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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장의 역설, 일자리 못 만드는 3% 경제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반기 성장률…고용 탄성치는 0.17로 8년 만에 최저

[비즈한국]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0.1%(전기 대비)로 역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 1.8% 성장으로 급반등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예상했던 전망치(0.2%)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깜짝 성장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연간 3%대 성장률도 달성이 유력해졌다.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 경제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성장하며 2021년 하반기(4.5%)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AI 반도체 수출 호조로 한국 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청년층은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 속에서 일자리 불안을 겪고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이에 따라 하반기 성장률이 평균 -0.1%를 넘기만 하면 올해 성장률은 3%를 웃돌게 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반도체 덕분에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에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고용에는 별다른 힘을 보태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고용 창출력이 낮다 보니 성장에 따른 고용 탄성치는 0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용 없는 성장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7월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지방에 대한 시혜가 아닌,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최종 승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결단”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을 책임지고 전국의 모든 청년에게 더 큰 기회의 창을 열어줄 이 길에 국민과 기업, 정부, 정치권 모두 하나 된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또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AI 혁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한편 K자형 양극화의 그늘을 너무 빠르게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의 구조적인 완화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이를 위해 청년 일자리, 또 청년들의 자산 증식, 주거 안정에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당부에도 우리 사회의 고용 없는 성장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보여주는 고용 탄성치는 올해 뚝 떨어지면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 탄성치는 정부 전망대로라면 올해 0.17까지 하락한다. 정부는 13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올렸다. 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총생산(GDP) 흐름을 보면 3% 성장을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망을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이러한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취업자 수(2876만 900명)와 비교하면 0.5% 늘어나는 데 그친 수준이다. 정부의 전망을 바탕으로 고용 탄성치를 계산하면 0.17에 불과해 0을 겨우 넘은 수준이 된다. 이는 우리 경제가 1.0% 성장할 때, 일자리는 0.17%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러한 고용 탄성치가 현실화하면 2018년(0.13) 이래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고용 탄성치는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급등 등이 일자리에 타격을 주면서 0.13을 기록했다가 이후 등락을 반복했다. 2019년 0.48에 이어 2020년에는 1.14까지 올랐으나 2021년에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하면서 0.30까지 떨어졌다. 이어 2022년 1.03으로 올랐던 고용 탄성치는 2023년 0.80, 2024년 0.27로 다시 하락세를 타다 2025년 0.64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겨우 1년 만에 다시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용 탄성치가 급락할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실제 고용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쪽은 청년층(15~29세)이다. 올해 6월 청년층 고용률은 43.9%로 1년 전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하는 등 올해 1~6월 내내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6개월 내내 청년층 고용률이 43%대로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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