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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영풍·MBK, 감사위 진입 실패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속 주주 표심 주목…양측 사외이사 2인씩 차지, 이사회 12대7로 사측 추천 인사 선임

[비즈한국]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 측과 최대주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간의 표 대결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개최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독립이사 자리는 양측이 2석씩 균등하게 확보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분리선출 감사위원 1석을 두고 벌어진 표 대결에서 고려아연 측 추천 인사인 백인규 후보자가 최종 선임됐다. 이로써 최윤범 회장 측은 새롭게 재편된 19인 이사회 내에서 확고한 과반 우위를 지켜내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가처분 사태와 상법 개정…임시주총 소집의 발단

이번 임시주총이 열리게 된 배경에는 과거 주총 파행에 따른 법원 가처분 인용과 상법 개정에 따른 법적 의무 충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사안이 얽혀 있다.

사태의 시작은 2025년 1월 임시주총이었다. 당시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직전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하게 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모회사 및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 10%를 초과해 보유하면, 그 다른 회사가 가진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적용해 당시 영풍의 의결권을 막았다.

영풍·MBK 연합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사외이사 4인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SMC를 상법상 자회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의결권 제한의 위법성을 인정해 가처분을 전격 인용했다. 선임 직후부터 이사회 활동이 원천 차단됐던 사외이사 4인은 파행이 이어진 끝에 지난 5월 29일 일제히 자진 사임했으며, 이로 인해 이사회에는 4석의 대규모 결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개정 상법 제542조의12 시행에 따른 법정 의무가 맞물렸다.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최소 2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정관을 개정해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법정 시한에 맞춰 결원된 독립이사 충원과 함께 신규 분리선출 감사위원 1석을 선임하기 위해 이번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독립이사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

이날 4석의 독립이사를 충원하는 제2호 의안은 1주당 4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분율에 비례해 표가 고르게 나뉘는 집중투표의 특성상 사측과 영풍·MBK 측 후보가 2석씩 나란히 의석을 차지했다.

회사 측이 추천한 후보군에서는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이사회에 입성했다. 영풍·MBK 연합 측이 주주제안한 후보군에서도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혜섭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로써 일반 독립이사 선임 건은 양측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마무리됐다.

이번 임시주총의 최대 분수령은 제3호 의안인 분리선출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분리선출 제도는 지배주주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이사 선임 단계부터 감사위원이 될 인사를 따로 떼어 표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안건에서는 상법상 ‘3% 룰’이 적용되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지분율과 상관없이 합산 3%로 제한된다. 거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연합의 의결권이 묶이면서 국민연금,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의 표심이 최종 승패를 가르는 구조였다.

캐스팅보터로 꼽혔던 국민연금은 주총에 앞서 사측 백인규 후보와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 안건 모두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기권에 준하는 균등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표가 단일 진영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승부의 추는 외국인 투자자와 일반 주주들의 표심으로 넘어갔다.

일괄 표결 후 다득표 안건을 가결하는 방식으로 집계된 결과, 회사 측 백인규 후보가 영풍·MBK 연합이 제안한 박유경 후보를 누르고 감사위원에 선출됐다.

19인 이사회 재편…최윤범 체제 ‘과반’ 구축

이번 주총 결과로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14인에서 총 19인 체제로 확대됐다. 신임 독립이사 4인(사측 2명, 영풍 측 2명)에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백인규 후보가 가세하면서, 이사회 내 구도는 회사 측 우호 인사 12명 대 영풍·MBK 측 7명으로 확정됐다.

감사위원회 역시 기존 서대원(감사위원장), 권순범, 김보영 위원에 신임 백인규 위원이 합류하며 총 4인 체제로 개편됐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요구되는 분리선출 2석(서대원, 백인규)을 모두 회사 측 인사로 채워 넣으며 내부 감시망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영풍·MBK 측이 독립이사 2석을 통해 이사회 진입에는 성공했으나 핵심 견제 축인 감사위원회 입성에 실패함에 따라,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위협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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