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과 미국 외교당국 수장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주 앉아 3500억 달러(약 460조 원)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이행과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 등 양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현안을 조율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월 18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열린 대면 회담이자, 지난달 24일 양 장관의 통화 이후 3주 반 만에 전격 성사된 자리다.

3500억 달러 대미 전략투자 셈법
회담 테이블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진 경제 의제는 단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였다.
조 장관은 회담 직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현재 양국의 대미 전략투자 사업과 관련해 협의가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이 과정에서 루비오 장관도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루비오 장관은 협의가 잘 마무리되게 국무부 차원에서도 노력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회담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양 장관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전략 분야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고 발표하며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미 국무부는 토미 피곳 대변인 명의의 발표 등을 통해 “루비오 장관이 미국의 핵심 산업을 위한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JFS상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이른바 ‘1호 프로젝트’ 발표는 일정 조율 끝에 순연됐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전날 공식 발표가 유력시됐으나, 지난 17일 국내 국회 보고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다음 주로 발표 시점이 미뤄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앞서 “대미투자 일정은 절차적 문제로 연기된 것이며 한미 간 이견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기업의 통상 환경과 시장 규제를 둘러싼 잠재적 뇌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며 형평성 있는 사업 환경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쿠팡 사태’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플랫폼을 겨냥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이날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미국 기업의 사업 환경에 관한 미 국무부의 요구 사항을 별도로 담지 않았다.
호르무즈 파병과 한반도 비핵화 논의
호르무즈 파병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올랐다. 조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해 우리 정부도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실질적 기여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며 “이와 관련해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 재개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북미 대화가 본격 추진될 경우 한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과도 별도 회동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 동맹 현안을 점검했다. 조 장관은 “콜비 차관이 국방비 증액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동맹 역량 강화와 역할 확대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일정을 마친 조 장관은 19일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에 참석하며, 오는 21일에는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루비오 장관과 다시 마주앉을 예정이다. 다음주로 다가온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 등 구체적 사업 착수를 앞두고, 양국 간 경제·안보 연계 사안은 복잡한 실행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