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의 상업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노피가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상표를 선제적으로 출원한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도 국내 특허청에 동일한 상표군을 잇달아 출원하며 제품명 관련 권리 확보에 나섰다.

20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4일 제5류(의약품·백신 등) 상품분류로 △VAQNUMO △LEXNOUMO △EMNUVAQ △IPEDVAQ △VAXLUBEY △VAXNUBO △BEYTULDIA △SUPPYMO △KIDPOMFI △KYDSURA △PEDFENZI △KWOBEBI 등 총 12종의 영문 상표를 출원했다.
이들 상표는 앞서 사노피의 백신 연구개발 법인 사노피 R&D 백신이 프랑스에서 출원한 명칭과 동일하다. 사노피는 프랑스 국립산업재산권연구원(INPI)을 통해 상표를 선출원한 뒤 일부 명칭에 대해서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등록을 거쳐 미국·영국 등으로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글로벌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해외에서 복수의 브랜드 후보를 출원한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도 국내 상표권 확보에 나선 셈이다. GBP410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양 사가 제품명 후보에 대한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향후 브랜드 전략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출원된 상표를 보면 폐렴구균 백신과 영유아·소아 시장을 겨냥한 정황이 뚜렷하다.
VAXNUBO와 VAXLUBEY, VAQNUMO, EMNUVAQ에는 백신을 연상시키는 ‘VAX’ 또는 ‘VAQ’가 사용됐다. VAQNUMO와 LEXNOUMO, SUPPYMO에는 폐렴구균 백신을 연상시키는 ‘NUMO·NOUMO·PYMO’ 등의 조합이 포함됐다.
IPEDVAQ와 PEDFENZI는 소아과를 뜻하는 ‘Pediatric’를 연상시키는 ‘PED’를 활용했다. KYDSURA와 KIDPOMFI 역시 어린이를 의미하는 ‘Kids·Kid’가 연상되는 표현을 포함했으며, KWOBEBI는 아기를 뜻하는 ‘Baby’를 연상시키는 형태다.
백신과 폐렴구균, 영유아·소아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조합한 명칭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GBP410의 주요 접종 대상을 고려한 브랜드 후보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12개 상표는 모두 사노피 R&D 백신이 프랑스에서 먼저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IPEDVAQ는 지난해 10월 1일, VAXNUBO·VAXLUBEY·VAQNUMO·LEXNOUMO는 같은 달 2일, PEDFENZI·EMNUVAQ는 10월 24일 각각 프랑스에서 출원했다. 사노피는 이 가운데 일부 상표를 국제등록하고 영국 등 지정국으로 상표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BEYTULDIA·KWOBEBI·KYDSURA·SUPPYMO·KIDPOMFI도 올해 5월 8일 프랑스에서 출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그동안 자체 백신에 사용한 ‘스카이(SKY)’ 브랜드가 빠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노피의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공급되는 공동개발 백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가별로 활용하기 쉬운 영문 조합형 브랜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 사는 GBP410의 연구개발비를 공동 부담하고 있으며, 상업화에 필요한 비용은 사노피가 부담한다. 제품 허가 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사노피가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를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등 자체 브랜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GBP410은 21개 혈정형을 포함한 단백접합 방식으로 생산되는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생후 6주부터 만 17세까지 영유아·어린이·청소년 약 77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 사는 내년 중간 결과를 확보한 뒤 2029년 글로벌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도 20가 이상 고가 백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이자의 20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프리베나20’이 이미 주요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MSD는 21가 백신 ‘캡박시브’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캡박시브는 21개 혈청형을 포함해 기존 백신이 상대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던 혈청형까지 예방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는 단순히 혈청형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어떤 혈청형을 포함할지, 소아를 포함한 접종 연령대에서 얼마나 폭넓은 예방 효과를 확보할지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지난해 92억 3000만 달러(12조 82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1년에는 123억 3000만 달러(17조 1300억 원)까지 연평균 4.95% 성장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410 상업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경북 안동 백신 공장 ‘L HOUSE(엘하우스)’ 내 생산동을 증축해 약 4200㎡ 규모의 GBP410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인증 획득도 추진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직 개발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이름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