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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봤어?
찬바람 불 때면, 난 만두 먹으러 원주 간다

뮤지엄 산부터 만두 축제까지…미식과 예술 어우러진 1박 2일 가을 여행 코스

[비즈한국] 천고마비의 계절, 먹부림 즐기는 이들에겐 행복한 고민이 시작될 때다. 특히 10월 23~25일은 규모 있는 먹거리 축제 셋이 동시에 열린다. 김천김밥축제, 대구떡볶이페스티벌, 그리고 원주만두축제. 김밥과 떡볶이와 만두라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조합이 아닌가. 세 축제 모두 지역 특산물이 아닌 먹거리가 주인공이란 점도 재미나다. 작년 나의 픽은 원주만두축제. 김밥도 좋아하고, 떡볶이엔 열광하지만, 원주에는 사랑하는 만두 외에 찾고 싶은 곳들이 많았거든. 

알렉산더 리버만의 강렬한 조형물 ‘Archway’과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어우러지는 뮤지엄 산. 사진=정수진 제공

먼저 원주만두축제를 가기 전, 원주의 ‘뮤지엄 산’을 찾아야 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숱한 드라마에 모습을 비추며 대중에게 익숙한 공간. 드라마 ‘마인’에서 재벌가의 대저택으로 소개된 것이 가장 강렬했고, ‘21세기 대군부인’에서도 희주(아이유)의 맞선 장소로 간택당한 바 있다. 해발 275미터 높이 산자락 속에 위치해 있어 여타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어떤 타입이든 관람료가 만만치 않지만, 본관 앞 알렉산더 리버만의 조형물부터 경주 고분군을 모티프로 한 스톤가든, 자연과 건축과 예술을 함께 어우러지며 느끼는 제임스 터렐관, 고요한 명상이 가능한 명상관, 신규 상설 전시관인 그라운드 안토니 곰리관까지 무엇 하나 놓치기 힘들어 결국 모든 공간을 즐길 수 있는 통합권을 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 찾는다면 제임스 터렐관만큼은 놓치지 말 것. 12월 6일까지 이배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도 열리니 지금 뮤지엄 산을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웰컴센터 거쳐 플라워가든, 그라운드 안토니 곰리관, 조각정원, 빛의 공간,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까지 이어지는 뮤지엄을 모두 둘러보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사진=정수진 제공

뮤지엄 산을 즐겼다면 본격적으로 원주만두축제를 경험할 차례. 도대체 왜 원주에서 만두축제가 열리냐며 의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름 사연이 있다. 6·25전쟁 당시 원주는 강원도 지역 피란민과 주민들이 모이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그때 밀가루와 채소를 활용한 음식들이 사람들의 허기를 달랬고, 그중 만두가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다고. 원주 중앙시장 일대에 만두 노포들이 자리잡아 70년 넘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두를 빚으며 ‘원주만두로드’를 형성한 것도 축제가 열리게 된 바탕이니 제법 역사성이 있는 셈이다.

작년 원주만두축제 풍경들. 풍성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로 관객들을 홀렸다. 바가지요금 방지를 위해 100g당 가격을 표시해 놓는 등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만두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진=원주문화재단 제공

2023년 첫선을 보인 원주만두축제는 지난해 41만 명이 찾을 만큼 전국적인 음식문화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원주천 새벽시장 일원을 중심으로 문화의거리와 중앙동 전통시장까지 무대를 넓혀 원도심 곳곳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QR 실시간 주문과 예약 시스템, 키오스크를 도입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긴 줄’도 줄일 예정이며, 원주천 일대에서 낙화놀이도 새롭게 선보인다. 물론 중요한 건 원주만두를 비롯해 다양한 만두를 마음껏 포식하는 것. 담백한 것부터 시작해 기름진 만두로 끝내야 한다. 원주만두의 시그니처인 김치만두도 잊지 말자. 배가 너무 부를 땐 인근 강원감영에서의 산책도 권한다. 11월 2일까지 ‘국화와 가을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밤 10시까지 감영의 야경과 함께 가을밤 산책이 가능하다.

작년에만 41만 명이 찾은 원주만두축제. 보다 많은 만두를 경험하려면 무조건 담백한 순으로 시작하자. 배가 부르면 축제장 인근에 위치한 강원감영 산책도 좋다. 사진=정수진 제공

원주에서 하룻밤 묵었다면 다음날 찾아볼 만한 곳으로 ‘박경리문학공원’이 있다. 박경리 작가의 고향은 통영이지만, 원주는 제2의 고향이라 할 만큼 그의 삶과 작품의 자취를 헤아려볼 수 있는 곳. 박경리 작가가 실제 거주했을 당시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 옛집과 작가가 가꾸던 텃밭, 작가의 작품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전시공간인 문학의집까지 둘러본 후, 카페 서희에서 소설 ‘토지’를 모티브로 한 음료를 마시며 박경리 작가와 그의 대작 ‘토지’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카페 서희는 국내 대표 공간설계전문가 유정수 더 글로우 서울 대표와의 협업으로 리모델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느껴볼 수 있는 박경리문학공원. 가을 정취 내려앉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카페 서희에서 마무리하며 고즈넉한 시간을 가져보자. 사진=정수진 제공

그리고 마지막, 원주의 ‘소금산 그랜드밸리’.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소금산을 찾으면 케이블카, 높이 100미터와 길이 200미터 규모의 출렁다리, 절벽을 따라 걷는 짜릿한 소금잔도와 랜드마크인 스카이타워, 출렁다리의 2배 길이에 달하는 울렁다리까지 2시간 남짓한 코스로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즐길 수 있다. 가을 정취가 한껏 내려앉은 이때, 기암괴석과 고목, 청강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경관을 눈으로 담을 수 있어 등산객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흐르는 강물과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음악분수와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이는 ‘나오라쇼-나이트 오브 라이트’도 열리니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저녁에 찾아도 좋겠다.

원주의 명소 중 하나인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 즐기는 출렁다리와 소금잔도, 울렁다리. 절벽을 배경으로 한 야간 미디어아트 공연 ‘나오라쇼’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사진=정수진, 원주시시설관리공단 제공

올해도 원주를 찾을지, 아니면 가보지 못한 김천김밥축제나 대구떡볶이페스티벌을 찾을지 고민이지만, 아무래도 나의 선택은 원주가 아닐까 싶다. 뽀얀 김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냄새로 즉각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김밥과 떡볶이보다 만두가 한 수 위라고 여겨지니까. 참고로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사람들을 겨냥해 원주시와 대구 북구 두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 교류 확대를 위한 공동 협력에 나섰다. 양측 모두 SNS와 홍보 채널을 활용해 서로의 축제를 알리고, 두 축제를 모두 찾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문 인증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에너지 넘치는 여행가라면 원주 1박, 대구 1박의 식도락 여행을 계획해 봄이 어떤가.

원주만두축제와 대구떡볶이페스티벌이 ‘K-분식’이라는 공통 콘텐츠로 묶어 음식관광 콘텐츠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두 축제 방문을 인증하면 캐릭터 상품 등 기념품을 제공한다. 사진=정수진 제공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무비위크> <바앤다이닝> <KTX매거진> 등을 거치며 영화, 여행, 미식,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노후는 모르겠고, 오늘 이 순간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제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상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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