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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 망원경이 찍은 태양의 진짜 ‘얼굴’

하와이 이노우에 망원경으로 표면 고속 연속 촬영 ‘가장 세밀한 모습’ 포착

[비즈한국] 지금 화면에 보이는 것은 고흐의 그림이 아니다. 노란빛을 띤 거대한 덩어리들이 부글거리며 움직이고, 그 사이사이에는 검은 줄무늬와 작은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거대 가스행성의 대기에서나 볼 법한 난류가, 플라스마로 이루어진 태양 표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상상도도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다. 인류가 실제로 촬영한 태양 표면의 가장 세밀한 모습이다.

태양은 표면의 세부 구조를 공간적으로 분해해 들여다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별이다. 다른 별들은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대부분 하나의 빛나는 점에 가깝다. 그러나 태양은 지구에서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빛으로 불과 8분 거리다. 덕분에 우리는 별의 표면이 어떻게 움직이고,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어떻게 뒤엉키며, 그 에너지가 어떻게 태양 폭발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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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태양에는 지구처럼 발을 디딜 수 있는 단단한 표면이 없다. 우리가 태양 표면이라고 부르는 것은 ‘광구’다. 태양 내부에서 빠져나온 빛이 더 이상 플라스마에 붙잡히지 않고 우주로 방출되기 시작하는 층이다. 이 광구의 온도는 약 5800켈빈에 이른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밝고 어두운 알갱이들은 ‘쌀알무늬’, 또는 과립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과립은 보통 지름이 500에서 2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작은 세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하나가 한반도를 훌쩍 덮을 정도로 크다.

밝은 부분에서는 태양 내부의 뜨거운 플라스마가 위로 솟아오른다. 표면까지 올라온 플라스마는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하며 식고, 과립 사이의 어두운 경계를 따라 다시 아래로 가라앉는다. 끓는 냄비에서 뜨거운 물이 올라오고 식은 물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대류다. 다만 태양에서는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움직이기 때문에 대류와 자기장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플라스마의 흐름이 자기장을 만들고, 자기장은 다시 플라스마의 흐름을 바꾼다. 태양 표면은 거대한 대류와 자기장이 서로 밀고 당기는 현장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역동적인 태양의 얼굴을 들여다보려 했다. 1610년 토머스 해리엇을 비롯해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하네스 파브리키우스, 크리스토프 샤이너 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망원경으로 흑점을 관찰했다. 파브리키우스는 1611년 흑점의 움직임을 태양 자전과 연결해 발표했다. 1845년에는 피조와 푸코가 태양의 다게레오타입 사진을 남겼고, 20세기에 들어서는 분광관측과 자기장 측정이 태양의 겉모습 아래에 숨어 있던 물리학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노우에 태양망원경이 416nm 파장에서 촬영한 태양 표면(광구)의 최고 해상도 이미지.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과 관련된 자기 요소의 변형된 경계와 초미세 줄무늬를 보여준다. 사진=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제공

관측 장비가 우주로 올라가면서 태양은 정지된 사진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별로 보이기 시작했다. 2006년 발사된 히노데의 태양광학망원경은 약 0.2초각의 분해능으로 태양 자기장의 세부 구조를 관찰했다. 2010년 발사된 태양동역학관측위성 SDO는 여러 자외선 파장에서 약 12초마다 태양 전체를 촬영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불타는 고리와 태양 플레어, 코로나질량방출의 영상 상당수가 이 위성에서 나왔다.

태양의 얼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한 이카루스의 도전은 계속됐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24년 12월 태양 표면에서 불과 약 610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당시 속도는 시속 약 69만 킬로미터에 달했다.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파커 탐사선은 태양의 바깥 대기인 코로나 안으로 직접 들어가, 플라스마가 태양의 중력과 자기장으로부터 풀려나 태양풍이 되는 현장을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을 향한 도전이 모두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상에서는 파커 탐사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태양에 접근하고 있다. 태양 가까이 날아가는 대신 망원경의 눈을 극한까지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 정점에 있는 장비가 하와이 마우이섬 할레아칼라 정상 부근에 세워진 ‘다니엘 K. 이노우에 태양망원경’, DKIST다.

이노우에 태양망원경은 주경의 지름이 4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태양망원경이다. 태양은 이미 충분히 밝은데 왜 거대한 거울이 필요할까. 핵심은 밝기가 아니라 분해능이다. 망원경이 구분할 수 있는 최소 구조의 크기는 관측 파장이 짧을수록, 거울의 지름이 클수록 작아진다. 4미터 거울로 파란빛에 가까운 416나노미터 파장을 관측하면 이론적으로 태양 표면의 약 19킬로미터 구조까지 구분할 수 있다.

이노우에 태양 망원경으로 관찰한 가장 자세한 태양 표면 사진. 쌀알처럼 생긴 무늬 하나하나가 한반도 크기의 3배가 넘는다. 사진=NSF(미국 국립과학재단) 제공

태양을 4미터 거울로 모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망원경 안으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가 약 13킬로와트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열을 그대로 초점에 모으면 정밀한 광학장비가 손상될 수 있다. 이노우에 망원경은 초점 부근에서 관측에 필요하지 않은 빛과 열을 제거하고, 11킬로미터가 넘는 냉각 배관으로 망원경 내부의 온도를 관리한다. 밤에 얼음을 만들어 두었다가 낮에 냉각에 이용하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주경을 축에서 비껴난 형태로 설계해 빛이 중앙 구조물에 가려지거나 산란되는 현상도 줄였다.

지상망원경에는 대기라는 장애물도 있다. 공기의 온도와 밀도가 계속 변하면 빛의 파면이 흔들리면서 영상이 뿌옇게 번진다. 별이 반짝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노우에 망원경은 1600개의 구동기가 달린 변형거울을 이용해 이 흔들림을 보정한다. 파면센서가 들어오는 빛의 일그러짐을 1521개 지점에서 측정하면 제어장치가 초당 2000번씩 거울 표면의 모양을 바꾼다. 대기가 영상을 흐리는 순간마다 거울을 반대 방향으로 일그러뜨려 원래의 상을 되살리는 적응광학 기술이다.

이노우에 망원경은 2020년 첫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에도 과립과 흑점의 세부 구조가 전례 없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올 8월 ‘네이처’에 발표된 결과는 그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갔다. 연구진은 2025년 4월 14일 21시 38분부터 21시 41분까지 약 3분 동안 관측한 결과를 분석했다. 대상은 태양 원반 중심 가까이에 있던 활동영역 NOAA 14060으로, 강한 자기장이 모여 있는 작은 암흑 구조인 포어가 포함된 영역이었다.

관측에는 416나노미터의 빛만 통과시키는 폭 0.5나노미터의 좁은 필터와 FastCam 장비가 사용됐다. 카메라가 읽어낸 영역은 태양 표면에서 약 5800 곱하기 4350킬로미터에 해당했고, 한 픽셀은 약 6킬로미터였다. 노출시간은 한 장당 불과 100마이크로초, 즉 1만 분의 1초였다. 카메라는 초당 740장을 촬영했다.

지상 최대의 태양망원경인 다니엘 K. 이노우에 태양망원경(DKIST). 사진=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제공

그렇다고 초당 740장의 원본을 그대로 영상으로 이어 붙인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초점이 맞은 영상과 일부러 약간 흐리게 만든 영상을 동시에 촬영했다. 두 영상을 비교하면 망원경과 대기가 남긴 파면의 오차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여기에 다중 프레임 블라인드 디컨볼루션이라는 영상 복원 기법을 적용했다. 보정과 검출기 교정을 마친 원본 2000장을 합쳐 한 장의 과학 영상을 만들었다. 그렇게 얻은 최종 영상의 시간 간격은 2.7초. 우리가 보는 장면은 일반적인 의미의 생방송 영상은 아니지만, 2.7초마다 태양 표면의 약 19킬로미터 구조를 복원한 고속 연속 관측이다.

바로 이 영상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나타났다. 과립과 강한 자기장이 만나는 경계가 매끈한 선이 아니었다. 경계 대부분이 잔물결처럼 휘었고, 작은 갈고리와 소용돌이가 줄지어 나타났다. 마치 고흐가 굵은 붓으로 물감을 휘감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무늬에는 이름이 있다.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이다.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은 서로 맞닿은 두 유체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를 때 발생한다. 경계면에 아주 작은 굴곡이 생기면 속도 차이, 즉 전단이 그 굴곡을 키운다. 경계는 점점 말려 올라가다가 파도나 소용돌이 형태로 발전한다. 지구에서는 줄무늬 구름이나 바람이 부는 수면에서 볼 수 있고, 목성과 토성의 대기에서도 거대한 소용돌이 구조로 나타난다. 태양에서는 보통 유체가 아니라 자기장을 품은 플라스마가 움직이므로 자기유체역학으로 다뤄야 한다.

이 현상 자체는 새로운 물리학이 아니다. 헬름홀츠는 1868년, 켈빈은 1871년에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는 유체의 불안정성을 연구했다. 찬드라세카르는 1961년 자기장이 있는 유체에서 이 불안정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태양 코로나와 코로나질량방출, 채층 제트에서는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성으로 해석되는 구조가 이미 관측된 적이 있다. 그러나 태양의 가시적인 표면, 즉 광구에서 이 현상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징적인 크기가 너무 작아 지름 2미터 이하의 기존 태양망원경으로는 경계를 충분히 분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태양은 매일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지만, 그 표면에서는 우리가 이제야 보기 시작한 작은 소용돌이들이 쉬지 않고 자기장을 비틀고 있다. 인류가 이카루스처럼 태양을 향해 다가간 끝에 발견한 것은 거대한 불꽃 하나가 아니었다. 그 불꽃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십 킬로미터 크기의 작은 파도였다.

참고

https://nso.edu/telescopes/inouye-solar-telescop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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