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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 혐의’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의료기 영업사원 수술실 출입”
진술 오락가락

‘PA 간호사 보조’ 인정했지만 검찰 재신문 때 ‘수술실 출입 부인’

[비즈한국] 의료법 위반(대리수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법정에서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의 수술실 출입과 관련해 앞선 진술과 배치되는 답변을 내놨다.

고 원장은 자신이 직접 집도해야 하는 인공관절 치환술 등 수술을 간호인력이나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이 대신하거나 보조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병원 수술 과정에서 의사가 아닌 인력이 수술에 관여한 정황 등을 토대로 고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대리수술 등 의료법 위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의 수술 참여 여부를 두고는 진술이 엇갈렸다. 사진=연세사랑병원 홈페이지

고 원장 측은 2024년 8월 기소 이후 지금까지 열린 공판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변호사의 피고인 반대신문에서도 수술 과정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집도 행위를 직접 수행했으며, 간호인력의 역할은 의사의 지휘 아래 이뤄진 진료 보조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환자에게 수술 방식에 대해 사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는 점과 함께 이른바 ‘팀제 수술’의 정당성도 강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술실에 의료기기 납품업체인 TJC라이프(TJC) 직원이 출입해 수술을 보조했는지를 두고 고 원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반대신문에서는 TJC 직원이 PA(진료지원) 간호사 옆에서 리트랙터를 잡거나 석션을 하는 등 수술을 도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이어진 검찰의 재신문에서는 TJC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제보자 신뢰성 공격하며 ‘팀제 수술’ 정당성 강조

고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대리수술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수술 시스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중소병원이 겪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이른바 ‘팀제 수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환자에게 수술 방식에 대해 사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며, 자신이 직접 핵심적인 수술 과정을 집도했다는 취지다.

그가 밝힌 수술 팀은 집도의 1명, 마취 의사 1명, 마취 간호사 1명, PA(진료보조) 간호사 1~2명, 스크럽 간호사 1명, 순환(수술보조) 간호사 1명 등 총 7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고 원장은 이처럼 복수의 전문 인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제 시스템을 통해 수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강변했다.

하루 수십 건의 수술이 가능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약 22년간 축적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집도 시간이 15분 안팎에 불과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원장 측은 기소의 핵심 근거가 된 전직 간호 인력들의 진술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이 병원에서 근무한 기간이 짧았고, 일부는 이력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했거나 의학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더불어 경쟁 병원인 H병원이나 외부 관계자 등이 제보자들의 제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의료 업무”라더니 “PA 보조”, 나중엔 “수술실 들어온 적 없어”

고 원장은 수술실에 출입하는 TJC 직원의 역할에 대해 공판 전반부에서는 재고 관리, 응급 상황 대처, 수술 도구 준비 및 선택 등 비의료적 업무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병원을 포함해 국내 대부분 병원에서 벌어지는 관행”이라면서 “수백 가지에 달하는 수술 제품은 간호사가 다 알 수 없어 전문적인 업체 직원의 설명이나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판 후반부 고 원장은 TJC 직원이 PA 간호사의 핵심 업무를 사실상 분담해 보조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앞서 그는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과 시야 확보를 위해 필요한 3대 보조 행위로 △환부를 벌려 고정하는 아미 리트랙터 조작 △피를 제거하는 석션 △다리 고정 등을 언급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PA 간호사가 전담해야 하는 중요한 진료 보조 영역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하지만 환자의 체구가 너무 크거나 수술이 몰리는 겨울철 등 간호사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 쟁점이 되자 해명은 달라졌다. 고 원장은 “환자의 체구가 너무 크거나 일손이 부족한 특수한 상황에서 드물게 도와준 경우가 있는데 PA 간호사가 항상 옆에 있었다”면서 “집도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명은 리트랙터를 밑에 걸고, 다른 한 명은 피가 나면 석션을 하는 식이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후 검찰의 재신문에서는 TJC 직원의 출입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도 했다. 검사가 간호사 구인난으로 결국 TJC 직원이 수술 보조에 투입된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고 원장은 “TJC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선 공판서는 ‘무자격 영업사원 수술’과 ‘조직적 은폐’ 의혹 공방

이전 공판들에서는 수술실에 상주한 TJC 직원들이 단순 도구 전달을 넘어 실질적인 ‘대리 수술(무면허 의료행위)’을 행했는지가 논란이었다.

2025년 4월 열린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전 TJC 직원 A 씨가 “수술실에 상주하며 환부 소독, 리트랙터 고정뿐만 아니라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직접 드릴링(구멍 뚫기), 망치질, 임플란트 부품 조립 등을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수술실 투입 초기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폭로해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9월 공판에 나선 전직 연세사랑병원 간호사도 “TJC 영업사원들이 수술복으로 환복한 채 상시 대기했고, 의사가 잠시 손을 놓으면 바로 이어서 뼈를 깎는 소잉 건(Sawing Gun)을 잡거나 망치질을 하는 등 사실상 의사와 한몸처럼 수술을 했다”고 폭로했다. 줄기세포 채취 수술 당시 의사가 입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PA 간호사가 단독으로 채취와 봉합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올해 7월 공판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앞두고 대리수술 정황을 조직적으로 숨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병원 원장단은 2021년 6월 인증 실사를 앞두고 “최근 대리시술이 상당한 이슈가 되어 외부 평가단이 주시할 수 있으니 수술 시 업체 직원 어시스트를 최소화하거나 상황 봐서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고 원장도 이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소지한 TJC 영업사원을 주보조(퍼스트 어시스트)로 투입하고, 정식 간호사를 보조(세컨드 어시스트)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제시됐다.

이번 공판 진술은 대리수술 여부를 둘러싼 재판에서 수술실에 실제로 어떤 인력이 들어갔고, 각 인력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TJC라이프는 고 원장이 2016년 설립한 의료기기 개발·판매 업체로, 2023년 7월 스카이브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말 스카이브 재무제표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과의 매출 등 거래액은 약 131억 2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 166억 7000만원의 78.7%에 달했다. 스카이브 매출에서 연세사랑병원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셈이다.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의 거래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고 원장과 업체, 연세사랑병원의 경제적 관계와 이 같은 거래관계가 업체 직원의 수술실 출입 등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즈한국은 공판 이후 고 원장과 변호인에게 TJC 직원의 수술실 출입과 관련해 진술이 배치된 이유 등을 물었으나 고 원장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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