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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직접 연구…
SK바이오팜, 2028년까지 ‘버추얼 랩’ 구축한다

ROR1 바인더 발굴 기간 60% 이상 단축…리드 최적화·전임상·중개연구까지 연결 목표

[비즈한국] SK바이오팜이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을 연구자의 판단을 돕는 도구에서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로 확대한다. AI 에이전트가 연구 과정 일부를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해 신약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리드 최적화부터 전임상 스터디, 동물실험 기반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단계까지 전임상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사진=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은 2028년 AI 에이전트가 신약 연구를 수행하는 ‘버추얼 랩(Virtual Lab)’을 일정 수준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바이오USA에서 공개한 2026~2027년 ‘AI 에이전트’, 2028년 이후 ‘버추얼 랩’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028년부터 구축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현재 확보한 AI 인프라와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구축해 2028년까지 일정 수준의 버추얼 랩 구현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AI 모델 쓰는 연구에서 AI가 수행하는 연구로

버추얼 랩의 핵심은 AI 모델을 활용하는 주체를 연구자에서 AI 에이전트로 확장하는 데 있다.

현재는 연구자가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모델링) 예측모델 등 AI 도구를 직접 활용하는데,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모델을 활용해 연구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제안한다. 연구자는 이를 토대로 연구전략을 세우고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연구를 이어가는 24시간 연구체계도 목표다. 다만 로봇이 실제 실험실에서 합성이나 실험까지 수행하는 ‘피지컬 AI’를 2028년까지 구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피지컬 AI까지 2028년에 구현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사람이 수행하던 후보물질 발굴과 합성 관련 연구업무에 AI 연구도구를 적용해 시간 제약 없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랩 인프라 구축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B200 128장 규모의 연산자원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팜은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 B200을 활용해 바이오·헬스케어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체 최적화 모델을 개발하고 중개연구의 AI 전환(TR-AX) 등에 나설 계획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GPU 도입은 버추얼 랩 구축을 위한 진행 과정의 일부가 맞다”고 말했다.

후보물질 발굴 넘어 전임상까지…연구단계 연결

AI 에이전트의 역할도 후보물질 발굴에 머물지 않는다. SK바이오팜은 초기 디스커버리 이후 개발단계까지 AI 활용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버추얼 랩이 디스커버리 단계에 집중돼 있었다면 리드 최적화부터 전임상 스터디, 동물실험 기반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단계까지 전임상 전 과정을 에이전트로 구현해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각 단계에서 AI를 따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과정을 연결하는 것도 핵심이다. 버추얼 랩과 중개연구 체계를 거대언어모델(LLM)로 연결해 앞선 연구의 선택이 이후 전임상과 임상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 궁극적으로 후보물질 개발 단계부터 향후 임상 성공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연구체계를 지향한다.

다만 동물실험을 곧바로 AI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시험은 하되 AI로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해 실험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대체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발굴기간 60% 단축…도입 후보·RPT까지 AI 확대

일부 AI 기술은 이미 실제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한 ROR1 바인더 발굴 연구는 기존 방식보다 기간을 60% 이상 단축했다.

실험 횟수와 비용 절감 효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마다 조건이 달라 연구기간 단축이 실험 횟수나 비용 감소로 어느 정도 이어졌는지를 일률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I 활용범위는 자체 신약개발을 넘어 외부 후보물질 도입으로도 확대한다. 라이선스인 검토 과정에서 후보물질과 타깃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도입 후보 자산의 평가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신규 모달리티에도 AI를 접목한다. 특히 RPT(방사성의약품)는 AI 기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에서는 후보물질 발굴·설계·평가 과정의 AI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2028년 신약 연구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버추얼 랩’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제공

AI 확장 움직임 SK그룹과 신약개발 시너지

SK바이오팜의 버추얼 랩 구축은 SK그룹이 AI를 각 계열사의 사업영역으로 확산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SK텔레콤은 통신과 AI를 양대 축으로 사업조직을 재편하면서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모델,  B2B·B2C AI 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회사 SK하이퍼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7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하는 등 AI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를 표방하며 AI 기업 투자와 기존 사업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와의 접점도 생겼다. SK바이오팜이 도입한 엔비디아 B200 GPU 128장 규모의 연산자원도 SK텔레콤이 구축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해인’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독해 활용한다. SK텔레콤의 AI 인프라가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 연구 기반으로 연결된 사례다. SK네트웍스와 협력해 설립된 미국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피닉스랩은 신약 프로그램을 위한 AI 운영체제 ‘케이론’을 개발해 제약·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도 지난 바이오USA에서 그룹 내 AI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 사장은 당시 “AI는 SK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라며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AI 관련 역량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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