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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곡·2시간의 질주…
8년 만의 위켄드 내한 현장

일본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 오프닝부터 열기…위켄드 “곧 돌아오겠다”

[비즈한국] ‘어둠의 마이클 잭슨’ ‘R&B 제왕’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팝스타’ 위켄드(Weeknd)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위켄드는 2011년 데뷔한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로 21세기 최고의 대중음악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음악 스타일은 R&B(리듬앤블루스)를 기반으로 힙합, 일렉트로닉 등의 사운드를 융합한 ‘얼터너티브 R&B’다. 위켄드의 음색 특징으로는 청량한 목소리로 고음을 처리한다는 점이 꼽힌다. 위켄드 별명이 어둠의 마이클 잭슨인 것도 음색이 마이클 잭슨과 닮았기 때문이다.

위켄드는 2018년 12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척스카이돔에서 한 차례 내한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이때도 약 2만 4000명의 관객이 찾는 등 성황을 이뤘다. 당시 위켄드는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지금처럼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공연이 성황을 이뤘다는 것은 국내 위켄드 팬층이 두텁다는 뜻이다.

위켄드는 올해 10월 7~8일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와 위켄드의 콘서트 투어 ‘After Hours til Dawn Tour’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공연의 열기는 2018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티켓 예매가 시작 35분 만에 매진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2018년의 위켄드와 2026년의 위켄드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 8년간 위켄드는 각종 음악상을 휩쓸었고, 2023년에는 스포티파이 최초로 월간 청취자 수 1억 명을 달성했다. 국내에서도 위켄드를 잘 모르더라도 ‘Can’t Feel My Face’ ‘I Feel It Coming’ ‘Blinding Lights’ 등의 노래를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비즈한국은 10월 7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아 공연 현장 분위기를 느껴봤다.

위켄드가 10월 7일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ebastien Nagy 제공

크리피 너츠의 오프닝 공연

본격적인 위켄드 공연에 앞서 일본 2인조 힙합 그룹 ‘크리피 너츠(Creepy Nuts)’가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크리피 너츠는 위켄드의 ‘After Hours til Dawn Tour’ 아시아 투어에서 일부 지역 오프닝 공연을 맡고 있다.

크리피 너츠의 곡 ‘Bling-Bang-Bang-Born’과 ‘Otonoke’는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로부터 ‘골드’ 인증을 받았다. 골드 인증은 앨범이나 싱글이 미국 시장에서 50만 유닛 이상 판매됐을 때 주어진다. K팝 대표 주자인 블랙핑크가 인증 받은 골드도 ‘뚜두뚜두’와 ‘뛰어’ 두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리피 너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다만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가 공동으로 발표한 ‘Sour Candy’를 포함하면 블랙핑크의 골드 인증은 세 개로 늘어난다.

이처럼 크리피 너츠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힙합 그룹이다. 국내에서 펼쳐진 행사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나 ‘원더리벳’ 등에도 참가했고, 2025년에는 단독 내한 공연도 진행했다. 단독 공연을 진행할 역량이 있는데 누군가의 오프닝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거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예전에 비해 일본 음악 인기가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크리피 너츠에 대한 주목도가 낮은 편이다. 이번 무대가 국내 인지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크리피 너츠의 공연은 오후 6시 45분 시작됐다. 이미 4시 30분부터 관객 입장이 시작됐기 때문에 크리피 너츠의 공연을 볼 관객은 충분했다. ‘Bling-Bang-Bang-Born’이나 ‘doppelgänger’ 등 경쾌한 리듬의 곡으로 관객을 춤추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분명 위켄드를 보러 왔겠지만 크리피 너츠의 공연에도 뜨겁게 환호했다. 크리피 너츠 역시 공연 중간에 “위켄드를 볼 준비가 됐습니까?(Are you ready for the Weeknd?)”라고 말하는 등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오프닝 공연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위켄드가 좋았지만 이 기회에 크리피 너츠 팬도 해봐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위켄드의 공연은 무대부터가 빛났다. 특히 조명과 LED 팔찌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Sebastien Nagy 제공

위켄드의 무대 탐구

위켄드 공연은 무대부터가 특별하다. 보통의 공연은 관객이 바라보는 정면에 단상이 있고, 아티스트는 이 단상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하지만 위켄드의 무대는 단상에서 관객을 향한 길이 마련돼 있다. 공연을 하다가 언제든 관객을 향해 가로질러 갈 수 있다. 위켄드 공연은 대부분 이런 무대 방식을 택한다.

위켄드는 솔로 가수라는 특성상 무대가 허전해 보일 수 있다. 밴드 공연과 달리 공연을 진행하는 아티스트가 위켄드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위켄드는 댄서들을 동원해 시각적 요소를 채웠다. 위켄드의 음악이 힘 있는 군무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절제된 움직임은 위켄드를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위켄드의 댄서들은 빨간 옷을 입고 흐느적거리는 느낌의 춤을 췄다.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춤이 위켄드의 음악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화려한 춤이었다면 위켄드의 음악과 어울리지 않았을 여지도 있었다. 위켄드 음악에 있는 다소 사이키델릭한 감성을 자극하는 춤이었다.

또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입장 관객 모두에게 LED 발광 팔찌를 나눠줬다는 것이다. 위켄드가 공연을 하면 음악에 맞춰 팔찌가 발광한다. 음악 스타일에 따라 발광하는 색이 다르고, 발광하는 타이밍도 다르다. 모든 관객의 팔찌가 동시에 발광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관객의 팔찌가 먼저 발광하고, 그 팔찌의 불빛이 꺼지면 다른 관객의 팔찌가 발광한다. 위에서 스탠딩석을 내려다보면 클럽의 조명처럼 한쪽이 빛나다가 또 다른 쪽이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무대는 정말 위켄드 친화적으로 꾸며졌다. 일반 공연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조명과 팔찌, 관객과 무대를 연결해주는 통로, 의식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댄서들의 조화는 위켄드와 관객을 위한 것이었다. 위켄드도 이에 화답해 돌출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손을 잡는 팬서비스까지 보여줬다.

위켄드가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관객들 사이에서 LED 팔찌가 발광하고 있다. 사진=Sebastien Nagy 제공

위켄드 공연 세 번의 절정

위켄드의 세트리스트는 이전의 공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시작을 ‘Baptized in Fear’와 ‘Open Hearts’로 장식하는 것은 위켄드 공연의 공식이 된 것 같다. 최근 몇 년간의 위켄드 공연은 대부분 ‘After Hours til Dawn Tour’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트리스트에 굳이 큰 변화를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위켄드 공연의 첫 번째 절정은 ‘Take My Breath’가 나올 때였다. 국내에서도 꽤나 알려진 곡인 덕분에 부끄러워하던 관객들도 다 같이 춤추기 시작했다. 보통 공연은 스탠딩석에서 춤을 추고 일반 지정석에서는 조용히 앉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지정석에 앉은 관객들도 몸을 흔들며 음악을 만끽했다. 어쩌면 스탠딩석으로 가고 싶지만 예매에 실패해 지정석에 온 관객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절정은 ‘I Feel It Coming’이었다. 역시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곡으로 위켄드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노래다. 이 곡은 위켄드와 다프트 펑크가 같이 작업한 노래지만, 다프트 펑크가 2021년 해체돼 위켄드가 홀로 부를 수밖에 없어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해체하지 않았더라도 다프트 펑크급의 유명 아티스트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인만큼 관객들은 소위 ‘떼창’을 했다. 단순한 곡이기 때문에 잘 모르더라도 몇 소절을 들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절정은 ‘Blinding Lights’였다. 위켄드를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에 관객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늦은 시간까지 위켄드 공연을 봤던 것도 이 곡을 듣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주변에는 “위켄드를 잘 모르지만 ‘Blinding Lights’는 듣고 가야겠다”는 대화 소리도 들렸다.

‘Blinding Lights’가 시작되자 모든 관객이 하나 되어 몸을 흔들고 곡을 따라 불렀다. 위켄드 역시 장기간 공연을 하면서 지쳤을 법도 하지만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관객의 호응에 화답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라서 그런지 무대 조명과 발광 팔찌도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반짝였다.

일반적으로 공연에서는 가장 유명한 곡을 마지막에 부르곤 한다. ‘Blinding Lights’는 위켄드의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본공연의 마지막 곡은 ‘Adaptation’이었다. ‘Blinding Lights’는 끝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 ‘Adaptation’은 상대적으로 다른 곡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유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Adaptation’은 무대의 엔딩을 장식하는 데는 매우 적합한 곡이라는 평가다. ‘Blinding Lights’로 들뜬 관객을 진정시킬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Adaptation’은 차분하면서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서사의 곡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실제 위켄드는 다른 공연에서도 대부분 마지막 곡으로 ‘Adaptation’을 부른다. ‘Adaptation’ 후에 앙코르로 두 곡 정도는 더 부르곤 한다.

위켄드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덕분인지 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위켄드가 부른 노래는 앙코르를 포함해 40곡에 달한다. 단독 공연이라지만 한 자리에서 40곡의 노래를 부르기는 쉽지 않다.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은커녕 그 흔한 멘트도 딱 필요한 만큼만 했다. 덕분에 관객은 위켄드의 곡을 원 없이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위켄드는 공연 말미에 “곧 돌아오겠다(I’ll be back soon)”라고 말했다. 과연 위켄드가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을까. 위켄드가 이날의 관객 반응을 기억한다면 분명히 한국 공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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