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원의 재산 분할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앞서 지난 7월 최 회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 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재산분할 비율로 최태원 회장 3분의 2, 노소영 관장은 3분의 1로 정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재상고한 배경으로 단기간 내 현금 마련 어려움을 꼽는다. 최 회장이 판결 확정 후 재산분할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만 하루 1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최 회장이 재상고를 진행하면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을 현금과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판결은 전액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했는데, 노 관장도 판결 그대로 전액 현금 지급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29.39%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두산그룹은 최근 SK실트론 지분 70.61%를 2조 3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약 4만 8600원의 가격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39%의 가치는 9575억 원이다.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돈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지분 매입 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 두산그룹으로서도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SK실트론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이유는 없다. 제3자가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을 전량 매입해도 SK실트론 경영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9575억 원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지분 70.61% 인수도 내년 1월에야 작업이 마무리된다. 최 회장이 지금 당장 SK실트론 지분 매각 계약을 맺어도 내년에야 매각 자금을 모두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최 회장에게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지분 매입을 공시하면서 “SK실트론의 잔여 지분 29.39%의 양수를 목적으로 그 거래상대방(최태원 회장)과 별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공시 규정 등에 따라 관련 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로는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보통 상고심 판결까지 최소 수개월, 길면 수년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재산분할 기준 시점 산정에 대해 재평가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파기환송심에서는 SK(주) 주가 산정 기준 시점을 2024년 4월 16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후 SK(주) 주가가 급상승했고, 법원도 이를 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
최태원 회장은 SK(주) 주가 산정 기준 시점 이후의 주가 변동을 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한 것을 놓고 반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파기환송심 판결일인 7월 24일 SK(주)의 종가는 63만 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50만 원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최근 SK(주) 주가 하락을 부각해 분할 비율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