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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부회장 3명 한꺼번에 하이닉스로…
그룹 무게중심 완전히 옮겨갔나

중국·미국·대외협력 맡던 최고위 경영진 한꺼번에 이동…SK스퀘어 NAV 261조 중 하이닉스 지분가치만 257조

[비즈한국] SK그룹 전문경영인 부회장들이 SK하이닉스에 집결했다. 중국과 미국 사업, 대외협력 등을 맡아온 서진우·유정준·이형희 부회장이 최근 SK㈜에서 SK하이닉스로 소속을 옮겼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SK그룹 전문경영인 부회장 4명 가운데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을 제외한 3명이 한 회사에 모인 셈이다.

이들은 단순히 소속만 옮긴 것도 아니다. 지난 8월부터 곽노정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SK하이닉스 사장단과 담당급 임원 등 약 250명을 상대로 일대일 심층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의 사업 현안과 애로사항, 조직과 리더십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경영진이 SK하이닉스의 경영 방향과 비전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정기인사와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둔 시점에 그룹 최고위급 전문경영인들이 한꺼번에 SK하이닉스로 이동하면서 그룹 안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위상이 다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SK하이닉스가 실적과 기업가치 모두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압도하면서 SK의 인력과 자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7월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ADR 거래 개시 기념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미국·대외협력 전문가 3명 모두 하이닉스로

이번에 이동한 세 부회장은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성장한 인사들이 아니다. 오히려 SK그룹의 글로벌 사업과 전략, 대외협력 경험이 긴 경영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진우 부회장은 SK텔레콤 사장과 SK플래닛 대표 등을 거쳐 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해왔다. 유정준 부회장은 SK E&S 대표를 오랫동안 맡았고 SK온 대표 등을 거쳐 그룹 미주 사업을 담당했다. 이형희 부회장은 SK텔레콤 MNO총괄·사업총괄과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거쳐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과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해 SK㈜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특히 서 부회장과 유 부회장은 각각 중국과 북미라는 SK의 핵심 해외시장을 담당했고, 이 부회장은 그룹의 대외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왔다.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AI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미국 자본시장까지 진출하면서 필요한 역할도 생산·기술에서 글로벌 사업과 대외 네트워크로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다. 신주 1779만 주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은 39조 8905억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용인 1기 팹과 청주 P&T7, 극자외선(EUV) 장비 등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장식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 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AI 메모리를 둘러싼 경쟁이 단순 제품 개발을 넘어 빅테크 고객 확보와 글로벌 투자, 공급망 문제로 확장된 상황에서 중국·미국·대외협력 경험이 있는 부회장들이 SK하이닉스로 이동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47조 벌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98조

그룹 내 SK하이닉스의 위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46.8%, 영업이익은 101.2%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43조 6011억 원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 6103억 원, 2분기는 60조 5426억 원이었다. 상반기에만 98조 1529억 원을 벌었다. 지난해 1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6개월 만에 기록한 셈이다. 상반기 매출도 131조 8950억 원으로 처음으로 반기 100조 원을 넘어섰다.

다른 주요 계열사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조 1622억 원, 3조 48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상반기 영업이익이 약 5조 6500억 원이었다. SK텔레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 1036억 원이었다.

사업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SK하이닉스가 현재 그룹의 이익 창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재무 여력도 과거와 달라졌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 원으로 1분기보다 33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18조 6000억 원으로 줄면서 순현금은 69조 4000억 원까지 늘었다. 과거 그룹의 지원을 받아 투자하던 계열사에서 이제는 자체적으로 수십조 원 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 창출력을 갖춘 회사로 바뀐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서울 근무 조직을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으로 옮기는 방안이 그룹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SK스퀘어 NAV 261조 원 중 하이닉스 지분만 257조 원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그룹 지배구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은 2021년 통신사업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ICT 투자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했고,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 지분도 SK스퀘어로 승계됐다.

현재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는 사실상 SK하이닉스 지분가치에 좌우된다. SK스퀘어가 9월 16일 기준으로 공개한 NAV는 총 261조 8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지분가치만 256조 9900억 원이다. 전체 NAV의 약 98.2%에 해당한다. 티맵모빌리티 1조 4600억 원, SK쉴더스 1조 200억 원, SK플래닛 6100억 원 등 다른 투자자산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SK스퀘어 실적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올해 2분기 SK스퀘어 영업이익은 19조 2354억 원으로 전년 1조 4011억 원보다 13배 이상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7조 5137억 원이었다. SK스퀘어는 실적 급증의 가장 큰 이유로 지분법으로 반영되는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들었다. SK스퀘어라는 투자회사의 자산가치 대부분을 SK하이닉스 한 회사가 설명하게 된 셈이다.

3조 원대에 인수한 하이닉스, 14년 만에 그룹 중심으로

SK그룹과 하이닉스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은 2012년 2월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구주와 신주를 합쳐 1억 4610만 주를 3조 3747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지분율은 21.05%였다. 하이닉스는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뒤 오랫동안 새 주인을 찾던 회사였다.

당시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을 통한 신디케이트론으로 2조 5000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 부담을 감수한 투자였다. 인수 당시 SK는 통신과 반도체를 결합해 새로운 ICT 성장체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같은 해 3월 회사 이름도 SK하이닉스로 바뀌었다.

14년이 지난 지금 관계는 상당히 달라졌다. SK텔레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편입됐던 하이닉스가 이제는 그룹 전체의 핵심 성장축으로 올라섰다. SK텔레콤은 2021년 통신사업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ICT 투자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했고, SK하이닉스 지분은 SK스퀘어로 넘어갔다. 이후 AI 반도체 호황을 타면서 SK하이닉스는 그룹 계열사 가운데 압도적인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

이번 부회장단 이동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전문경영인 부회장 3명을 동시에 SK하이닉스에 보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 부회장은 하이닉스 임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조직과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경영과제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서울 근무 조직을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으로 옮기는 방안도 그룹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 글로벌 마케팅 등 일부 조직을 두고 있다.

우종국 기자

기업의 움직임 뒤에 있는 구조와 이해관계를 취재합니다. 드러난 사건보다 그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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