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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6개월’ 중국산 빵,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수분활성도 낮추고 산도 조절해 미생물 억제…2000년대부터 관련 특허·기술 축적

[비즈한국] 최근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카스테라와 포장빵을 집어 들었다가 소비기한을 보고 놀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냉장이나 냉동제품도 아닌데 제조 후 서너 달은 기본이고 일부 제품은 반년 가까이 상온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갓 구운 빵을 며칠만 실온에 놔둬도 곰팡이가 피는 것은 물론, 일주일 남짓 유통기한이 짧은 국내 제조 빵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중국에서는 이 빵을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최근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장기보존 빵은 일반 제과점 빵을 단순히 오래 보관하는 제품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장기간 상온 유통을 전제로 배합과 생산공정, 포장까지 설계한 가공식품에 가깝다. 보존료뿐 아니라 빵 속 수분의 상태와 산도, 생산공정의 미생물 관리, 포장 내부 산소 등을 동시에 통제해 유통기한을 늘린다.

가령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 등록된 중국 푸젠성 제조업체의 ‘삼각카스테라 오리지널’은 2026년 1월 13일 제조돼 소비기한이 7월 12일까지로 설정됐다. 약 6개월이다. 계란과 밀가루, 설탕, 대두유 외에 D-소비톨액과 트레할로스, 글리세린, 히드록시프로필전분, 프로피온산칼슘, 사과산과 구연산 등이 원재료에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중국산 카스테라는 소비기한이 약 4개월이다. 이 제품 역시 계란과 밀가루, 설탕 외에 D-소비톨액과 과당시럽, 글리세린, 프로피온산나트륨, 구연산, 잔탄검 등이 들어간다.

국내에 수입·판매되는 중국산 ‘삼각카스테라’. 중국에서는 수분활성도와 산도 조절, 보존료 및 포장 기술을 결합한 장기 상온유통용 빵이 일찍부터 대중화됐다. 사진=네이버스토어

촉촉한데 왜 안 상할까…핵심은 ‘수분의 상태’

빵이 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수분이다. 하지만 식품의 수분 함량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미생물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식품 속 물 가운데 미생물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정도인 ‘수분활성도’다.

장기보존 빵에는 소비톨이나 글리세린, 당류 등이 활용된다. 이 물질들은 빵이 지나치게 마르는 것을 막으면서 물과 결합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수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겉으로 만져보거나 먹었을 때는 촉촉하지만, 미생물 입장에서는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수입되는 중국산 카스테라의 성분표에서 D-소비톨액과 글리세린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트레할로스와 변성전분 등도 식감과 수분 유지에 관여한다. 우리가 제과점에서 구입하는 갓 구운 카스테라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제품의 구성 성분은 상당히 다르다.

여기에 보존료가 더해진다. 중국산 삼각카스테라에는 프로피온산칼슘, 다른 수입 카스테라에는 프로피온산나트륨이 사용됐다. 프로피온산과 그 염류는 특히 빵과 같은 식품에서 곰팡이와 일부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보존료다.

이 자체가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특이한 첨가물은 아니다. 국내 식품첨가물 기준에서도 프로피온산과 프로피온산나트륨 등은 빵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식약처 기준상 빵류에서 프로피온산 및 관련 염류는 프로피온산 기준 1kg당 2.5g 이하로 사용할 수 있다. 즉 ‘보존료가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한 식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허용된 첨가물을 허용 범위 안에서 사용했느냐가 중요하다.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 중국산 카스타드크림빵. 개당 990원에 판매되는 저가 포장빵으로,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제조됐다. 사진=봉성창 기자

산도 낮춰 미생물이 살기 힘든 환경 조성

장기보존 빵은 단순히 보존료를 많이 첨가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여러 기술이 동시에 동원된다.

앞서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카스테라에서 구연산과 사과산 등이 확인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도를 조절해 미생물이 증식하기 힘든 환경을 만드는 활용된다. 수분활성도를 낮추고, 산도를 조절하고, 보존료까지 사용하면 각각의 기술을 단독으로 적용했을 때보다 보존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렇게 여러 보존 기술을 겹쳐 사용하는 방식을 흔히 ‘허들 기술’이라고 부른다. 미생물이 넘어야 할 장애물을 여러 개 만들어 어느 하나만으로 식품을 보존하는 데 따른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2024년 공표한 식품첨가물 국가표준 GB 2760-2024 역시 중국에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첨가물과 사용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빵을 구운 이후의 처리도 보존성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빵은 고온의 오븐을 통과하면서 상당수 미생물이 제거된다. 문제는 오븐에서 나온 이후다. 빵이 식는 과정에서 공기나 생산설비, 작업환경을 통해 곰팡이 포자 등이 다시 달라붙으면 아무리 잘 구운 제품이라도 보존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중국 식품업계 전문매체 식품파트너망이 장기보존 베이커리 생산 과정에서 곰팡이 발생 원인을 설명한 자료를 보면 직원과 설비, 생산환경 위생뿐 아니라 굽기와 냉각공정, 냉각실의 환기, 포장 직전 빵의 중심온도 등을 주요 관리 요소로 꼽는다. 특히 포장 전 중심온도를 약 38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포장하면 포장 내부에 수증기가 맺혀 오히려 곰팡이가 발생하기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6개월 빵’을 팔았다

사실 한국 소비자에게 중국산 장기보존 빵이 최근 들어 낯설게 보일 뿐 중국에서는 새로운 제품군이 아니다. 중국에서 장기보존 빵이 일찍 자리 잡은 배경에는 관련 기술 개발과 특허 축적도 있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빵의 수분활성도와 산도를 낮추고, 보존료와 탈산소 포장 등을 조합해 상온 보관기간을 늘리는 제조법이 다수 특허로 출원됐다.

중국 인민망은 2015년 현지에서 판매되는 포장빵의 유통기한을 조사하면서 즉석에서 굽는 베이커리 제품은 보통 2~3일에 불과하지만 일부 천연효모 포장빵은 90일, 다리위안과 판판 등이 판매하는 프렌치 소프트브레드는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장기간 보존되는 제품에는 프로피온산칼슘이나 소브산칼륨 등 여러 첨가물이 사용된 사례가 소개됐다.

중국의 넓은 국토와 대규모 유통망도 이러한 제품이 발전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공장에서 만든 빵을 수천 km 떨어진 지역까지 운송하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장기간 판매하려면 제과점에서 당일 생산하는 빵과 다른 방식의 제품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택배를 통한 전국 유통에 적합한 장기보존 식품의 장점도 커졌다.

한국으로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선박이나 육상 물류를 거쳐 국내 창고와 도소매 유통망을 통과하려면 며칠짜리 소비기한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소비기한이 4~6개월이라면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와 전국 유통이 훨씬 수월해진다.

중국산 우유케이크의 한글 표시사항. 원재료명에는 D-소비톨액과 글리세린, 프로피온산칼슘 등 식감 유지와 보존에 활용되는 식품첨가물이 표시돼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보존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중국산 장기보존 빵의 보존료 유해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해 성분으로 자주 지목되는 프로피온산칼슘과 소브산칼륨은 국내에서도 사용이 허용된 식품첨가물로, 정해진 사용기준을 준수할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 지난 3월 서울시 등이 시중 유통 제품 620여 개를 검사한 결과에서도 보존료는 모두 기준치 이하로 확인됐고, 사용할 수 없는 타르색소도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식품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장기보존 기술 자체와 개별 제품의 안전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특히 단순히 식품첨가물 포함 여부보다는 허용 기준과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중국산 빵 제품의 경우 2026년 5월 제조된 제품에서 허용되지 않은 보존료가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식약처 기록에는 ‘그 외 보존료 검출’ 사유로 소브산이 1kg당 0.070g 검출됐다고 기재돼 있다.

따라서 ‘정식 수입 중국산 빵은 모두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몇 달 동안 썩지 않으니 위험하다’고 보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다. 제품마다 사용한 원료와 첨가물, 제조공정과 국내 기준 적합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뒷면의 한글 표시사항이다. 소비톨, 글리세린, 프로피온산칼슘·나트륨, 산도조절제 등이 함께 표시돼 있다면 단순한 제과점 빵이라기보다 장기유통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그중 프로피온산칼슘·프로피온산나트륨은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보존료로,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프로피온산과 그 염류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별도로 제한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사용 수준에서의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소브산과 소브산칼륨 역시 곰팡이와 효모를 억제하는 보존료로 사용되며 JECFA의 ADI는 체중 1kg당 하루 0~25mg이다. 소비톨은 당알코올 계열의 감미·보습 성분으로 과량 섭취하면 복부팽만이나 설사 같은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글리세린은 수분을 유지해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보습제로 식품에 허용된 범위에서만 사용돼야 한다.

구연산·사과산 같은 산도조절제도 일반적으로 체내 대사 과정에서 처리되는 성분이다. 따라서 이들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국내 허용기준과 사용량을 지켰는지가 안전성을 판단하는 핵심이다.

다만 상온에서 수개월을 견딘다는 사실은 중국산 빵을 과연 ‘빵’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갓 구워 하루 이틀 안에 먹는 제과점 빵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반년 동안 전국과 해외를 이동하는 포장빵은 모양과 맛은 비슷해도 사실상 전혀 다른 가공식품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당 제품이 국내 사용기준을 충족했는지, 정식 수입·검사 절차를 거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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