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엔터식스 왕십리점이 임대료 연체와 담보대출 상환 차질 끝에 건물주로부터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계약이 종료됐지만 아직 채권 관계는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보증금과 관련해 가압류가 잇따르는 데다 일부 채권자가 건물주 소유 부동산에 임의경매까지 신청하면서 채권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출 상환 못하고 임대료도 밀려…아직은 영업 중
왕십리역의 대표 쇼핑시설로 자리 잡았던 ‘엔터식스 왕십리점’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7월 왕십리 민자역사 운영사인 비트플렉스는 엔터식스패션쇼핑몰에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7월 6일자로 엔터식스는 계약 해지됐다. 현재는 기존에 매장을 운영하던 업체들과 협의해 영업 의사가 있는 업체는 계속 영업할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약 해지 배경에는 엔터식스의 자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비트플렉스 측에 따르면 엔터식스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담보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 상실 통보를 받았다. 기한이익 상실은 대출 약정을 지키지 못해 만기 전이라도 남은 대출금을 즉시 갚아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후 금융기관은 비트플렉스 측에 엔터식스가 맡긴 보증금에서 대출금을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청했고, 비트플렉스는 보증금 일부를 금융기관에 지급했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엔터식스가 비트플렉스에 맡긴 보증금이 300억 원 규모다. 금융기관의 요청에 따라 보증금 상당액을 금융기관에 지급했고, 그로 인해 임대차계약이 해지됐다. 현재 남아 있는 보증금은 약 50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엔터식스는 지난해 말부터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비트플렉스 측에 따르면 엔터식스는 지난해 말부터 왕십리점 임대료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임대료와 관리비, 원복비용 등의 미납분이 많다”며 “현재 남아 있는 보증금이 약 50억 원이지만 관련 비용 등을 정산하면 엔터식스가 실제 돌려받을 금액은 사실상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보증금 둘러싸고 가압류·경매 신청까지
지난 7월 계약이 종료됐지만 보증금 반환 등 정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엔터식스 측은 매장을 완전히 비우지 않은 상태다. 6일 방문한 엔터식스 왕십리점에는 내부 인테리어와 간판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외관상으로는 계약 종료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보증금 반환을 비롯한 채권 관계가 정리돼야 매장 철수와 폐점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은 보증금을 두고 다른 채권자들까지 권리 행사에 나서면서 채권 관계가 복잡해졌다. 엔터식스는 보증금 반환에 대비해 왕십리 민자역사 일부 부동산에 담보권을 설정해둔 상태였는데, 이후 엔터식스의 다른 채권자들이 해당 근저당권부채권에 잇따라 가압류를 걸었다. 실제 지난 8월에는 각각 12억 7200만 원과 12억 7500만 원 규모의 근저당권부채권 가압류 신청이 접수됐고, 두 건 모두 법원에서 인용됐다.
일부 채권자는 가압류에 이어 왕십리 민자역사 일부 부동산에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엔터식스가 입점해 있던 왕십리 민자역사 지하 1층과 1층 일부 부동산에 대해 임의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채권 가압류가 여러 건 들어와 있어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임의경매를 신청했다”며 “현재 이의신청을 해둔 상태고, 조만간 경매 절차는 정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터식스는 유럽의 거리 풍경을 콘셉트로 한 패션 쇼핑몰이다. 2004년 코엑스에 1호점을 열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왕십리역점과 상봉점, 강남점 등 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호점인 코엑스점이 2013년 폐점한 이후에는 2008년 문을 연 왕십리역점이 가장 오래된 점포로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번 임대차 계약 해지로 사실상 영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엔터식스는 2010년대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2019년 최대 매출 625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성장세가 꺾였고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417억 원으로 2019년보다 약 33% 줄었고, 영업손실은 16억 원을 기록했다.
비즈한국은 엔터식스패션쇼핑몰 측에 현재 점포 상황과 왕십리점 임대차계약 해지 배경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