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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터빈 RNA 인증 도입, 국내 기업들 숨통 트일까

패키지 인증 대신 개별 인증으로…두산에너빌리티·유니슨 등 해외 기업과 경쟁 가능해져

[비즈한국] 정부가 국내 풍력터빈 기업들의 발목을 잡던 KS 인증 방식을 바꾼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밀렸던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풍력터빈 기업의 신속한 인증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중대형 풍력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RNA(Rotor-Nacelle Assembly)에 대한 KS 인증을 별도로 신설하고 7월 3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국내 풍력터빈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증기간 UL로부터 국내 최초로 형식인증을 취득한 두산에너빌리티 10MW 해상풍력발전기.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뉴스룸

RNA는 바람의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꾸는 로터(블레이드와 허브)와 발전기 및 증속기 등 핵심 설비가 내장된 나셀을 결합한 조립체다. 풍력발전기의 전체 발전 성능과 구조적 안전성을 결정지어 ‘풍력터빈의 핵심’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국내 KS 인증제도는 풍력터빈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인증을 부여했다.

이것이 국내 풍력터빈 기업들에게 과도한 시간적·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동일한 사양의 RNA를 사용하더라도 설치 지역의 지형이나 기상 조건에 따라 타워의 높이나 구조가 바뀌면, 터빈 전체에 대한 평가와 인증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부품에 중복 평가가 지속되면서, 중대형 풍력터빈 기업이 KS 인증을 신청해 최종 취득하기까지는 평균 1118일(약 3년)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됐다. 기술 변화가 빠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인증 기간 3년은 국내 기업들의 시장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중복 심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재생에너지국제인증체계(IECRE) 기준에 부합하도록 이번에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앞으로는 RNA 개별 부품에 KS 인증을 취득하면, 향후 타워 높이 등 하부 사양이 변경되더라도 기존 심사 및 평가 결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중복 평가 절차가 대폭 줄어들면서 인증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된 RNA KS 인증은 7월 31일부터 중대형 풍력터빈 KS 인증 전담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RNA KS 인증 도입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기업의 인증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면서 “앞으로도 산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KS 인증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니슨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강원도 양양 만월산풍력발전단지. 사진=유니슨 홍보센터

이번 인증 제도 개편은 후발주자인 국내 풍력터빈 제조사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책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의 풍력 산업은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타워나 해상풍력용 하부구조물 등 일부 공급망 제조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풍력발전의 핵심 인프라이자 진입장벽이 높은 중대형 풍력터빈 분야에서는 베스타스(Vestas),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 등 해외 글로벌 선도 기업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대표 터빈 제조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등은 대용량 터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MW 해상풍력터빈을 개발 완료하고 상용화를 앞두었으며, 유니슨은 10MW급 해상풍력터빈 국산화 실증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KS 인증 방식은 같은 RNA를 사용하더라도 타워부가 바뀌면 터빈 전체에 대한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해서 시간 소모가 컸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과 등 국내 기업들이 간담회 등을 통해 IECRE와 동일하게 RNA만 별도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건의했다”고 말했다.

인증 방식 변경으로 해외 기업과의 경쟁력 개선도 기대된다. 글로벌 유수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발전 단지 발주 여부와 상관없이 RNA와 타워 스펙에 대한 인증을 사전에 미리 취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발주가 정식으로 나온 이후에야 지형에 맞춘 타워를 설계하고 여기에 RNA를 결합해 패키지 인증을 신청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패키지 인증 방식 아래서는 타워 설계가 완전히 끝나야만 인증 절차를 밟을 수 있었기에, 국내 기업들은 시장 진입 시점마다 해외 기업에 비해 항상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개편으로 국내 풍력터빈 기업들이 타워 설계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핵심 장치인 RNA 인증을 선제적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업 추진 속도를 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 시간 단축은 곧 제품의 적기 시장 투입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 해외 유수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제도 개선이 국산 풍력터빈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태계의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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