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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뒤덮은 ‘전기요금 분노’…빅테크 AI 빚투 제동에 K-전력·배터리 촉각

민주당 압승 뒤 데이터센터 인허가 불확실성 커져…북미 프로젝트 지연 땐 국내 변압기 납품 일정도 영향

[비즈한국] 11월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20년 만에 동시 탈환하고 주요 주정부 권력까지 장악하는 ‘블루 쓰나미(Blue Tsunami)’를 일으키면서, 거침없이 달리던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 중대한 정치적·재무적 변수가 돌출하고 있다.

고물가 흐름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일반 가정의 전력망을 잠식하고 전기요금을 끌어올린다”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선거판을 뒤흔든 결과다. 여기에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을 회사채와 차입금 등 빚으로 충당해 온 주요 기술기업들이 현지 인허가 정체라는 암초를 만날 경우, 공격적인 투자 집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월가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북미에서 일감을 확보해 역대급 호황을 구가해 온 국내 전력망 관련 기업은 향후 발주처 사정에 따른 납기 일정 조정 등 잠재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월 5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20만 원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흔든 ‘전기요금 민심’…데이터센터 인허가 제동 걸리나

이번 미국 중간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은 연방 상원 54석을 확보해 과반을 달성하고 하원에서도 240석 이상을 얻어 양원을 모두 장악했다. 이 같은 권력 지형 재편의 이면에는 이란 전쟁이 부른 국제유가 상승세와 더불어 미국 전역을 덮친 주택용 전기요금 폭등에 대한 거센 민심 이반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방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이 공공요금 인상과 전력난이라는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핵심 지역의 지방 권력 교체는 인프라 건설 현장에 즉각적인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전체에서 건설될 예정인 신규 데이터센터 연산 용량의 27% 이상이 집중된 텍사스주에서는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30여 년 만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로 당선됐다. 히노호사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서민 전기요금 상승과 수자원 고갈을 유발한다며 신규 개발 승인의 일시적 전면 중단(모라토리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지아주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케이샤 랜스 보텀스 당선인이 승리했고, 오하이오주 역시 100% 에너지 자급을 조건으로 내건 에이미 액턴 당선인이 주지사 자리에 올랐다.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상정된 데이터센터 규제 관련 주민투표 법안들도 대부분 가결됐다.

미국 현지에서는 당장 진행 중인 공사가 전면 취소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환경영향평가와 지역 전력망 계통 연계 심사가 대폭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프로젝트 착공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획된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인허가 문턱을 제때 넘지 못하고 사업 일정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는 텍사스주 페코스에도 비슷한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과 용수 부담을 둘러싼 주민 반발 속에 중간선거 이후 텍사스의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부채 의존 33%’ 빚투 AI 빅테크의 딜레마

정치적 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면서 화살은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설비투자를 충당하던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1~2년 사이 인프라 확장 속도가 현금 창출력을 웃돌자 대규모 회사채 발행과 외부 차입에 급격히 의존하기 시작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신용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 자본 지출의 약 3분의 1(33%)이 차입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AI 생태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7%대에서 18%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15년 이상 장기 채권 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채권 시장의 자금을 대거 흡수했다.

문제는 이처럼 빚을 내어 짓는 인프라가 공기 지연이라는 복병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메타가 2026년 연간 자본 지출 전망치를 1350억~1450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막대한 설비 감가상각비와 이자 비용 탓에 3분기 연속 영업이익률 둔화(35.4%)를 겪고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타가 자금 조달을 위해 무의결권 주식 발행과 대규모 사모 차입을 검토하자 뉴욕 증시가 급락세로 반응한 것 역시 시장의 피로도를 방증한다.

막대한 회사채 이자를 매 분기 지급해야 하는 기술기업들로서는 현지 인허가 지연으로 데이터센터 가동 및 수익 창출 시점이 뒤로 밀릴 경우, 자금 집행을 무한정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동시다발적 착공을 지양하고 프로젝트 순위를 매겨 분산 투자하는 ‘자본 지출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시장에서는 속도조절에 따른 안정을 기대하는 눈치다. 선거 다음 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03% 오르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주가도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엔비디아가 3%, 마이크론이 7% 내렸다. 시장은 데이터센터 공급 제약을 빅테크의 과잉투자를 견제하는 요인으로 읽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북미 데이터센터에 전력·배전기기를 공급하는 최대 1조 1212억 원 규모의 기본계약을 맺었다. 실제 발주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이뤄지는 만큼, 미국 중간선거 이후 현지 인허가가 지연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납품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국내 전력망 기업, 북미 편중 점검할 때

이 같은 글로벌 환경 변화는 북미 전력망 교체 및 데이터센터 특수를 누려온 국내 중화학·에너지 기자재 공급망에 복합적인 과제를 안기고 있다. 현재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중전기기 3사와 LS전선, 대한전선 등은 북미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효성중공업은 3분기 중공업 신규 수주의 68%, 수주잔고의 60%가 미국이다.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은 3분기 약 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 늘었다. 잔고가 늘어난 만큼 발주처의 일정이 바뀌면 실적에 미치는 파장도 커질 수 있다.

발주 시점이 밀릴 가능성은 업계가 대비할 대목이다. 증설 부담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울산 초고압 변압기 신공장이 이달 가동에 들어가고, LS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미국 생산거점에 3500억원을 투자한다. 발주가 늦어지면 증설 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자본 부담이 길어질 수 있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돌파구로 북미 데이터센터 연계 대용량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 시장에 집중해 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의 의회 탈환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폐기 우려는 완전히 걷혔고, 데이터센터가 공용 전력망 대신 자체 발전원과 배터리를 갖추는 ‘자체 전력 조달(BYOP, Bring-Your-Own-Power)’ 규제가 확산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터리 3사 앞에 놓인 현실적 위험 요인은 엄중하다. 우선 전기차 수요 부진을 메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북미 BESS 생산 라인을 구축해 온 상황에서, 빅테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난항과 현지 인허가 병목으로 대형 BESS 납품 시점이 연기될 경우 최근 실적 반등의 중심축이 무너질 수 있다.

최근의 북미 AI 인프라 시장은 무차별적인 차입과 규제 공백에 기대던 초기 과열기를 지나, 자본 조달의 효율성과 지역 사회의 수용성을 면밀히 따지는 선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AI 시장의 속도조절에 맞춰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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