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미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부터 제대로 하지, 왜 공원을 건드리려는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도심 주택 공급과 공원 보존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에 불과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데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9일 찾은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산책을 즐기는 방문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풍을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은 정원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고, 직장인들은 사원증을 목에 건 채 대화를 나누거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정원 안의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정원 입구에는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늘어서 갈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용산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용산구 주민 A 씨는 “서울에도 이렇게 큰 공원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곳을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게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20대 방문객 B 씨도 “녹지를 없애면서까지 굳이 이곳에 집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오래 걸릴 텐데 당장 급한 주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약 300만 ㎡(90만 7000평) 규모의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해 청년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에서 입지와 규모를 갖춘 용산공원이 추가 공급 후보지로 떠오른 것이다. 당초 전체 면적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이 후보지로 거론됐는데, 현재는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녹지 기능이 일부 훼손된 부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주택 공급을 검토한다. 장교 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공급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용산공원 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부지 일부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되자 주택 공급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국토교통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반환된 용산기지는 전체의 약 31% 수준이다. 반환되지 않은 땅이 대부분이기에 공급 후보지에 미반환 부지가 포함될 경우 한미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반환된 부지도 곧바로 주택용지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장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된 용산 일대에서는 토양과 지하수 오염 문제가 확인됐다. 실제 공급 부지가 정해지면 오염 정도를 확인하고 정화 범위를 정해야 한다. 정화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은 부지별 오염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용산구도 정부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시민들 또한 근조화환을 보내거나 궐기대회를 열어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가 법적·물리적 문제를 풀더라도 지역사회 반발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의 효과와 실제 추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 같은 위치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더라도 서울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좋은 입지에 위치한 만큼 향후 신규 주택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용산을 공급 후보지로 이슈화하기보다 서울의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등 이미 진행 중인 공급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용산공원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보다 앞으로도 공급 후보지로 반복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소장은 “한 번 후보지로 언급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후보지로 나올 것”이라면서도 “법 개정과 토양 정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오후 6시 30분에는 용산어린이정원 앞 한마음공원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사수 궐기대회’가 열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대 용산구청장 등도 참석해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온전한 공원 조성을 촉구했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향후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 향후 일정과 움직임에 맞춰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의 엇갈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에 다시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