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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꽃밭에 100억’ 송도 K팝 콘텐츠시티 부지 되살릴 방법

민간 투자 무산되면서 ‘혈세 낭비’ 반복…공연장 부족 상황, 전국 유휴 부지 활용 필요

[비즈한국]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맞지 않게 국내에 전용 아레나 공연장이 없어 여러 곳에서 부랴부랴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좌초되거나 지연되는 가운데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적절한 해법이 모색되어야 했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블록도 여기에 해당한다.

옛 K팝 콘텐츠시티 부지인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블록은 인천도시공사(iH)가 2013년 인천시로부터 출자받은 일반상업용지다. 10년이 넘게 방치되어 꽃밭과 임시 포토존을 설치·철거하는 임시방편이 반복됐다. 이 예산만 매년 8억~10억 원에 이르러 현재까지 100억 원 가까이 낭비됐다. 대표적인 행정예산 낭비 사례로 꼽힐 정도다.

옛 K팝 콘텐츠시티 부지인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블록에 조성된 장미꽃밭. 사진=인천도시공사 제공

2023년 세계적인 K팝 기획사를 유치하고 K팝 전용 아레나 공연장을 건립하기 위해 K팝 콘텐츠시티 개발이 추진되었지만 곧 논란에 휩싸였다. 오피스텔 개발권을 통해 건축비를 충당하려 특정 사업자를 전제하고 수의 계약을 추진한 것이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관련 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도시공사도 이견을 드러냈다. 주거 시설(오피스텔 등) 적정 세대수나 기반 시설 수용 능력, 공공 기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입장이 달랐다. 더구나 공사비는 급격하게 올랐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민간 투자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방치된 땅이 미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먼지가 날릴 수 있다는 진단에 2019년부터 매년 봄/가을용 꽃밭과 일회적인 포토존 구역을 만들었다. 철거와 설치는 반복하면서 비용이 계속 투입되는 상황이다. 올해만 꽃밭에 7억 6000만 원, 포토존 시설에 2억 4000만 원을 책정했다. 미관상의 이유만은 아니다. 미업무용 토지로 분류되어 150억 원의 징벌적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위기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자구책이다.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단 야외 공연장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정식으로 개발하기 이전에라도 야외 공연장 등 K팝 문화 예술 공간으로 마련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방문하기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여객항이 있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팬들이 접근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동안 외국 팬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다만 대형 록페스티벌은 치르기 어려우니 재즈나 블루스, 발라드 같은 장르를 공연하는 공간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소음 저감 문제는 가상방음벽(Virtual Noise Barrier)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물리적 방음벽을 세우지 않고 전기 신호와 스피커 제어 기술로 소리가 확산하지 않거나 흐르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술로, 주거지 방향으로 소리가 퍼지지 않게 할 수 있다. 또 잔디 구장 방식을 취해서 동절기에는 다른 스포츠 경기나 주민 편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야외 공연장 조성이 어렵다면 티어드롭(Tear-Drop) 방식으로 공연장을 만들 수 있다. 대형 천막이나 공기 주입식 에어돔 형태로 가설된 이동식 조립스타일의 공연장이다. 눈물방울 모양인데 비나 눈, 바람 등 기후 저항을 줄여 역학적으로 안정성을 준다. 돔형 모양으로 360도에서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의 거리감이 없어 현장감은 물론 몰입도가 최고에 이른다. 고정된 건축물이 아니어서 넓은 대지, 주차장, 공원 등에 일정기간 공연을 하고 쉽게 철거할 수 있다. K팝 팬미팅 콘서트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과 9호선 동작역에 이미 티어드롭이 설치되어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동작 신춘음악회’ 등을 공연하고 있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건설되는 서울아레나. 사진=서울시 건설알림이 캡처

모듈러(Modular) 시스템을 활용한 K팝 팝업 스토어 성지를 만들 수도 있다. 규격화된 부품을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은 단 몇 시간 안에 설치, 철거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언제든지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ESG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단기간에 대규모 부지 안에 팝업 스토어는 물론이고 전시나 공연 시설을 만들 수도 있다. 이후 정식 개발 공모나 상업 시설이 착공된다 해도 매년 꽃밭을 뒤엎는 방식보다는 가치가 클 수 있다. 더구나 K팝 팝업 스토어 성지 조성은 K팝 팬덤과 관광객을 유입시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아레나 공연장을 조성한다면 사전 홍보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대안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책임 주체와 초기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초기 비용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으나, 곧 시행될 것 같던 사업이 10년 미뤄지고 거의 1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땅바닥에 뿌려졌다. 더 이상 예산이 소진되지 않고 생산적으로 쓰이도록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비단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블록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K팝 관련 공연장이 부족한데 아레나 공연장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유휴 부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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