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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대만 한광 42호 훈련이 한국군에 던진 숙제

도심 침공 대비 시민들 옆에서 공개 훈련…전작권 전환 앞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비즈한국] 한광 42호. 대만이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1984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최대 군사훈련이다. 매년 여름 대만 전역에서 펼쳐지는데 올해는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였다. 한광 42호는 한국의 ‘을지 자유의 방패’ 합동훈련과 유사하면서도 규모와 장소,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필자는 현지에서 한광 42호를 취재하고 실제 훈련 현장을 돌아봤다.

도심지 한복판 공원에서 보급을 위해 착륙하는 대만군 아파치 공격헬기. 사진=김민석 제공

식당 옆에서 펼쳐진 전술기동…대도시 전체가 훈련장

훈련은 해안가나 촌락뿐 아니라 타이베이, 가오슝, 타이중, 타오위안 같은 대도시에서도 동시에 펼쳐졌다. 도심 곳곳에 부대가 배치됐고, 지대공 미사일과 전차, 장갑차가 이동했다.

야간에 한 공항방어 훈련에서는 타이베이 시내 한복판, 쑹산공항 입구 지하차도를 통제하고 공포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식사하거나 운전하는 바로 옆에서 군인들이 전술기동을 하며 바리케이드를 쳤다. 대학교 강당 앞에서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후송하는 대량전상자 처리 훈련이 벌어졌다.

다만 총기와 대포, 미사일 등 실제 무장 사격은 철저히 배제됐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동시에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훈련하는 만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비밀 작전까지 밀착…훈련 현장 전면 공개

훈련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별도 취재 허가 없이도 수많은 언론인과 민간 밀리터리 마니아, 지역 주민들이 훈련을 지켜봤다. 시민 누구나 사진을 찍었고, 현장 영상은 실시간으로 언론과 SNS를 통해 공유됐다.

특히 훈련 현장에 동행한 등록기자들은 ‘수군기자’라는 이름 아래 비밀스러운 특수작전까지 밀착 취재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군사기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현장 기사와 영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유사시 지휘부 마비 대비한 ‘무대본’ 훈련의 진짜 목적

이번 훈련은 이른바 ‘무대본’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한광 42호 훈련의 성격에 대해 “상황은 있지만 각본은 없는 훈련”이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이를 그대로 믿기 힘들었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참관해보니 군인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연속적으로 변했고, 지휘관은 매 순간 위기 상황에 맞춰 판단을 내렸다. 중국군의 전력이 강력해 유사시 대만군 사령부의 지휘통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만큼 현장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다.

활주로 이탈에 계엄 논란은 ‘옥의 티’

물론 훈련 과정에서 사고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부대가 동시에 움직인 만큼 자잘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F-16V 전투기는 노면이 젖어 활주로를 이탈했고, M60A3 전차는 시내를 이동하던 중 차체 바닥의 비상탈출문이 떨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간 업자가 203mm 포탄을 트럭에 옮기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있었다. 타이베이 시내 등 도심에서 헌병과 공병, 기갑부대가 기동하며 공포탄 사격 훈련을 하자 야당인 국민당은 “가짜 연습, 진짜 계엄”이라며 반발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 대응력을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긴급전화를 제외한 인터넷을 차단한 훈련도 시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한국군, 가장 불편한 시나리오부터 검증해야

한광 42호 훈련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군이 배울 요소가 많다고 느꼈다.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헬기 기지가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수송헬기가 후방 지역에서 항공유와 무기를 실어 나르고 공원 한복판을 공격헬기 재보급 기지로 활용하는 훈련, 톈궁 지대공 미사일을 도심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중국의 공습을 회피하는 훈련 등은 우리 군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준비 중인 한국군도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각본 없는 훈련을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거나 안전사고 등의 허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얻는 경험은 실전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자산이다.

한국군도 전작권 전환에 앞서 가장 불편한 시나리오부터 정직하게 검증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은 주권의 회복이 아니라 치명적인 안보 취약성의 노출로 귀결될 수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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