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6년 만에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CC) 개발을 다시 추진하면서 인근 주민과 이용객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녹지 훼손과 교통 부담 등 개발 이후 달라질 환경을 걱정했다. 정부는 태릉CC에 6800가구를 공급해 2029년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노원구는 화랑로 확장과 지하철 6호선 연장 등 광역교통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기자가 찾아간 태릉CC는 평일임에도 방문 차량이 끊이지 않았다. 주차장은 차로 가득 찼고, 옆 연습장에도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필드에서 라운드를 즐기는 방문객들도 적잖았다.
태릉CC 개발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8·4 공급대책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곳에 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교통 혼잡과 녹지 훼손, 인접한 태릉·강릉의 문화유산 보존 문제 등이 제기됐다. 2021년 공급 규모가 6800가구로 줄었고 이후 사업은 장기간 진척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태릉CC 개발을 다시 본격 추진하기로 하고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태릉CC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개발 재추진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가 현재의 녹지와 주변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태릉CC 근처 경춘선 숲길을 걷던 70대 A 씨는 “이 지역은 밖에 나와 걸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의 모습이 사라질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함께 산책하던 주민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대부분 반대한다”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태릉과 강릉 등 인근에 있는 문화유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주민도 있다. 태릉CC 인근에서 만난 주민 B 씨는 “세운4구역은 문화유산 문제로 개발이 어렵다고 하면서 이곳은 왜 개발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자연환경이 훼손돼 삭막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제는 교통이었다. 태릉CC와 맞닿은 화랑로는 서울 동북부와 구리·남양주를 잇는 주요 도로로, 출퇴근 시간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특히 화랑대사거리 일대는 화랑로와 경춘북로, 신내IC 등을 이용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반복되는 곳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현재도 도로가 혼잡한데 수천 가구가 추가로 들어서면 교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도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화랑로를 오가는 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태릉CC 앞을 지나는 구간에서도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화랑대사거리 방향으로 갈수록 통행량이 증가했다.

이날 오후 6시께 화랑대사거리에서 만난 20대 주민 C 씨는 “출퇴근 시간에 이곳을 지나다 보면 교통이 혼잡한 게 보인다”며 “육군사관학교나 서울여대에 행사라도 있으면 혼잡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태릉CC 개발 과정에서 교통과 문화유산 보존 문제 등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마치고,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인 교통개선 협의체 등을 통해 2028년 3월까지 교통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원구는 정부의 사업 추진에 앞서 보다 구체적인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는 화랑로와 태릉~구리IC 확장, 화랑대역에서 태릉CC를 거쳐 별내역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6호선 연장, 백사터널 건설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서준오 노원구청장도 8월 12일 우원식 의원과 함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태릉CC 개발에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고 광역교통망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태릉CC처럼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된 공급 부지를 다시 제시하는 것보다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태릉CC 같은 곳은 오래전부터 계속 거론돼왔지만 사업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실제 필요한 주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