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가 8월 14일 일본 도쿄의 병원에서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쿠사마 야요이 재단은 8월 27일 공식 성명을 내고 이 사실을 알렸다. 재단은 야요이가 다방면에서의 전위 예술가로서 97년간 활동해왔다고 추모하고 “작가의 유지를 계승하고 예술을 통해 전 세계에 희망과 미래에 대한 힘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쿠사마 야요이는 20세기 미술사의 거장으로 불린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쿠사마 야요이는 미니멀리즘, 팝아트, 퍼포먼스 아트의 경계를 허물며 20세기 미술사의 지형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영국 테이트모던갤러리는 “쿠사마 야요이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문턱을 넘어 전 세계 수백만 관람객에게 예술의 경이로움과 감동을 선사한 아티스트”라고 칭송했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어린 시절 강박증과 환시, 환청 등의 강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젊은 시절 미국 뉴욕에 가 거울, 조명, 반복 패턴을 활용한 설치미술 및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 미술의 틀을 깨뜨리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73년 일본에 돌아온 야요이는 자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치료와 함께 미술, 소설, 시 등 다방면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도쿄 신주쿠에 자신의 미술관을 개관했다. 단편영화, 소설, 미술 등 여러 분야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2003년 프랑스 예술 문화 훈장 ‘오피시에’를 수훈했고, 2016년에는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야요이는 물방울무늬가 반복적으로 그려진 호박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호박은 작가에게 편안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야요이는 한 인터뷰에서 “호박이 내게 말을 건다”며 “호박은 내게 안정감을 주고 마음의 평화를 준다”고 설명했다.

쿠사마 야요이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년부터 2014년에 대구와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순회 회고전 ‘A Dream I Dreamed’에는 관람객 45만 명이 들어 국내 대중 예술 전시 분야의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 서울 강남구 갤러리 S2A에서 열린 ‘KUSAMA YAYOI’ 전은 미술 시장과 컬렉터층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전시에는 보험가액 약 200억 원에 달하는 1995년작 100호 크기 ‘호박’을 비롯해 회화·조각·판화 등 40여 점이 공개됐다.
야요이는 미술 경매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작품을 파는 여성 작가로도 꼽힌다. 그의 경매 최고가는 2022년 필립스 뉴욕 경매에 나온 초기작 회화 ‘Untitled(Nets)’(1959)로, 약 1049만 달러(약 140억 원대)에 낙찰됐다. 국내에서도 2021년 1981년작 ‘호박’이 54억 5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현재 제주 본태박물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등 국내 여러 곳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