 임무에 따라 기수 부분에 정찰 장비, 인명 살상용 폭약, 장갑차량용 폭약을 바꿔 끼워 상황에 맡게 투입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이다. 폴란드군은 최근 이 워메이트 드론과 모듈을 공유할 수 있는 쿼드콥터형 드론 드래곤플라이(Dragonfly) 100개 세트를 도입하기로 했고, 수천 대의 드론으로 폴란드군을 무장시킬 것이라고 한다.
에스토니아의 방위산업체 Milrem이 개발한 지상 무인 드론(Tracked Hybrid Modular Infantry System) 역시 모듈화 된 장비를 가진 다목적이다. 한 쌍의 무한궤도 사이에 빈 공간이 있는 THeMIS는 그 중앙에 십여 가지의 다양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데, 물자와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거나, 정찰장비나 지뢰 제거 쟁기, 지뢰 살포기, 무인정찰기, 폭탄제거 장비, 그리고 무기로 기관총과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드론 전투부대가 실제로 실용화된다고 한다고 해서, 기존 K-9 자주포나 천무 다연장로켓, K-2 흑표전차의 화력과 기동력을 드론이 능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작지만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상황에 대처하며,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적을 공격하고, 적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방어작전을 수행한다면 최소의 희생으로 적 위협을 격멸하는 지상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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