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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성시경의 고막남친’이 K팝에 던지는 메시지

듀엣과 협업의 가치…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들려주는 콘텐츠 필요

[비즈한국] 박재범, 최정훈, AKMU(악뮤), 이효리, 지코, 이영지, 박보검, 10CM, 성시경…. 이들은 KBS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진행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더 시즌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에 선보였는데 내용과 포맷은 비슷했다. 아이돌 노래나 트로트 중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같았다. 음악적 효용성 면에서는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가수나 음악 장르를 소개한다. 다른 점은 ‘더 시즌즈’는 진행자가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왜 진행자를 바꿀까? 진행자로 인해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앞선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유희열이 논란에 휘말려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다양성과 롱테일 전략 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진행자의 캐릭터와 정체성, 스타일에 따라 음악 무대가 달라지기에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의 양이 두툼해진다.

이소라가 ‘성시경의 고막남친’에 출연해 성시경과 듀엣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KBS 제공

‘더 시즌즈’는 달리 말하면 진행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성격을 갖는다. 진행자인 가수의 사적 가용 자원을 동원하는 방식인데, 가수가 아는 사람이 많거나 네트워크가 넓을수록 유리한 면이 있다. 친한 가수가 많은 아티스트를 진행자로 기용한다면 출연자 섭외가 용이해진다. 한 사람이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풍성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의 정체성이나 색깔도 다른 만큼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가수의 이름을 강조하기보다 ‘더 시즌즈’라는 음악 프로그램 자체를 브랜딩화하는 전략이다. 롱테일 전략 차원에서 개별 회차마다 주목도나 화제성이 다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위 20%의 인기보다 더 큰 볼륨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성시경이 다른 진행자보다 오랜 동안 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은 더 시즌즈의 장점을 넘어서 모색을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재범, 최정훈, 악뮤, 이효리 등은 약 3개월(12~14회) 정도 진행했고 지코, 이영지, 박보검 등이 약 4~5개월(17~21회) 진행했다. 최장기 MC는 10CM의 권정열로 약 6개월(25회)이었다. 이에 비해 성시경의 고막남친은 2026년 3월 27일부터 현재까지 7개월 정도 이어지고 있다.

왜 성시경은 오래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요인을 꼽아볼 수 있다. 우선 성시경은 상대적으로 폭이 넓은 발라드 가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활동해왔다. 특히 유튜브 활동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자신의 채널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세대를 횡단하는 공감을 얻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넘어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되었다.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와 일상을 공유하면서 기존 가수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됐다.

이전의 ‘더 시즌즈’는 진행자를 달리하면서 다양성을 확보했지만 스타일의 편차가 컸다. 더구나 시청층이 형성될 만하면 새로운 진행자로 바뀌어 시청자가 오히려 축적될 수 없었다. 이미 확보된 팬들조차 이탈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성시경은 이런 점에서는 나름 안정성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트렌디함도 있다. 기존 진행자들은 자신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반복하는 식이었 초대 가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성시경이 초대 가수와 함께 무대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복고형 음악 프로그램에 크게 경종을 울리는 방식이다. 매회 진행자인 성기경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초대 손님의 노래를 같이 부른다는 점, 그것은 가수의 역량만이 아니라 콘텐츠가 독보적인 가치를 갖게 한다.

복고형 음악 프로그램들은 대개 옛 가수들을 불러 예전의 히트곡을 반복하게 했다. 유튜브에 얼마든지 있는 노래를 방송에서 반복하는 것이기에 주목도나 화제성이 덜했다. 하지만 ‘성시경의 고막남친’은 대중이나 팬에게 익숙한 곡을 듀엣이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신선하게 재탄생시켰다. 대중문화는 익숙하지만 약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사례가 ‘성기경의 고막남친’이다. 성시경의 듀엣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도 화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초대 가수에게도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팬덤들도 상호 융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단순히 말솜씨와 재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어떤 가수라도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진행자의 역량과 태도가 중요하다. 이는 음악 방송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K팝 전체에도 메시지를 던진다. 혼자 공연이나 무대를 꾸미기보다 듀엣이나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이것만이 우리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 대안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장수돌들의 컴백이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부각해준다. 무엇보다 다양한 음악을 친숙하고도 새롭게 듣고 싶은 음악 팬들에게 다가갈 콘텐츠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방송가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남희 기자

문화예술 분야와 콘텐츠 관리를 담당합니다.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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