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남부터미널 일대 복합개발 청사진을 내놨지만, 터미널 운영사 엔티산업은 지난 7월 경영난을 이유로 면허 반납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외·고속버스 이용객과 노선이 줄면서 업계 전반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남부터미널 역시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외·고속버스 업계는 이용객 감소와 노선 축소가 맞물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외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9년 54만 명에서 지난해 27만 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노선은 3335개에서 3177개로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속버스도 하루 평균 이용객이 8만 3000명에서 5만 8000명으로 30% 줄었다. 노선은 208개에서 164개로 21% 감소했다.
시외·고속버스 이용객 감소에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이동량이 급감하면서 버스 이용객이 크게 줄었고, 업계는 수요 감소에 맞춰 운행 횟수와 노선을 줄였다. 이후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이용 수요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줄어든 운행 횟수와 노선이 충분히 복원되지 않으면서 이용 불편도 이어졌고, 이는 또 다시 승객 감소와 노선 축소가 맞물리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여기에 KTX·SRT 등 고속철도 확대도 버스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고속철도망이 주요 도시로 확대되면서 장거리 이동에서 철도의 비중이 커졌고, 시외·고속버스는 이동시간과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 부담이 커졌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도 약해졌다. 지난 9월 KTX·SRT 통합 운행 이후 기존 KTX 운임은 평균 10% 낮아지고 좌석 공급은 늘어난 반면, 시외·고속버스 운임 상한은 이달 1일부터 9% 인상됐다.
이용객과 노선 감소는 터미널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터미널은 승차권 판매와 점포 임대 등 이용객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여서 버스 운행이 줄수록 수익 기반도 약해진다. 또 운행 축소가 장기화하면 터미널 상권과 운영 여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때 충청·경상·전라 지역 중소도시를 잇는 관문으로 서울의 주요 교통거점 역할을 했던 남부터미널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서울남부터미널 상가에서는 문을 연 점포보다 닫은 점포가 더 많았다. 분식집과 편의점 등 6개 점포만이 영업을 하고 있을 뿐, 상당수 점포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일부 점포에는 운영사 엔티산업이 붙인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빈 점포 한 곳은 기존 간판도 내리지 않은 채 인근 편의점의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손님을 맞던 분식집에서 점주 A 씨는 “처음 일을 시작한 이후로 계속 손님이 줄고 있다”며 “매출도 체감상 20~30%는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운수업계 관계자도 “예전보다 노선도 줄고 손님도 줄었다”며 “심하면 승객 2~3명만 태우고 출발하는 버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터미널 운영사인 엔티산업은 지난 7월 경영난을 이유로 서초구에 터미널 사업 면허 반납 절차를 문의했다. 문의는 이후 서울시로 이첩됐다.
서울시도 남부터미널 일대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시는 앞서 지난 4월 남부터미널 일대 활력 회복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남부터미널 일대 활성화 통합구상’을 발표했다. 남부터미널을 중심으로 일대를 교통·상업·문화 기능이 결합된 복합거점으로 재편하는 게 골자다. 현재 지상에 있는 터미널 기능을 현대화하고 업무·관광숙박·문화·주거 기능 등을 함께 도입하는 방안도 담겼다. 시는 향후 민간 사업자가 개발계획안을 제안할 경우 이번 통합구상안을 토대로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부터미널 개발과 관련해 민간이 제출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부터미널은 민간 부지다 보니 개발계획은 민간이 수립해서 협의를 하게 된다. 과거 민간과 협의를 한 적은 있으나 지금 당장은 개발계획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면허 반납과 관련해서도 공문으로 한 차례 문의가 들어왔을 뿐 이후 추가 문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도 당장 터미널 운영이나 개발을 둘러싼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엔티산업이 면허 반납 절차를 문의한 이후인 지난 9월에도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터미널 종사자들도 면허 반납과 관련해 운영사로부터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남부터미널 개발이 장기간 구상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광민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남부터미널 개발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9월에도 남부터미널 일대를 문화·상업·교통 기능 등이 연계된 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며 사업 관련 예산 확보와 도시계획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