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집 앞에 오래된 떡볶이집이 있다. 맛이 좋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끔 들르는 곳이다. 서너 명이 서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뒷모습이 아주 익숙한 곳이다. 얼마 전 누군가가 계산을 하면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걸 봤다. 이 작고 오래된 분식집에 다닌 지 20년이 되었지만 카드를 꺼낸 사람을 그날 처음 봤다. 그저 포장마차 같은 자그마한 동네 분식집이었기에 무조건 현금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카드 사용도 가능했구나. “여기 카드도 돼요?”라고 여쭤봤더니 나이 든 여사장님께서 얼마 전부터 카드도 된다고 하셨다. “하도 카드를 꺼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가끔 들르는 동네 떡볶이집도 계좌이체가 되고 카드가 된다면 사실 이제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이 골퍼가 아니라면 말이다.

골퍼는 얘기가 다르다. 항상 현금이 필요하다. 일단 꽤 많은 골퍼가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거는 게임을 한다. 어떤 골퍼들은 골프 파우치에 게임용 지갑을 따로 갖고 다닌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단한 타짜도 아니다. 천 원짜리부터 오만 원짜리까지 두둑하게 넣은 지갑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골퍼라고 해도 캐디피를 위해서, 때로는 캐디 팁을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다. 골프장 밖 세상에서는 현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예 지갑에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아직도 골프장 안에서는 현금을 주고받는 오래된 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캐디피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가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 골프가 들어오고 캐디가 존재하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현금 캐디피를 너무나 당연시했다. 한국 골프장에서 캐디피를 현금으로 내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이 관행은 캐디가 골프장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캐디피를 카드 매출로 잡으면 골프장의 매출로 합산돼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므로, 골프장은 골퍼와 캐디 간의 직접 현금 거래를 선호해 왔다.
또 카드 결제나 전자 지급이 이뤄지면 해당 소득이 100% 노출된다. 소득이 노출되면 종합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의 부담이 추가된다. 당연히 캐디도 수입에 따른 세금을 내지만, 소득이 온전히 드러나면 캐디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인 캐디 개개인이 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하고 결제 단말기를 휴대하기에는 절차와 카드 수수료 등의 부담이 있다. 골프장이 대표로 결제한 뒤 정산해 주는 방식도 세무·법률상의 복잡성 때문에 기피해 온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골퍼들은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계속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대중형 골프장 제도 개혁의 성과를 보고했다.
대중형 골프장은 수천억 원대의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이른바 ‘4대 갑질’인 △카트·캐디 이용 강제 △캐디피 현금 결제 강요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및 식음료 폭리 △불합리한 예약 취소 위약금 부과 등의 관행으로 골퍼들의 원성을 키워왔다. 해당 의원은 이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만나 이 가운데 캐디피 결제 수단 다양화를 신호탄으로 먼저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대로라면 10월 중으로 캐디피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등으로 다양해질 것이다. 물론 현재도 일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캐디피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지만 이용이 미미한 상황이니, 이 역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캐디피는 한 팀이 내야 하는 비용이다. 그래서 전체 캐디피를 네 명이 나눠 낸다. 그런데 이 액수가 딱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골프장의 가장 일반적인 캐디피는 15만 원이다. 골퍼들은 3만 7500원씩 내야 하는데, 요즘 누가 500원 단위로 잔돈을 준비하는가. 4만 원씩 내고 누군가는 1만 원을 덜 내거나, 16만 원을 걷어 캐디피에 1만 원을 더 얹어 주는 것이 골퍼들의 관행이다. 그런데 조인 골프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처음 만난 골퍼들끼리 누가 더 내고 덜 낼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자 신용카드로 정확하게 결제하면 더 깔끔하다. 우리가 그린피를 낼 때 카트비를 4분의 1로 나눠 내는 것처럼 말이다.
신용카드 결제가 시작되면 결제를 캐디가 직접 받을지, 아니면 골프장 프런트에서 처리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계속 갈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캐디피의 신용카드 결제가 시작된다면 골퍼는 골프장에서 현금인출기 앞에 설 일이 없다. 지갑에 현금이 얼마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라운드하러 가는 마음이 조금은 편하고 가벼워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