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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규제에 정반대 반발”
12월 제도화 앞둔 비대면진료 딜레마

초진 30일 처방 놓고 의협은 예외 삭제, 원산협은 제한 완화 요구…김헌성 서울성모병원 교수 “의사 자율성·책임 중요“

[비즈한국]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시행규칙 개정안에 의료계와 플랫폼업계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초진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플랫폼업계는 처방일수와 진료 범위 제한이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떨어뜨린다고 맞선다. 이 가운데 20여 년간 원격의료를 연구해온 의료정보학 전문가는 획일적인 처방 제한보다 의사의 임상적 재량권과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19일 ‘의료법 시행규칙’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대면진료는 같은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동일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를 기본 대상으로 한다. 다만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초진 환자도 주소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동일한 시·도에 있으면 의원급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등은 지역 제한의 예외를 적용받는다.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다. 다만 기존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치료 지속 필요성을 인정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분까지 처방할 수 있다.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중은 반기 전체 진료건수의 30% 이내, 의사 1인당 반기 월평균 500건 이내로 제한하되 야간·휴일 진료 등은 산정에서 제외한다.

지난 2022년 2월 서울 중구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협 “초진·병원급 허용 지나쳐” 30일 처방 예외 삭제 요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9일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등 기존에 합의한 4대 원칙이 훼손됐다는 이유다. 의협은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초진과 병원급 비대면진료의 범위를 하위법령에서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초진 비대면진료를 동일 시·도 전체에서 허용하는 방안을 문제 삼았다. 서울이나 경기도 전역이 각각 하나의 진료 가능 지역으로 묶이면 환자에게 이상소견이 발견되더라도 가까운 의료기관의 대면진료로 신속하게 연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협은 초진 허용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좁히고, 지역 밖 진료는 희귀질환자나 교정시설 수용자 등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진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최대 30일 처방을 허용하는 조항에도 반대했다. 의협은 직접 진찰하지 않은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경과 확인 없이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도록 허용하면 7일 처방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30일 처방 예외를 삭제하고, 불가피하게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14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 확대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개정안은 지역 밖 진료 예외 14개 유형을 비롯해 시술 후 환자, 항암·장기이식 환자, 13세 미만 아동의 야간·휴일 경증 진료, 임상시험 참여자 등으로 병원급 진료 대상을 넓혔다. 의협은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한 환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막기 위한 진료건수 제한에도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전체 진료건수의 30% 이내, 의사 1인당 반기 월평균 500건 이내로 제한하지만 평일 오후 8시 이후와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 진료는 산정에서 제외한다. 의협은 이러한 예외를 활용하면 사실상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며 해당 진료도 건수 제한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개정안을 확정할 경우 회원들과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산협 “7일 처방 제한 과도” 만성질환자 치료 단절 우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도 19일 복지부에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유는 정반대다. 초진 환자에게 적용되는 지역 제한과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에 처방일수 규제까지 중복 적용하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산협은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고, 최대 30일 처방을 한 차례만 허용하는 방안이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같은 약을 복용해온 환자라도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초진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만성질환자가 내년 1월 비대면진료로 30일분의 약을 처방받더라도 2월부터는 같은 약의 처방이 7일 이내로 제한된다. 원산협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만성·관리질환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58%가 30일을 초과하는 처방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원산협은 30일분의 약을 확보하려면 최소 5차례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의 시간·진료비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지출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0일 처방 예외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의료기관이나 플랫폼이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미 30일 처방 예외를 적용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산협은 확인할 수 없는 요건을 위반했을 때 의료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의사들이 30일 처방 자체를 기피해 예외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약품 배송을 둘러싼 이견도 남아 있다. 이번 개정안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제1·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 약국 밖 의약품 인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환자 주소지와 같은 시·군·구에 있는 약국에서 의약품을 배송하되, 일부 환자에게는 지역 제한의 예외를 적용한다. 약국이 전문 배송업체에 의약품 전달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본인확인과 복약지도, 배송사고에 대한 책임 기준도 마련했다.

하지만 원산협은 약국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전제로 재택수령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배송을 전면 허용하기보다 법률에서 정한 환자부터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사회는 배송 과정의 의약품 변질이나 오배송을 방지하고 처방부터 조제·전달까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비대면진료에서의 의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원격의료 20년 연구 김헌성 교수 ”의사에 재량권 주되 책임 물어야“

이 같은 대립 속에서 김헌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처방일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2002년부터 원격의료를 연구하고 시범사업 평가 연구에도 참여한 김 교수는 현재 한국원격의료학회 부회장과 서울성모병원 ICT의료융합센터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처방일수를 7일, 14일, 30일 등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라면 하루치만 처방한 뒤 대면진료를 권할 수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 당뇨약을 장기 복용해온 환자에게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30일분을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사에게 비대면진료의 자율권을 부여하되 부적절한 처방은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기존 처방·검사기록을 충분히 확인하고 진료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발견되면 대면진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탈모·비만치료제와 마약류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일부 의사들이 충분한 진찰 없이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중복 처방받도록 방치하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의료진에게는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약품 처방 과정에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도 있다. 약사단체 ‘실천하는 약사회’는 지난 7일 한 환자가 같은 날 의료기관 7곳에서 피나스테리드 성분 탈모치료제를 각 90일분씩, 총 630일분을 처방받은 사례를 공개했다.

비만치료제의 경우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지난 6일 공개한 닥터나우 자료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진료 신청 73만 5285건 가운데 93.0%인 68만 3872건에서 환자가 진료에 앞서 약제와 용량을 직접 선택했다. 다만 이는 진료 신청 단계의 선택 비율로, 실제 약제가 처방된 비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비대면진료에 적용되는 30% 수준의 추가 관리료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서 비대면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비대면진료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난다는 식의 주장은 통계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과도하게 많은 보상을 받는다면 대면진료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며 “해외에서도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높게 책정해 지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11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정 의료법 시행일은 12월 24일이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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