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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봤어?
읽는 사람들의 성지 ‘송파책박물관’과 ‘서울책보고’

독서가 하나의 취향이 된 ‘텍스트힙’ 시대…일상 채우는 복합문화공간의 즐거움

[비즈한국] 얼마 전 베스트셀러 작가의 사재기 논란으로 SNS가 뜨거웠다. 고작(?) 1600여 권을 사재기하는 것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하긴, 그 정도도 감지덕지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치였으니까.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소리다. 

연간 31만 명이 찾는 송파책박물관. 글로벌 브랜드 루이비통이 발간하는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서울편에서도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매력적인 명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진=정수진 제공

고백하자면 나 역시 이제는 책을 그리 읽지 않는다. 겨우겨우 38.5% 안에 해당하긴 하지만 1년에 읽은 책을 꼽을 땐 한 손으로 너끈하다. 스마트폰 들고 서너 시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인데, 왜 책은 안 읽게 될까. 아무래도 책은 ‘각 잡고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찾아봤다.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그렇게 눈에 들어온 곳이 ‘송파책박물관’과 ‘서울책보고’다. 동네 도서관도 제대로 안 가는 주제에 핑계 같지만, 원래 공부할 때도 필기도구부터 챙기며 분위기를 조성해야 제 맛이니까.

곳곳에 자유롭게 책을 뽑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는 송파책박물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편안히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사진=정수진 제공

송파책박물관은 책을 주제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책 박물관. 박물관이라는 무거움은 전혀 없이,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란 설명은, 1층부터 단박에 이해가 간다. 여느 도서관처럼 어딘가를 들어서서 절차를 걸쳐 조용한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것과 달리,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과 의자와 소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 중앙에 위치한 ‘어울림 홀’은 이곳의 시그니처 공간인데, 1층부터 2층까지 쭉 이어진 거대한 계단 모양의 공간에 자유롭게 앉아서 홀 양쪽에 비치된 책장 속 책을 읽을 수 있다. 중간중간 컬러풀한 박스 공간에선 편안하게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과연 연간 31만 명이 찾을 만하다.

가늘게 쪼갠 대나무 조각에 새겨진 독서와 관련된 사자성어를 뽑아볼 수 있는 경서통이나 활판인쇄로 만들어보는 책갈피 등 소소하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사진=정수진 제공

2층에선 책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그리고 각자 헤드폰을 끼고 미디어를 시청하는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갖춰져 있다. 박물관답게 상설전시실에선 도슨트 투어도 들을 수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2시에, 금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에도 추가 운영하는데, 재미난 깨알 정보들을 들을 수 있으니 추천한다. 제1전시실에선 조선시대 선비들의 책과 관련한 도구들, 제2전시실에선 근현대로 오면서 책의 발전과 시대별 베스트셀러 등이 소개돼 있고, 제3전시실에는 ‘작가의 방’이라 하여 김훈, 정유정, 이병률, 하성란, 황인숙 등 8명의 작가가 남긴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눈에 들어왔던 건 김훈 작가의 중국집 배달 철가방. 바닷가에 버려져 있던 철가방을 주워 와 원고 보관 책장으로 썼다니, 참 출세한 철가방이 아닌가.

‘작가의 방’에서 만나는 작가 8인의 소품들. 버려진 철가방을 원고 보관 책장으로 쓴 김훈 작가, 스릴러 소설을 쓰면서 영화처럼 공간을 생생히 그리는 정유정 작가 등 작가별 특징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정수진 제공

책을 읽는 도서관의 역할, 책에 대해 알아보는 박물관의 역할과 함께 이곳은 교육의 장으로도 톡톡히 기능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거든. 출판 기획자의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직접 교열자가 되어 교정교열을 해보거나, 활판인쇄 과정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주말 가족 교육 가족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덕무의 책방을 채워라!’로 전통 제본 방식을 체험하거나 유아 동반 가족 교육 프로그램인 ‘요리조리, 우리는 책 요리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자녀와 함께 찾기 좋다. 오은 시인을 초청한 책문화 강연도 9월 29일에 열린다.

방치돼 있던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해 책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책보고. 잠실나루역 가까이 위치해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쉽다. 사진=정수진 제공

송파책박물관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면서도, 보다 큐레이션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서울책보고가 맞춤하다. 이곳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10년간 비어 있던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했다. 2019년 3월 문을 열어 2024년까지는 헌책방 중심의 공간으로 운영되었다가, 2025년 5월 말부터 ‘팝업서가’와 ‘큐레이션 서가’를 중심으로 한 책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32개의 서가와 아치형 통로로 독특한 모습을 자랑하는데, 드라마 ‘호텔 델루나’ 등 여러 대중문화 매체에도 소개되어 데이트와 놀거리를 찾는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다.

빈백 존을 포함해 바나 서가형 등 다양한 책 읽는 공간이 작은 공간에 곳곳이 포진돼 있다. 사진=정수진 제공

책을 중심으로 팝업형 서가, 체험형 책 향유 공간, 책 카페&라운지, 필사 공간 등 공간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 읽는 공간 또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특히 누워서 책을 읽는 빈백 존이 인기다. 출판사별 서가, 작가와 인플루언서 등이 추천한 서가 등 주제와 취향에 따라 선별된 책을 둘러보는 맛도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굿즈와 오브제를 전시 중인 ‘취향상점’도 눈길을 끈다.

취향상점을 통해 책과 관련된, 혹은 책에서 영향력을 받은 아기자기한 굿즈들을 만날 수 있고, 재미로 뽑아보는 문장자판기, 유명 작가와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한 책들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정수진 제공

기획전과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도 이곳을 찾는 이유. 필사 공간과 함께 편지를 쓰면 크리스마스에 받아보는 이벤트도 열리고 있고, 오는 10월 1일에는 등단 20주년인 최진영 작가의 ‘끝나지 않는 노래’ 출간기념 북토크도 열린다. 한 번 찾아보고 자주 찾을 것 같으면 서울책보고 카카오톡 채널 추가를 하자. 매달 1일 도서 할인 쿠폰 2장과 내부의 카페 느긋의 음료 할인 쿠폰 2장, 총 4장의 할인 쿠폰을 준다.

독특한 아치형 통로가 인상적인 서울책보고. 여러 드라마에도 소개되며 SNS상에서도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사진=정수진 제공

성인 종합독서율이 처참하다지만, 한 가닥 위안이 있다면 ‘텍스트힙(독서가 단순히 지식 습득이 아닌,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자기 브랜딩 방식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경향)’ 트렌드 덕분인지 젊은 세대의 독서율은 높다고 한다. 20대 독서율이 75.3%, 30대도 66.4%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수준이라니까. 그리고 텍스트힙이면 뭐 어떤가. 원래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으로 빠져들 수 있는 거니까. 송파책박물관과 서울책보고를 둘러보면 독서인구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마음껏 책을 읽고 싶다면 이곳들을 찾아봐도 좋겠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무비위크> <바앤다이닝> <KTX매거진> 등을 거치며 영화, 여행, 미식,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노후는 모르겠고, 오늘 이 순간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게 제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상대는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는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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