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아인이 돌아온다고 한다.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3년 만에 새 영화 촬영에 나선다. 아직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나는 그의 복귀를 환영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대한민국 재계가 가르쳐준 관용의 정신을 연예계에도 공평하게 적용해보기로 했다.

훌륭한 선례가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사장이다. 그는 2018년 액상대마를 국제우편으로 두 차례 밀수입하고 세 차례 흡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SPC그룹은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분간 자숙시키겠다’도 아니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도 아니었다. 영구 배제였다. 영구는 사전적으로 ‘어떤 상태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적어도 내가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로는 그렇다.
하지만 재벌가의 영구는 일반인이 아는 영구와 조금 다른 모양이다. 허 사장은 2021년 11월 비알코리아 임원으로 슬그머니 돌아왔고, 2025년에는 SPC그룹 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일선 복귀를 넘어 금의환향에 가깝다. 여기에 미국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의 한국·싱가포르 진출까지 직접 이끌었다. 언론은 ‘허희수의 승부수’, ‘연타석 홈런 도전’ 같은 제목을 달았다. 과거는 지워지고 경영 능력만 남았다. 액상대마를 들여온 사람이 이제는 부리토를 들여온다. 밀수와 수입은 사실 한 끗 차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SPC그룹은 파리크라상을 물적분할해 순수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를 출범시켰다. 기존 SPC그룹 홈페이지도 상미당홀딩스 홈페이지로 옮겨갔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1945년 창업 당시 빵집 이름을 되살려 창업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다. 이름에는 ‘맛있고 좋은 것을 드리는 집’이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답다. 영구 배제 약속은 사라졌지만 80년 전 빵집 이름은 돌아왔다. 기억해야 할 것은 복원하고 곤란한 것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빵기업다운 기억 관리법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유아인에게만 엄격할 이유가 없다. 유아인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 원을 확정받았다. 허희수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물론 두 사건의 범행 내용과 횟수, 사회적 책임은 다르다. 배우와 기업인의 역할도 같지 않다. 다만 한쪽은 아직도 “대중 앞에 나와도 되느냐”를 심사받고, 다른 한쪽은 이미 사장 명함을 들고 글로벌 사업을 지휘한다. 심지어 후자의 회사는 한때 ‘영구 배제’까지 공식 선언했다. 법원의 형량보다 무거웠던 회사의 약속이 법원의 집행유예보다 빨리 끝난 셈이다.
기업인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너 3세가 아니면 정말 그 일을 할 사람이 없는지 의문이다. 치폴레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창업주의 손자라는 천부적 재능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배우는 관객이 선택할 수 있지만, 거대 기업집단의 오너는 소비자가 투표로 교체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도 모자랄 판인데 현실은 반대다. 연예인의 복귀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재벌 3세의 복귀에는 인사발령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유아인의 복귀를 환영한다. 그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도, 시간이 모든 죄를 씻어준다는 뜻도 아니다. 허희수도 돌아오고 사장까지 됐는데 유아인만 영원히 나오지 말라는 것은 대한민국식 공정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영구 배제’가 3년짜리이고 누구에게는 집행유예가 끝나도 종신형이라면, 문제는 복귀 자체가 아니라 복귀를 허락하는 사람의 성씨와 지분율에 있다.
유아인도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정 마음에 걸리면 이름을 바꾸면 된다. SPC가 80년 전 상미당이라는 이름을 꺼내 새 지주회사를 출범시켰듯, 유아인도 본명 엄홍식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리고 “초심을 되찾겠다”고 말하면 된다. 몇 년 뒤 언론은 ‘엄홍식의 새로운 승부수’, ‘연기 인생 2막’이라고 써줄 것이다.
대한민국은 재기의 기회를 주는 따뜻한 나라다. 특히 아버지가 회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