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그룹이 일본 현지에 설립한 투자회사 로카캐피탈이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은 로카캐피탈 설립에 약 4000억 원을 투입했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만큼 갑작스러운 청산에 의문이 제기된다. 로카캐피탈은 설립 후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채 청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SK(주), SK머티리얼즈, SKC, SK실트론 등 SK그룹 4개 계열사는 2021년 일본 현지에 SK재팬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4개 계열사가 SK재팬인베스트먼트 지분을 25%씩 갖는 구조다. SK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일본 현지에 투자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SK머티리얼즈가 2021년 SK(주)에 흡수합병되면서 SK(주)가 SK재팬인베스트먼트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SK재팬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로카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로카캐피탈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까지는 순손실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했지만 2024년과 2025년은 65억 원, 8100만 원으로 적자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였다. SK그룹 규모를 고려하면 적자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SK그룹이 로카캐피탈의 청산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카캐피탈 청산 조짐은 이전부터 보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로카캐피탈의 자산총액은 2023년 말 기준 3312억 원이었다. 하지만 2024년 말 1000억 원 이하로 줄었고, 2025년 말에는 10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이는 로카캐피탈이 2024년 유상감자한 영향이 크다. 유상감자란 회사가 주식 수를 줄여 자본을 감소시키는 것을 뜻한다. 자본금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환급금은 주주에게 지급된다. 로카캐피탈이 유상감자를 통해 자산을 급격히 줄였으니 사업 철수를 염두에 뒀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카캐피탈이 반도체 전문 투자회사는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만큼 SK그룹의 향후 일본 진출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월 31일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 공장 투자와 관련해 “일본 전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이라면 일본 내 어디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 계열사들은 로카캐피탈 설립 당시 약 4000억 원을 출자했다. 유상감자로 회수한 자금 등을 고려하면 큰 손해를 본 건 아니더라도 큰 이득을 거둔 것도 아니다. 로카캐피탈의 적자 규모도 줄고 있었다. SK그룹이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와중에 굳이 로카캐피탈을 청산한 것에 의문이 따르는 이유다. SK그룹은 로카캐피탈 청산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