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세수를 신설할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조 원이 넘는 세금을 낼 것이 확실해지자 이를 사용할 방향을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게 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7월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AI 혁명이 촉발한 반도체 대호황에 힘입어 전례 없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추가 세수는 전 세계의 인공지능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에 쓰일 소중한 재원”이라며 “경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과실을 모든 국민께 돌려드리려면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래대응기금이 그 기능을 수행해 미래세대와 함께 대도약을 이뤄낼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미래대응기금에 사용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금을 ‘추가 세수’라고 부른 것을 전후해 정부 관계자들은 ‘초과 세수’ 대신 ‘추가 세수’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추가 세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인 용어인 ‘초과 세수’를 사용할 경우 미래대응기금 신설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초과 세수는 가장 먼저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사용하고, 이어 남은 금액 중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그런 후에 남은 세수는 국가채무 등 채무 상환에 활용해야 하며, 이어 잔여 재원은 추가경정예산 재원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에 사용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이나 일부 조세 전문가들은 ‘추가 세수’라는 용어 사용을 “국가재정법의 원칙을 무력화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우리나라의 적자성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국가채무는 성격에 따라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분류된다. 금융성 채무는 외화자산 등 대응 자산이 있어 별도의 재원 없이도 자체 상환이 가능한 채무인 반면, 적자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없어 세금을 통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채무다.
즉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인 것이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적자성 채무는 1027조 9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대를 돌파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전체 국가채무 전망치가 1413조 8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적자성 채무 비중은 무려 72.7%에 달한다.
적자성 채무가 2017년 374조 8000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또 당시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57.4%였다는 점에서 채무의 질도 악화된 셈이다. 적자성 채무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00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2019년 407조 6000억 원, 2020년 512조 7000억 원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400조 원대와 500조 원대를 넘어섰다.
2021년에 597조 5000억 원으로 500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676조 원, 2023년 726조 4000억 원, 2024년 815조 4000억 원, 2025년 924조 8000억 원 등 매년 100조 원가량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더니 올해는 1000조 원대마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적자성 채무 비중 역시 2020년 60.6%로 60%대를 넘어선 데 이어 5년 만인 지난해 71.0%로 70%대를 돌파하는 등 날이 갈수록 국가채무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

